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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 공부] 학교 가서 우쿨렐레 배우고, 뮤지컬 연습 … 매일매일 축제 같아요

요즘 학교에선
누구나 하나씩은 악기를 연주하게 하면서 뮤지컬·연극·영화 등 예술교육을 하는 학교가 늘고 있습니다. 서울 전체 초·중·고 1307곳 중 올해 교육청으로부터 예술강사 지원비를 받는 곳은 1031곳에 달합니다. 현장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학생들은 “학교가 재미있고 매일매일 축제 같다”고 좋아합니다. 교사들도 “인성교육에 도움이 되고 면학 분위기도 좋아진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학기 동안 반 전체가 함께 땀 흘려 연습하면서 학생들은 서로를 이해·배려하는 방법을 배우고 학창 시절 추억을 쌓아 갑니다. 이번 주 ‘열려라 공부’에서는 서울 초·중·고에 퍼지는 예술교육을 소개합니다.
“조개 껍질 묶어~ 그녀의 목에 걸고~.”
 
13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면목중 본관 4층 음악실에선 학생들의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2학년 7반 24명의 남녀 학생들이 모여 ‘조개 껍질 묶어’라는 노래를 배우는 중이었다. 학생들은 옆자리 짝꿍과 손뼉을 마주치면서 재미있다는 듯 “까르르” 웃었다.
 
학생들의 손에는 ‘우쿨렐레’(작은 기타 모양 4현 악기)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성한별(30) 우쿨렐레 전문 강사가 “자 이제 연주해 볼까”라고 말하자 학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음악실은 학생들이 연주하는 우쿨렐레 소리로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어떤 학생은 잘 안 되는 듯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은 옆 친구에게 묻고 함께 치면서 화음을 맞춰보기도 한다. 음은 틀려도 신나게 웃으면서 우쿨렐레 줄을 퉁기는 천진난만한 학생들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정지성(14)군은 “처음 배우는 악기인데 소리가 너무 예쁘고, 하나씩 음이 제대로 맞을 때마다 ‘와~ 내가 해냈어’라는 생각에 너무 신기하고 뿌듯해져 어깨가 으쓱한다”며 “신나게 연주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싹 날아간다”고 좋아했다.
 
신나게 연주하면 스트레스 사라져
13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중학교 본관 음악실에서 2학년 7반 학생들이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다. 이 학교는 2학년 전체 학생에게 음악시간에 우쿨렐레를 가르친다. [김성룡 기자]

13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중학교 본관 음악실에서 2학년 7반 학생들이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다. 이 학교는 2학년 전체 학생에게 음악시간에 우쿨렐레를 가르친다. [김성룡 기자]

 
면목중은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중랑구청 등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1~2학년 전교생에게 ‘1인 1악기’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1학년은 학급별로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 등을 배우고, 2학년은 우쿨렐레 수업을 듣는다. 모든 과정은 무료다. 2학년 양혜민(14)양은 “음악 수업이 있는 날이면 등교 때부터 기대되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우리 학교 학생들은 모두 악기 한 가지쯤은 다룰 줄 안다”고 자랑했다.
 
이처럼 서울 지역 초·중·고에 ‘1인 1악기’나 뮤지컬 등 예술교육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예술강사 지원비를 받은 서울 지역 초·중·고는 모두 1031곳에 달한다. 240개 학교는 오케스트라 운영을 위한 악기를 지원받고 있다. 올해는 서울 소재 중학교 173곳에서 협력종합예술활동도 이뤄진다. 학교별로 한 개 학년이 한 학기 동안 뮤지컬·연극·영화 등을 배운다.
서울 면목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음악시간에 첼로를 배우고 있다. [사진 각 학교]

서울 면목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음악시간에 첼로를 배우고 있다.[사진 각 학교]

 
현장 반응은 긍정적이다. 예술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학교가 너무 즐겁고 매일매일이 축제 같다”고 좋아했다. 학교에서 비올라를 배우고 있는 면목중 1학년 김태희(13)양은 “중학교는 공부 때문에 지루할 줄 알았는데 악기를 배우니 학교가 너무 재미있다”며 “다른 중학교에 간 친구들한테 자랑거리가 생겨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2학년 용한비(14)양은 “우리 학교는 정말 ‘단합’이 잘된다”고 자랑했다. 그는 “서로 가르쳐 주고 배우니까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며 “반 친구들이 모두 모여 연주하다 보면 서먹했던 친구와도 금방 친해진다”고 말했다. 친구관계가 좋아지니 학교폭력도 줄었다. 실제 매해 진행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이 학교의 피해 응답률은 2014년 1학기 3.3%에서 올해 1학기는 1.1%까지 떨어졌다. 이은숙 면목중 교장은 “아이들이 학교를 재미있는 곳으로 느끼기 시작하니 표정이 많이 밝아졌다” 고 소개했다.
 
