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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립] 투박한데 여유롭다…뜨는 해방촌

요즘 뜨는 동네? 맛집 거리다. 서울 가로수길이나 경리단길 등은 모두 이 집 저 집 옮겨다니며 밥 먹고 차 마시고, 또 디저트 즐기는 게 가능한 맛집 동네다. '푸드트립'은 이런 도심 핫플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가이드다. 로데오거리·성수동에 이어 이번엔 해방촌을 샅샅이 훑었다.  
경리단길 식상해? 그럼 HBC로!
남산 기슭 해방촌은 경관이 뛰어나다. 해지는 해방촌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더백푸드트럭의 루프탑. 송정 기자

남산 기슭 해방촌은 경관이 뛰어나다. 해지는 해방촌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더백푸드트럭의 루프탑. 송정 기자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안쪽 신흥로에서 해방촌 오거리까지 이어지는 해방촌. 평지나 반듯한 길이 없다. 모두 굽고 가파르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찬다. 온통 레스토랑과 상점인제 이젠 필수가 된 발레주차는커녕 주차장을 갖춘 곳도 드물다. 건물들은 또 얼마나 낡았는지. 그런데 이 낡고 불편한 동네에 요즘 사람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유의 이국적 분위기가 한몫한다. 그래서일까. 요즘 해방촌이란 정겹지만 촌스런 이름보다 사람들은 HBC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부른다.
 

원래 해방촌은 피난온 실향민들이 모여 살던 판잣집 동네다. 인근 미군기지 군인과 어학원의 원어민 강사 등 외국인들이 싼값에 방을 얻기 위해 모여들면서 자연스럽게 이국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2012년즈음 해방촌 건너편 경리단길이 뜨기 시작하면서 해방촌도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했다. 상권분석을 하는 박균우 두레비즈니스컨설팅 대표는 "해방촌은 경리단길의 세컨드 상권이면서도 경리단과 달리 뛰어난 경관을 볼 수 있는 지리적 위치와 이국적인 분위기 등으로 2년 전부터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태원과 경리단길이 식상한 사람들은 해방촌을 신선하게 느낀다. 매주 한 번은 해방촌에 간다는 직장인 최현진(35·사당동)씨는 "가게와 사람 모두 포화 상태인 이태원·경리단길에서 느낄 수 없는 해방촌만의 투박하고 여유로운 매력이 좋다"고 말했다. 
 
늦게 시작하는 하루 
해방촌 식당들은 오후 6시 넘어야 문 여는 곳이 대부분이다. 프렌치 레스토랑 '꼼모아'도 그 중 하나다. 송정 기자

해방촌 식당들은 오후 6시 넘어야 문 여는 곳이 대부분이다. 프렌치 레스토랑 '꼼모아'도 그 중 하나다. 송정 기자

해방촌 푸드트립 전 먼저 알아야 할 게 있다. 해방촌의 하루는 느지막이 시작된다는 것 말이다. 파스타 등 이탈리안 요리에 와인을 맛볼 수 있는 이탈리안 선술집 '쿠촐로'를 비롯해 두툼하게 썬 제주돼지고기 구이를 파는 '캠핑컴퍼니', 프렌치 레스토랑 '꼼모아', 성게알 덮밥과 시래기찜 등 한식을 파는 '미수식당' 등 이름난 가게들은 오후 6시가 넘어야 문을 연다. 유명한 식당 이름만 듣고 무작정 점심을 먹으러 해방촌을 찾았다가는 굳게 닫힌 식당 문 앞에서 발길을 돌리기 쉽다. 
 
