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잼쏭부부의 잼있는 여행] 20 아찔한데 황홀하다…롬복 활화산 트레킹

린자니산 캠프장에서 바라본 새카만 밤하늘. 은하수가 뚜렷이 보인다.

린자니산 캠프장에서 바라본 새카만 밤하늘. 은하수가 뚜렷이 보인다.

고된 산행이었지만 고생을 잊게 해준 린자니산 풍광.

고된 산행이었지만 고생을 잊게 해준 린자니산 풍광.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린자니산.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린자니산.

린자니 산(Gunnung Rinjani)은 불의 고리(Ring of Fire)인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금도 아주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활화산이에요. 롬복 섬 전체 면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높이도 3726m로 인도네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답니다. 언제 다시 분화할지 모르는 위험을 안고서 이 산을 가는 이유는 단 하나! 정말 아름답기 때문이에요. 린자니 산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꼽힐 만큼 빼어난 풍경을 자랑하거든요. 게다가 정상에 오르면 발리 섬과 길리 섬까지 내려다볼 수 있어서, 트레킹을 좋아하는 여행자라면 롬복에서 꼭 들려야 할 필수 코스에요.
트레킹족을 기다리는 포터(짐꾼)들.

트레킹족을 기다리는 포터(짐꾼)들.

린자니의 출발점은 산 동쪽의 셈바룬 라왕(Sembalun Lawang)과 북쪽의 세나루(Senaru), 이렇게 두 마을이예요. 셈바룬 라왕 쪽 길은 나무가 거의 없는 제주오름 같은 길이고, 세나루 쪽은 열대우림이라 다양한 나무들이 많이 자라고 있어요. 1박 2일 일정에 정상에 가려면 셈바룬 라왕에서 출발해야 해요. 2박 3일 이상의 일정이라면 날씨나 체력에 따라 선택 가능하고요. 우리 부부는 셈바룬 라왕(Sembalun Lawang)에서 북쪽 세나루(Senaru) 마을로 하산하는 루트로 걷기로 했어요. 총 2박 3일 코스로 둘째 날 새벽에 정상에 올라 일출을 보고 마지막날 세나루로 하산 하는 코스에요. 린자니 산에는 산장 같은 편의시설이 일절 없어서 트레킹 기간 동안 식량과 텐트를 지고 올라가야 해요. 그래서 포터(짐꾼)를 고용하는 게 일반적이에요.  
맨발의 포터(짐꾼).

맨발의 포터(짐꾼).

기다리고 기다리던 트레킹 첫날.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꾸려 나왔는데 하필이면 우리가 타고 갈 버스의 타이어가 펑크가 나버렸어요. 타이어를 뺐다 끼웠다 몇 시간을 길에서 지체하고 나니 오전 10시로 예정되어 있던 출발 시각은 점심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2시가 되고 말았어요. 첫날 가야할 목표 지점은 해발 2600m의 분화구에 위치한 캠프사이트. 약 5~6시간 정도 걸으면 출발점과 도착점의 고도 차가 1500m정도 되는 구간이에요. 그 아름답다는 린자니 산인데 산 중턱부터는 안개가 짙게 끼어 있어서 경치 구경은커녕 걷는 내내 앞사람 발만 보고 걸었어요. 캠프사이트에 도착하니 이미 깜깜한 밤이 됐어요. 
짙은 안개로 앞사람만 겨우 분간할 수 있었던 첫날 트레킹.

짙은 안개로 앞사람만 겨우 분간할 수 있었던 첫날 트레킹.

첫날 일찍 도착해서 풍경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촬영이고 뭐고, 춥고 피곤해서 저녁을 먹고 바로 자기로 했어요. 아무것도 못 보고 고생만 해서 약간 씁쓸한 기분으로 텐트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뜻밖의 선물을 받았어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안개로 자욱하던 하늘이 갑자기 열리면서 머리 위로 수놓은 듯한 은하수가 펼쳐진 거예요. 뿌연 안개 속에만 있다가 자기 전에 쏟아지는 별들을 보니 정말 꿈을 꾸는 것 같았어요. 
오전 2시부터 시작된 산행길.

오전 2시부터 시작된 산행길.

곤히 잠들었는데 텐트 밖에서 들리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어요. 오전 2시, 벌써 정상에 가기 위해 다들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어요. 린자니 산은 보통 해가 뜨면 정상부에 구름이 몰려오기 때문에, 좋은 풍경을 보려면 해뜨기 전에 출발하는 게 좋아요. 정상에서 일출도 볼 수 있고요. 그래서 린자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졸린 눈을 비비며 우리 부부도 행렬에 동참했어요.  
운 좋게 날씨는 맑아서 위로는 은하수, 아래로는 마타람 시내의 야경을 보며 걸을 수 있었어요. 올라야 할 정상의 실루엣도 멀리서도 뚜렷이 보였고요. 출발 할 때는 분명 ‘저기까지만 가면 되겠구나!’라며 의욕이 충만했는데, 아무리 걸어도 가까워질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점점 지쳐만 갔어요. 분명 안내 책자에는 3시간이면 간다고 했는데 이건 쉬지 않고 빠르게 올라 갈 때의 시간인 것 같아요. 정상까지의 길은 한 발짝 올라가면 반 발짝 미끄러지는 화산재로 가득한 길이라 두배 힘들었어요. 그래서 보통 4~5시간은 잡고 올라야 하는 것 같아요. 설상가상으로 길 폭도 좁고 길 양옆으로는 끝을 알 수 없는 낭떠러지라, 발을 잘 못 디디면 큰일 나겠다 싶어서 조심조심 걸었어요. 
린자니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목격한 일출.

