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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군 차량 검문하는 성주 주민 vs 주민 행동 제동 걸려는 경찰 충돌

"경찰 분들 제발 그만하세요!" "우리한테 와 카노! 사람 다치게 하지 마라!" "폭력 경찰 물러가라! 폭력 경찰 물러가라!"
 
15일 오후 6시 28분쯤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 경찰과 주민 수십명이 뒤엉켰다. 경찰은 주민들이 도로에 놓아둔 탁자와 의자를 강제로 치우려고 했고, 주민들은 온몸으로 이를 막았다.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졌고 주변에서 물을 뿌리는 주민들도 있었다. 2분간의 몸싸움 끝에 경찰은 한 발 물러섰다.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이 도로 위에 설치된 집기들을 철거하려 하자 주민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성주=김정석기자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경찰이 도로 위에 설치된 집기들을 철거하려 하자 주민들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성주=김정석기자

 
흥분한 주민들은 몸싸움이 끝난 뒤에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 주민은 "대한민국은 아무런 쓸모도 없고 우리 안보와 평화를 짓밟으려는 사드 배치를 강행하려는 것이냐. 문재인 대통령이 이야기한 재검토가 이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80대 주민은 "우리한테는 이제 악밖에 안 남았다"며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 충돌은 경찰이 오후 2시쯤부터 주민들과 대치한 끝에 벌어졌다. 그 시간 동안 주민 30여 명은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앉아 집회를 벌였고 맞은편에선 제복을 입은 경찰 30여 명이 대열을 갖춘 채 이를 지켜봤다. 그러면서 도로 위의 설치물을 치우지 않으면 강제 철거하겠다는 경고 방송을 수 차례 했다. 마을회관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는 경찰버스 3~4대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주민들이 바닥에 누워 경찰의 강제 철거 집행을 막고 있다. 성주=김정석기자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 주민들이 바닥에 누워 경찰의 강제 철거 집행을 막고 있다. 성주=김정석기자

 
소성리 마을회관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배치된 성주 사드 기지와 2㎞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은 최근 군(軍) 차량 통행을 막아선 소성리 주민들과 이를 제지하기 위한 경찰 사이의 갈등으로 긴장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전날인 14일 오후에도 경찰 병력 40여 명이 마을회관 인근에서 3시간 이상 대치를 벌였다.
 
15일 역시 오후 2시를 전후해 경찰버스 4~5대가 마을회관 주변 곳곳에 깔렸다. 주민들 사이에서 '경찰이 오후 3시에 대규모 인력을 앞세워 도로 위 시설물들을 강제 철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오후 6시20분쯤까지 일촉즉발이 상황이 연출되다 결국 경찰이 철거 시도에 나서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종교행사를 하고 있는 원불교인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성주=김정석기자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종교행사를 하고 있는 원불교인들과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성주=김정석기자

 
앞서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소성리 마을회관 인근에서 주민과 경찰이 대치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었다. 주민들은 마을회관과 인근에 쳐둔 천막에 머무르면서 성주 사드 기지로 출입하는 차량을 감시하는 역할을 일상적으로 해 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경찰은 성주 사드 기지 주변을 지키는 경찰 병력 대부분을 철수시키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 일부 언론에서 주민들이 성주 사드 기지를 오가는 차량을 불법으로 검문하고 경찰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상황이 다시 예민해졌다. 경찰이 수시로 마을회관 앞에 인력을 배치해 도로 위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경고하고 있다. 따로 경찰관 2명을 마을회관 앞에 세워두고 차량 통행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주민들의 검문 활동을 계속해서 채증하고 있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관계자는 "경찰이 물리적으로 도로 위 시설물을 철거하는 행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인력을 다수 배치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압박을 느낀다.우리가 총·칼을 든 것도 아니고 무조건 차량을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아닌데 불법으로 몰아세우고만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경찰 30여 명이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성주=김정석기자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 도로에서 경찰 30여 명이 주민들과 대치하고 있다. 성주=김정석기자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군은 마을주민들과 일절 대화도 없이 일방적으로 사드 체계를 배치했고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정부의 말에도 지금도 발전기를 돌리며 사드를 운용하고 있다"면서 "전자파의 유해성, 환경에 대한 영향을 검증하진 않으면서 주민들의 재산권·생존권을 무시하는 군의 불법 행위에 우리 나름대로 스스로를 지키는 '자경(自警)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주민들이 도로를 통행하는 차량을 검문하는 것은 불법 행위가 맞다"면서도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와 자칫 충돌을 불러올 수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강제 집행에 돌입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성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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