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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구 줄어도 고전명작 고수 … 젊은 여성이 새 타깃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한 일본의 바바 기미히코 이와나미쇼텐 편집국 부장. 이와나미문고에 포함돼있는 윤동주 시집을 들고 있다. 2012년 초판이 나온 윤동주 시집은 지난해 8월 5쇄를 찍었다.

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한 일본의 바바 기미히코 이와나미쇼텐 편집국 부장. 이와나미문고에 포함돼있는 윤동주 시집을 들고 있다. 2012년 초판이 나온 윤동주 시집은 지난해 8월 5쇄를 찍었다.

“진리와 최고의 미를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전달하겠다는 이와나미문고의 사명은 지금도 유효하다.”
 
일본 대표적인 인문 출판사 ‘이와나미쇼텐(岩波書店)’의 출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바바 기미히코(馬場公彦·59) 편집국 부장은 올해로 창간 90돌을 맞은 이와나미 문고의 의미를 이렇게 짚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참석차 최근 방한한 그를 지난 16일 만났다. 이날 그는 도서전 세미나에서 ‘이와나미쇼텐의 100년과 출판사업의 미래’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저출산 등으로 인해 출판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온고지신의 콘텐트 개발 ▶해외 저작권 사업 ▶디지털 콘텐트 사업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고 품질의 고전을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며 이와나미문고가 처음 출간된 때가 1927년 7월이다. 출판평론가 표정훈 씨는 “문고는 오늘날 인터넷 지식정보의 아날로그 판이자 지식·문화 포털”이라며 “이와나미문고는 그저 책을 떠나 ‘이와나미 문화’‘또 하나의 문부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본 지식사회의 젖줄이 되어왔다. 국내 출판계에도 시사점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나미문고는 그동안 6000여 종이 출간됐다. 더 내놓을 고전이 남아있나.
“문고는 이미 나왔던 책 중 일정한 평가를 받은 책을 대중화하기 위해 담아내는 형식이다. 그동안 이와나미문고는 19세기까지 출간됐던 책들을 중심으로 만들었다. 앞으로는 20세기 이후 출간된 현대사상, 현대문학 책들을 이와나미문고의 이름으로 펴낼 계획이다. 또 영미문학과 유럽 문학에 편중된 문학 작품의 범위를 라틴 아메리카 등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또 오래전 번역했던 작품의 번역을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전쟁과 평화 제인 에어 말라르메 시집 등을 새로 번역해 출간했다.”
‘이와나미쇼텐’의 역사는 일본 지성계의 역사다. 1927년 이와나미문고 창간 당시의 신문 광고. [사진 이와나미쇼텐]

‘이와나미쇼텐’의 역사는 일본 지성계의 역사다. 1927년 이와나미문고 창간 당시의 신문 광고. [사진 이와나미쇼텐]

 
이와나미문고는 1913년 이와마니쇼텐을 창업한 이와나미 시게오(1881~1946)가 자신이 학창시절 애독했던 독일의 ‘레클람 문고’를 본떠 창간했다. 휴대하기 쉽도록 A6(가로·세로 각각 10.5, 14.8㎝) 크기로 만들었고, 가격은 100쪽 기준 20전으로 정했다. 바바 부장은 “이는 당시 일반 책값의 20~30% 수준이었다”면서 “현재 이와나미문고의 값도 600~1000엔 정도로 비슷한 분량 일반 단행본의 절반 이하”라고 설명했다.
 
‘이와나미쇼텐’의 역사는 일본 지성계의 역사다. 1928년 이와나미강좌 제1호 『세계사조』(전12권). [사진 이와나미쇼텐]

‘이와나미쇼텐’의 역사는 일본 지성계의 역사다. 1928년 이와나미강좌 제1호 『세계사조』(전12권). [사진 이와나미쇼텐]

책 크기는 90년 동안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 책값이 싼 만큼 마진율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와나미쇼텐의 사사(社史)에 따르면, 이와나미문고 창간 당시 출판계 내부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저자는 인세 수입이 줄어들까 걱정했고, 서점도 수익률이 적어 싫어한 것이다. 창업자는 해결책을 ‘박리다매’에서 찾았다. 1만부를 최소 부수로 정해두고 원가 계산을 했다. 1만부 넘게 팔기 위해선 품질이 좋아야했다. 검증받은 명저를 선정해 최고의 번역과 교정·인쇄·제본 품질을 고집했다.
 
‘이와나미쇼텐’의 역사는 일본 지성계의 역사다. 1933년 창간한 이와나미전서. [사진 이와나미쇼텐]

‘이와나미쇼텐’의 역사는 일본 지성계의 역사다. 1933년 창간한 이와나미전서. [사진 이와나미쇼텐]

바바 부장은 “지금도 이와나미문고는 초판을 5000~1만부씩 찍는다. 매년 50~60종을 신간으로 내놓는데, 이 중 70~80%는 1년 이내에 2쇄를 찍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나미쇼텐’의 역사는 일본 지성계의 역사다. 1938년 창간한 이와나미신서. [사진 이와나미쇼텐]

‘이와나미쇼텐’의 역사는 일본 지성계의 역사다. 1938년 창간한 이와나미신서. [사진 이와나미쇼텐]

이와나미문고가 일본 사회에 어떤 기여를 했다고 평가하나.
“불후의 명작을 많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동안 팔린 이와나미문고의 전체 부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굉장히 많이 팔렸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군인들도 많이 읽었다. 배낭에 이와나미문고를 넣어 다녔다고 한다. 문고 발간 이후 출판사로 ‘내 일생의 교양을 이와나미문고에 의탁하겠다’는 독자의 편지가 오기도 했다. 이와나미문고의 반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편지다.”
‘이와나미쇼텐’의 역사는 일본 지성계의 역사다. 1946년 발간된 잡지 ‘세카이’. [사진 이와나미쇼텐]

‘이와나미쇼텐’의 역사는 일본 지성계의 역사다. 1946년 발간된 잡지 ‘세카이’. [사진 이와나미쇼텐]

 
이와나미쇼텐은 이와나미문고 이후 이와나미강좌(1928), 이와나미전서(1933), 이와나미신서(1938)와 잡지 ‘세카이(世界·1946) 등을 창간하며 “비판적 의제 설정과 새로운 지식 담론의 생산·보급, 전문적인 학술 성과와 시민적 교양의 매개에 충실해왔다”(표정훈). 국내 출판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일본 역시 예외가 아닐텐데 젊은 독자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 있나.
“일본 출판계의 전성기는 1990년대 중반까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시민운동이 활발해 딱딱한 책이 많이 팔렸고, 어느 한 책이 화제가 되면 그 책을 안 읽으면 안될 것 같은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 당시에 비해 출판계가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이와나미쇼텐의 매출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 최근 2~3년 동안은 신입사원을 뽑지 못했다. 신세대 독자들을 끌어오기 위해 새로운 테마와 새로운 저자를 발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아이템을 발굴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이와나미쇼텐이 처음 들었던 깃발을 내릴 생각은 없다. 최근 일본 출판계에서 문고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처음부터 문고판으로 내는 출판사가 많아졌고, 라이트노벨 등 가벼운 콘텐트를 문고로 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이와나미문고는 계속 고전명작을 고수할 방침이다.”  
 
글·사진=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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