브런치로 트립 시작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해방촌에는 브런치를 비롯해 수제버거, 피자, 미국식 중식당 등 외국의 입맛에 맞춘 식당이 많다. [사진 토스트프랑세]

외국인 거주자가 많은 해방촌에는 브런치를 비롯해 수제버거, 피자, 미국식 중식당 등 외국의 입맛에 맞춘 식당이 많다. [사진 토스트프랑세]

해방촌 푸드트립은 녹사평대로 안쪽의 신흥로에서 시작한다. 500m 거리의 비좁은 2차선 도로엔 작은 식당들이 마주하고 있는데 쿠촐로·캠핑컴퍼니·자코비버거·아워스 등 해방촌을 외지인에 알린 맛집들이 모두 이 거리에 모여있다. 
대부분 오후 6시가 넘어야 문을 열기 때문에 오전의 해방촌은 조용하다. 지나가는 사람도 거의 없어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 
해방촌의 하루는 다른 곳보다 늦지만 이곳에도 브런치 레스토랑이 있다. 먼저 해방촌 초입에서 남산 방향으로 200m 정도 걸어가면 오른쪽에 넓은 테라스가 있는 식당이 눈에 띈다. 다양한 재료를 탑처럼 쌓아 내장파괴버거로 불리는 수제버거집 '자코비버거'다. 영어로 된 간판, 그리고 테라스에 앉아 여유롭게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국적인 느낌을 더한다. 
자코비버거에서 녹사평역 쪽으로 100여 m 아래쪽에 있는 '팻캣'도 테라스가 있어 여유롭에 앉아 브런치를 먹기 좋다. 오전 11시경 문을 연다. 해방촌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여는 곳은 9시에 문을 여는 '토스트프랑세'다.
해방촌 식당은 대부분 33~66㎡(10~20평) 내외로 작다. 허름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사진 토스트프랑세]

해방촌 식당은 대부분 33~66㎡(10~20평) 내외로 작다. 허름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독특한 개성을 뽐낸다. [사진 토스트프랑세]

하늘색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얀색 벽에 에펠탑 그림과 작은 소품들이 프랑스 가정집을 연상시킨다. 프렌치토스트 등 브런치 메뉴가 따로 있다. 구단열 토스트프랑세 대표는 "해방촌엔 외국인 거주자가 많아 서양 음식점들이 대부분"이라며 "실제 가게 손님 중 40% 안팎이 외국인"이라고 말했다.
 
신흥시장에서 차 마시며 빨래를
해방촌 가파른 언덕길에 있는 카페 '런드리 프로젝트'. 이름처럼 안엔 정말로 코인세탁기가 있다. 송정 기자

해방촌 가파른 언덕길에 있는 카페 '런드리 프로젝트'. 이름처럼 안엔 정말로 코인세탁기가 있다. 송정 기자

1인 가구와 외국인을 위한 가게가 많다. 런드리프로젝트 안 코인세탁기. 송정 기자

1인 가구와 외국인을 위한 가게가 많다. 런드리프로젝트 안 코인세탁기. 송정 기자

브런치를 즐겼다면 신흥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하지만 해방촌오거리로 오르는 언덕길이 문제다. 400m 남짓으로 거리가 짧지만 유독 가파르다. 걷다보면 시원한 음료 한 잔 생각이 간절해진다. 이즈음 가게 안팎을 모두 하얗게 칠한 카페 '런드리 프로젝트'가 나타난다. 한 쪽에 진짜 코인세탁기가 있다. 커피로 더위를 식힌 덕분에 남은 언덕은 가뿐하게 오를 수 있다. 
신흥시장에 있는 카페 '오랑오랑'. 낡은 콘크리트 벽이 인상적이다. 송정 기자

신흥시장에 있는 카페 '오랑오랑'. 낡은 콘크리트 벽이 인상적이다.송정 기자

해방촌오거리에서 '김밥천국'이 있는 내리막길로 조금만 내려가면 왼쪽에 마치 동굴을 연상시키는 어두컴컴한 상가 입구가 나온다. 이곳이 신흥시장이다. 시장하면 거리에서 좌판을 깔고 있는 상인들이 있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지만 신흥시장은 직사각형의 상가다. 어두컴컴한 데다 지나가는 사람도 드물어 '제대로 찾은 게 맞나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상하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집 구경 책 구경 
오랑오랑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루프탑이 있다. 낡고 투박한 해방촌 주택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 송정 기자

