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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노인 25%가 앓는 변비, 내버려두면 장궤양·요실금 유발

 변비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증상이다. 평소보다 식사량이 줄었거나 수분 섭취에 소홀했을 때 변비로 고생하곤 한다. 이때 음식·운동 등 생활습관을 바로잡으면 잘 낫는 편이다. 그러나 노인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젊은 사람에 비해 활동량이 적은 노인은 변비가 만성화하기 쉽다. 변비를 노화의 일환으로 여기고 방치하면 장이 막히거나 장 궤양이 생겨 건강의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특히 갑작스럽게 생긴 변비는 대장암 증상일 수 있어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노년기에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노인 인구의 약 25%가 변비를 앓고 있다. 변비 환자 대부분이 대변을 자주 보지 못한다. 대변을 보고 난 후 잔변감 역시 오래가는 편이다. 의학적으로는 변비를 진단할 때 크게 두 가지를 살핀다. ‘대변보는 횟수가 일주일에 2회 미만인가’ ‘대변을 볼 때마다 과도한 힘을 주는가’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항락 교수는 “거동이 불편해 주로 누워서 지내거나 식사를 제대로 못 하는 노인은 변비가 심하다”며 “변비가 생기는 원인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년기에 변비가 잘 생기는 이유는 노화와 관련이 깊다. 노화는 여러 장기의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나이가 들수록 대장·골반근육·항문의 기능이 점점 떨어져 변비가 생기기 쉽다. 우선 항문 주변의 신경이 위축되고 괄약근의 수축력이 떨어져 대변을 밀어내는 힘이 약해진다. 노화하면 장에 있는 신경세포의 수도 감소해 장의 연동 운동이 활발하지 못하다. 대변이 장을 통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배출 속도가 점차 느려지는 것이다.
 
당뇨·고혈압 오래 앓으면 변비 우려
 
앓고 있는 질병도 변비의 원인이다. 당뇨병을 오래 앓는 노인 중에는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혈당 조절에 실패하면 위장관 합병증이 잘 발생한다. 대부분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겨 배변 능력이 떨어진다. 뇌졸중·파킨슨병·치매 등 신경계 질환도 마찬가지다. 장 운동과 배변 활동에 관여하는 위장 신경계가 손상돼 원활하게 배변하지 못한다. 이때 괄약근 이완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근육이 긴장해 배변 시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복용 약물은 노년기 변비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나이가 들수록 만성질환으로 먹는 약의 가짓수가 점점 늘어난다. 고혈압 치료에 쓰이는 칼슘 통로 차단제(CCB)가 대표적이다. 칼슘 통로 차단제는 원래 혈관을 확장시키고 심근 수축력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위장관 부위에 영향을 미치면 장 운동 기능을 약화시켜 대변 배출을 어렵게 만든다. 흔히 먹는 진통제나 철분제도 변비를 잘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선욱 교수는 “노인은 젊은 사람보다 약물을 많이 복용한다”며 “마약류 진통제나 고혈압약, 항우울제 등 약제로 인한 변비가 빈번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변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할 때다. 대변이 장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대변의 수분 함유량이 감소한다. 대변이 점점 딱딱해져 배변 시 통증을 느낀다. 김선욱 교수는 “배변 자체가 고통스러워 식사량을 의식적으로 줄이게 되면 변비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장암 걸리면 배변 습관 바뀔 수도
 
 특히 장내에서 돌처럼 딱딱하게 변한 대변은 노인의 약해진 장을 압박하거나 장에 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 드물게는 배출되지 않고 쌓인 대변 때문에 직장이 늘어난 사례도 있다. 이때 늘어난 직장이 요관을 눌러 요로감염의 일종인 신우신염이나 요실금을 유발하기도 한다. 평소에 없던 변비가 갑작스럽게 생겼다면 대장암 증상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대장암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러나 암 덩어리가 커지면 대변이 내려오는 통로가 좁아진다. 이항락 교수는 “암이 항문에 가까운 대장에 생겼을 때는 변비·설사·혈변 등 배변 습관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년기 변비는 원인 질환이 있는 경우가 대다수다. 원인 질환을 관리·치료하는 게 먼저다. 복용 약이 원인일 때는 용량을 조절하거나 다른 치료약으로 변경하는 게 좋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대변을 부드럽게 하거나 장 운동을 촉진하는 약을 써 변비를 치료해야 한다.
 
  변비가 심하지 않다면 변비약을 먹는 것보다 생활습관을 고쳐 증상을 완화하는 편이 낫다. 가장 중요한 건 수분 섭취다. 아침에 일어나 공복 상태에서 물을 충분히 마시면 장 운동이 활발해져 대변보기가 수월해진다. 평소에도 하루 8잔 이상 물 마시는 습관을 들인다. 식사를 할 때는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 위주로 먹는다. 식이섬유는 곡물·과일·채소류에 많이 함유돼 있다.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도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된다. 관절 장애가 있어 거동이 쉽지 않다면 누워서라도 복근 운동이나 항문에 힘을 주는 골반근육 운동을 하면 변비 개선에 효과적이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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