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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자의 미모맛집]23 냉면은 기본, 빈대떡도 꼭 맛봐야

서울 남대문시장 한복판에 6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틴 냉면집이 있다. 이토록 오래됐는데 여전히 이름이 헷갈린다. 건물 2층 간판에는 ‘평양냉면 전문 부원집’, 1층 입간판에는 ‘부원면옥’, 가게 명함에는 ‘부원냉면’이라 적혀 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사실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나. 서울의 평양냉면 전문집치고는 퍽 저렴한 가격(물냉면 7500원)에 개성 있는 맛을 자랑한다는 사실, 그래서 가게 주인만 가업을 잇는 게 아니라 단골 손님도 대를 이어가며 이 집을 찾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부원면옥 물냉면은 한 그릇에 7500원이다. 평양냉면 전문집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그렇다고 허투루 만드는 건 아니다. 맛은 친근하면서도 중독성 강하다. 김성룡 기자

부원면옥 물냉면은 한 그릇에 7500원이다. 평양냉면 전문집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그렇다고 허투루 만드는 건 아니다. 맛은 친근하면서도 중독성 강하다. 김성룡 기자

처음 부원면옥(02-753-7728)을 찾아간다면 진땀 좀 빼야 한다. 스마트폰 지도를 봐도 찾아가기 쉽지 않다. 좁은 시장 골목, 도소매 숙녀복·구제 의류·수입 의류 전문점 사이에 끼어 있어서다. 식당 간판이 보이면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계단에 올라서는 순간 고소한 냄새가 반겨준다. 복도에서 빈대떡 부치는 냄새다. 그리고 비좁은 가게에 들어서면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이 후루룩 후루룩 면발을 삼키는 장면이 펼쳐진다. 남대문시장 한복판에 있어서인지 양손에 두둑이 쇼핑백을 짊어진 여자 손님(특히 할머니)이 많다는 건 여느 냉면집과 다른 풍경이다.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고현희(61) 사장과 다정히 안부를 나누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손님들은 아동복 사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릇가게가 어디 있는지 묻곤 한다. 그렇게 부원면옥은 남대문시장과 역사를 함께했다.
부원면옥은 회현역 5번 출구에서 가깝다. 하지만 좁은 골목에 있다보니 지도만 보고는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김성룡 기자

부원면옥은 회현역 5번 출구에서 가깝다. 하지만 좁은 골목에 있다보니 지도만 보고는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김성룡 기자

부원면옥은 물냉면 육수가 독특하다. 굳이 서울의 오래된 냉면집과 비교하면 육수가 탁하고 단맛이 강한 편이다. 식탁에 냉면, 겨자와 고추 다대기까지 있지만 굳이 이런 걸 넣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간하다. 물기 뺀 짭짤한 오이와 고소한 돼지고기 고명이 어우러져 풍성한 맛을 낸다. 평양냉면이라면 모름지기 슴슴, 심심, 삼삼해야 한다는 이들에게 부원면옥은 B급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이 맛 때문에 부원면옥을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
부원면옥 물냉면 육수는 탁한 편이다. 소 사골 외에도 양파 등을 넣어 국물 맛이 달콤하다. 김성룡 기자

부원면옥 물냉면 육수는 탁한 편이다. 소 사골 외에도 양파 등을 넣어 국물 맛이 달콤하다. 김성룡 기자

일각에서는 부원면옥이 돼지고기로 육수를 낸다고 오해한다. 제육 두세 점이 고명으로 올라와서다. 그러나 육수의 기본은 소 사골이다. 양파 등 채소도 함께 끓인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살짝 들어간다. 처음부터 넣는 게 아니라 냉면 고명과 무침용으로 쓸 돼지고기를 사골 국물에 삶아내는 정도다. 이 과정에서 육수가 고소하고 달큰해진다. 고 사장은 “이북에서도 소고기와 사골로 육수를 내도 돼지고기 고명을 곁들여 먹는 문화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냉면 한 그릇 가격이 저렴하다고 재료가 후진 건 아니다. 고 사장은 “재료만큼은 어떤 냉면집에 뒤지지 않는다”며 “오랜 단골과 가격에 민감한 시장 상인들 때문에 냉면 가격을 비싸게 받지 않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한다. 메밀은 춘천산을 직접 제분해서 쓴다. 비빔냉면용 고춧가루, 참기름은 방앗간에서 직접 빻고 짜는 모습을 몇 시간이고 지켜볼 정도로 품질 관리에 엄격하다. 비빔냉면(8000원)이 물냉면보다 500원 비싼 게 의아했는데 육수 못지않게 비빔 양념 만드는데도 많은 공을 들인 터였다.
직접 내린 돼지기름에 부친 빈대떡. 가게를 들어서면서 이 고소한 냄새를 맡고 주문을 안 하기란 금욕수행 만큼 어렵다. 

직접 내린 돼지기름에 부친 빈대떡. 가게를 들어서면서 이 고소한 냄새를 맡고 주문을 안 하기란 금욕수행 만큼 어렵다.

부원면옥에서는 빈대떡(4000원)도 꼭 먹어봐야 한다. 직접 짜낸 돼지기름에 바삭하게 구워낸 맛이 아주 고소하다. 녹두와 김치를 버무려 구워낸 정통 이북식 빈대떡이다. 냉면을 먹기 전 빈대떡에 소주 잔, 막걸리 사발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다. 매콤한 닭무침(1만3000원)·제육무침(1만3000원)도 별미다. 아는 사람만 시켜 먹는 비밀 메뉴도 있다. 1500원만 더 내면 제육 고명을 두툼히 얹어주는 ‘특 물냉면’이다. 면 사리를 넉넉히 먹고 싶으면 냉면 곱배기를 시키면 된다. 
부원면옥 메뉴판. 

부원면옥 메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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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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