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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떠났다가 … 돌아오는 ‘신발 부산’

부산 부암동 옛 진양고무 신발공장 터에 설치된 높이 2.7m 조형물. [중앙포토]

부산 부암동 옛 진양고무 신발공장 터에설치된 높이 2.7m 조형물. [중앙포토]

부산 신발산업에 훈풍이 불고 있다. 저렴한 인건비를 찾아 중국 등지로 떠났던 국내 기업들이 속속 부산으로 유턴하면서다. 최근 아웃도어 신발업체인 트렉스타는 중국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22년 만에 부산으로 돌아온다고 밝혔다. 내년에 스마트 자동화 공장을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짓고 ‘메이드 인 코리아’ 신발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부산시가 조성 중인 강서구 국제산업물류단지 신발산업 집적화 단지도 목표로 삼은 10개사 입주가 모두 결정됐다. 중국에서 돌아온 업체 2곳, 개성공단에서 돌아온 업체 3곳, 경기도와 경남 양산에서 이전한 업체 1곳씩이고 확장 이전한 업체가 3곳이다. 지역에선 이들 신발업체들의 ‘부산행’이 지역 신발산업을 되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과지표에서도 부활의 청신호가 켜졌다. 부산경제진흥원 경제동향분석센터의 ‘부산 신발산업 성과 수준 분석 자료’에 따르면 부산지역 10명 이상 신발제조업체 출하액이 2008년 6000억원에서 2014년 9400억원으로 증가했다. 연평균 7.7%의 성장세를 보이며 전국 신발제조업체 성장률(2.0%)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전국에서 차지하는 부산의 출하액 비중 역시 2008년 30.4%에서 2014년엔 42.0%로 높아졌다. 국내 최대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신발업체인 태광실업은 지난해 매출액 1조3200억원을 기록했고, 창신INC도 처음으로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1990년대 들어 임금 상승과 채산성 악화로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이유가 다시 유턴의 요인이 됐다. 중국의 우대 정책이 축소된 반면 한국 정부의 유턴기업 지원이 이뤄진 게 촉매제였다. 권동칠 트렉스타 대표는 “한국과 중국의 인건비 차이는 여전하지만 물류비용과 생산성은 부산의 경쟁력이 훨씬 높다”며 “특히 한국은 다양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어 관세가 중국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우선 부산시 등 지자체의 신발산업 인프라 조성 노력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부산시는 집적화 단지 이외에 내년까지 382억원을 투입해 부산 사상구 감전동에 첨단신발융합허브센터를 조성한다. 신발 공장 50개사가 입주하는데 완제품 신발공장 20%, 부품소재 관련 공장 50%, 디자인 및 유통 30%의 비율로 구성된다. 또 예산 199억원이 투입된 K-슈즈 비즈센터도 오는 11월 부산진구 개금동에서 문을 열 예정이다.
 
부산이 가진 풍부한 신발 인프라는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가며 소량으로 재빨리 생산하는 이른바 ‘반응생산’ 공정을 가능케 한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이전한 업체도 있다. 일본의 데상트가 총 3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부산진해경제구역에 글로벌 신발 R&D센터를 짓는 것도 원·부자재 공장 밀집 등 인프라가 좋기 때문이다. 부산경제진흥원 신발산업진흥센터 관계자는 “신발 생산에서 기능이 중요해진 반면 비용 부분은 감소했다”며 “특히 한국 시장에서는 소비자의 기호가 급격히 변화해 생산 단계에서 이를 빨리 파악하고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신발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부산 지역 신발업체의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도 원동력이다. 삼덕통상은 국내 직원 350명 가운데 R&D 인력이 100명을 넘는다. ‘친환경 그린 탄성 소재 아웃솔’ 등 첨단 신소재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있다. 대표 ‘메이드 인 부산’ 제품인 나르지오 워킹화는 지난 2월 미국 뉴욕에 단독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북미 지역을 개척하고 있다.
 
이상엽 선임연구위원은 “부산 신발산업이 과거 저생산성·저부가가치 산업에서 서서히 탈피하고 있는 것은 기능성 신발시장의 성장과 기술경쟁력 우위 지속,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신발산업 육성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앞으로 제2의 신발산업 부흥기를 맞기 위해서는 정보기술(IT)과의 융·복합화 등 신발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부산 지역 신발업체와 부산시는 공동으로 70억원을 마련해 자동화 표준공장 건립에 나섰다.
 
부산 신발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대기업과 지역 소공인들의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발소공인특화지원센터의 목혜은 센터장은 “소공인은 수출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판로 개척 전문가의 지도가 필요하다”며 “부산 신발산업이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 소공인들의 기술과 신발 대기업의 자동화 시설, 마케팅을 결합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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