더 극적인 변화를 겪은 학교도 있다. 서울 구로중(구로구)은 2011년부터 3학년 전교생에게 뮤지컬 수업을 해왔다. 학생들은 2학기에 반별로 토론을 거쳐 대본을 완성하고, 뮤지컬 전문 강사에게 노래와 안무를 배운다. 학생들은 연출·극본·조명·음향 등 각자 역할을 맡아 한 학기 동안 호흡을 맞춘다. 졸업 전 구민회관에서 사흘 동안 학급별 뮤지컬 발표회를 연다.
 
뮤지컬 수업은 이 학교의 졸업식 풍경도 바꿔놓았다. 2010년대 초반 중·고교 졸업식은 학생들이 교복을 찢고 서로에게 밀가루를 뿌리는 등 다소 폭력적인 장면으로 사회적 논란이 컸다. 구로중도 그랬다. 하지만 2011년 뮤지컬 수업을 들은 3학년 학생들의 졸업식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학생들은 헤어짐을 안타까워하며 서로 포옹하고 눈물을 흘렸다. 홍진표 창의체험부장은 “그해 3학년 학생들이 학급별 뮤지컬 발표회를 끝내고 무대 뒤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잘했어’ ‘고생했어’라며 서로 부둥켜안고 울더라”며 “함께 땀흘린 뮤지컬 수업이 교사와 학생 사이의 벽을 허물고 마음을 열게 했다”고 기억했다.
 
서울 창덕여중(중구)도 2015년부터 1~2학년 전교생에게 문화예술 교육를 해오고 있다. 1학기 때는 2학년이 매주 수요일 두 시간씩 뮤지컬 수업을 듣고, 2학기에는 1학년을 대상으로 도예·공예·디자인·캐리커처 등 창의미술 수업이 진행된다.
 
서울 마포구 창천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가야금 수업. [사진 각 학교]

서울 마포구 창천초등학교 1~2학년 학생들의 가야금 수업.[사진 각 학교]

뮤지컬 수업은 국어·사회·음악·미술 등 교과 간 연계 수업으로 효과를 높인다. 올해 2학년 학생들의 뮤지컬 콘셉트는 ‘판소리계 고전소설’이다. 국어에서는 심청전·흥부전·춘향전·별주부전 등 고전소설을 배우면서 반별로 대본 쓰기를 한다. 음악시간에는 노래와 안무를 배우고, 미술수업에서는 무대에서 쓸 배경 그림과 학급 발표회 홍보 포스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창의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2학년 최윤서(14)양은 “별주부전의 토끼 캐릭터를 우리를 상징하는 소녀로 바꾸고, 좀 더 당당하고 소신 있는 캐릭터로 각색했다”며 “반 전체가 합심해 아이디어를 내면서 극본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함께 뮤지컬을 만들다 보면 아이디어가 좋은 친구, 춤을 금방 배우는 친구, 목소리가 좋은 친구 등 평소에는 몰랐던 장점이 하나씩 보인다”며 “모두 너무 소중한 친구”라고 말했다.
 
기초학력미달, 5년 새 16%P 떨어져
 
이 같은 예술교육은 인성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 역량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구로중은 전국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2011년 20.8%에서 지난해 5.2%까지 떨어졌다.
 
창덕여중은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지난해 실시한 전국 초·중·고 학생 역량평가 지표를 가져와 3학년 학생들을 측정해 봤다. 그랬더니 자기주도성·지식정보활용·창의적사고·의사소통·민주시민성 항목의 점수가 전국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자기주도성의 경우 전국 중3의 평균이 5점 만점에 3.2점인 데 반해 이 학교 3학년 학생들은 3.8을 기록했다. 이화성 창덕여중 교장은 “예술교육은 자신감은 물론 자기 표현 능력을 길러준다. 그 덕에 수업 중 발표·토론을 적극적으로 하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청소년기 예술교육의 효과를 강조한다. 서울대 연구팀은 2013년 발표한 ‘융합적 접근을 통한 문화예술 교육 효과 분석 연구’에서 “예술교육을 통해 정서적 측면뿐 아니라 사회성과 인지능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밝혔다. 서유헌 가천뇌과학연구원장은 “예술교육은 감정을 관장하는 뇌의 변연피질을 발달시키고, 이는 다시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측두엽·두정엽 등을 자극해 뇌 전체를 활성화시킨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각 학교의 예술교육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진희 창의예술교육기부팀 장학관은 “올해 173곳 중학교에서 시작한 협력종합예술활동을 2020년에는 서울 전체 중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학교마다 1학생 1예술 활동이 정착되도록 지원을 더 늘려 가겠다”고 밝혔다.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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