오랑오랑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루프탑이 있다. 낡고 투박한 해방촌 주택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다.송정 기자

특히 시장 한복판의 커피전문점 '오랑오랑'이 생기를 불어넣는다. 곧 쓰러질듯 낡은 회색 콘크리트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4년 넘게 비어있던 곳을 꾸며 2016년 초 문을 열었다. 쓰러질듯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나오는 3층 루프탑이 특히 매력적이다. 파란 하늘 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는 해방촌 집들을 지근거리에서 볼 수 있다.
방송인 노홍철이 운영하는 신흥시장 '철든책방'. 언제 문 여는 지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준다. 철문엔 무작정 찾았다 그냥 돌아간 사람들이 적은 메모지가 붙어있다. 송정 기자

방송인 노홍철이 운영하는 신흥시장 '철든책방'. 언제 문 여는 지를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려준다. 철문엔 무작정 찾았다 그냥 돌아간사람들이 적은메모지가 붙어있다. 송정 기자

2016년 노홍철이 연 '철든책방'도 신흥시장 안에 있다. 매일 문을 열지 않는 대신 인스타그램을 통해 오픈 일정을 알려준다. 굳게 잠긴 가게 앞엔 메모지가 있는데 허탕친 사람들의 아쉬움 담겨있다.  
해방촌 신흥시장 '코스모스식당' 입구.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아담한 식당이 나온다. 송정 기자

해방촌 신흥시장 '코스모스식당' 입구.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아담한 식당이 나온다. 송정 기자

점심 식사를 못했다면 시장 초입 '코스모스식당'을 추천한다. 이름 적힌 나무 간판 옆 좁은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주인이 주문 즉시 만들어 내놓는 카레와 고로케를 먹을 수 있다. 시장 입구 건너편엔 이탈리안 레스토랑 '노아'도 있다. 투명한 유리창에 빨간색 글자로 적힌 가게 이름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루프탑서 즐기는 노을
해방촌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더백푸드트럭' 루프탑. 송정 기자

해방촌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더백푸드트럭' 루프탑. 송정 기자

해가 지기 시작하면 서둘러야한다. 해 지는 해방촌의 풍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루프탑에 자리를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해방촌오거리에서 편의점 미니스톱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익숙한 주택가가 나온다. 세탁소와 슈퍼마켓 등 사이사이에 작은 카페들이 있다. 가수 김동률과 이름만 같은 주인이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파는 '카페 김동률'은 커피 맛있기로 소문나있다. 맞은 편엔 초록색 벽에 금색으로 AST라는 상호를 적은 2층 카페 '아스트(AST)'가 있다.  
가수 정엽이 운영하는 '오리올'. 루프탑은 오후 6시 이전엔 카페로, 이후엔 바로 운영한다. 송정 기자

가수 정엽이 운영하는 '오리올'. 루프탑은 오후 6시 이전엔 카페로, 이후엔 바로 운영한다. 송정 기자

200m쯤 더 걸어가면 왼쪽에 3층 높이의 벽돌 건물들이 나온다. 하얀색 건물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있는 '오리올'과 '더백푸드트럭'이다. 오리올은 가수 정엽이 운영하는 카페 겸 바다. 해방촌이 눈 앞에 펼쳐지는 루프탑은 오후 6시 이전엔 카페로 이후엔 바로 운영한다. 
바로 옆 더백푸드트럭은 오리올보다 먼저 루프탑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예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1층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까지 마쳐야 자리를 안내받는다. 명당은 2층 테라스와 3층의 루프탑이다. 뒤로는 남산이, 앞에는 해방촌이 한 눈에 펼쳐진다. 금요일과 주말엔 건물 밖에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기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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