린자니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목격한 일출.

린자니 산에 대한 불만이 최고조로 치솟을 즈음, 어둠 속에 붉은 빛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어요. 일출이에요! 계획대로라면 정상에서 일출을 봐야 했지만, 정상이 아니면 어때요. 트레킹 시작하고 처음 보는 탁 트인 풍경에 감동해서 연신 카메라 셔터만 눌러댔어요. 이틀동안 안개와 어둠에 가려져 있던 린자니 산의 본 모습이 드러나니 새벽부터 쌓였던 피로가 사르르 녹아버렸어요.
해가 들기 시작하는 린자니산.

해가 들기 시작하는 린자니산.

드디어 린자니산 정상에 선 잼쏭 부부.

드디어 린자니산 정상에 선 잼쏭 부부.

일출을 보고 힘내서 오전 7시쯤에 린자니 정상(3726m)에 도착했어요. 새벽부터 걸어서 다리가 얼얼하고, 엄청난 풍경에 두 눈도 얼얼했어요. 린자니 산의 분화구 안에는 초승달 모양의 푸른 호수가 있어요. 바다의 아이(Child of the Sea)라는 뜻의 세가라 아낙(Gegara Anak) 호수에요. 인류 역사상 기록된 가장 큰 화산폭발인 사말라스(Samalas) 폭발로 생긴 호수인데, 활화산 내부의 칼데라 호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해요. 이 푸른빛 호수 속엔 샛노란 물줄기도 보이는데 호수 중심에 있는 기생화산인 바루자니 산(Gunnug Barujani)에서 흘러나오는 유황성분이 보이는 것이라고 해요. 화산 안의 작은 화산이라니, 난생 처음 보는 풍경이었어요. 이 작은 화산은 2016년 9월에 분화해서 지금도 모락모락 증기가 올라오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어요. 
린자니 산의 높이가 워낙 높다 보니 정상에 오르면 롬복 섬 전체가 다 내려다 보여요. 동서남북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서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크고 작은 섬도 어찌나 많은지, 왜 인도네시아가 섬의 나라인지 알 것 같더라고요. 롬복 섬 뿐만 아니라 저 멀리 바다 위로 볼록 솟은 아궁 산(3031m)도 보였어요. 그 옆으로는 얼마 전에 올랐던 바투르 산도 조그맣게 보이고요. 어제까지 머물던 길리 섬까지 내려다보이니, 이만한 전망을 누릴 곳이 없겠다 싶었어요. 
린자니산 정상은 날씨 변화가 급격하다. 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모습.

린자니산 정상은 날씨 변화가 급격하다. 구름이 몰려오고 있는 모습.

구름 위를 산책하는 기분이다.

구름 위를 산책하는 기분이다.

정상에서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기온도 낮고 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해서 서둘러 내려왔어요. 올라가는 데는 5시간 가까이 걸렸는데 내려올 땐 2시간이면 족했어요. 텐트사이트로 돌아오니 여기가 어제 잤던 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어둠 속에서만 봐서 이런 풍경인지 몰랐거든요.  
1박 2일 일정으로 온 사람들은 어제 왔던 길로 내려가고, 2박 3일이나 3박 4일 일정으로 온 사람은 호수로 내려가 1박을 더 지내고 세나루 마을로 하산 하게 되요. 호수 옆에는 호수의 유황성분이 흘러내려 와 생긴 천연온천도 있어서 정상에 가느라 수고한 발을 담그고 가기에도 좋아요. 
호수 옆으로 샘솟는 천연온천.

호수 옆으로 샘솟는 천연온천.

온천욕을 즐기는 여행객들.

온천욕을 즐기는 여행객들.

짧은 일정이었지만 인상 깊은 트레킹이었어요. 지역마다 자연환경도 많이 달라서 매일 다른 곳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날씨가 좋지 않아 대부분 안개 속을 걷긴 했지만 정상에서 바라봤던 풍경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린자니 산을 끝으로 저희의 인도네시아 여행은 이만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음 여행지에서 다시 만나요.
관련기사
 
정리=양보라 기자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북핵위기 심화 및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개소했습니다.
연구소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 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행사를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시각과 차별화된 이슈를 제시합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