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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외고·자사고 없어지면 어디갈까?…3명 중 2명은 '내신따기 좋은 일반고'

서울 주요 외고, 자사고의 교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원외고, 한영외고, 현대고, 휘문고.

서울 주요 외고, 자사고의 교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원외고, 한영외고, 현대고, 휘문고.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송모(44·서울 노원구)씨는 두 아이의 영어 학원을 옮겨야 할지 고민이다. 외국어고 진학을 목표로 하면서 더 전문적인 대형 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새 정부가 외고와 자사고를 폐지할거란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송씨 주변에는 "학군이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거냐"며 걱정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송씨는 “외고·자사고가 없어지면 아무 일반고나 갈지, 그나마 교육여건이 나은 강남 3구로 가야할지 새로운 고민이 시작될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교육부총리 후보자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지명되면서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한 김 후보자의 신념이 워낙 뚜렷해서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지난달 18일 서울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한 자사고 교장이 외고·자사고에 대한 의견을 묻자 “학부모 부담은 사립대 수준에 맞먹으면서 입시 예비고로 변질돼 불협화음을 자아낼 수 밖에 없다.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목고와 자사고에 비판적인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오른쪽)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이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고나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던 학생들은 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고교 선택에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특목고와 자사고에 비판적인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오른쪽)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외고·자사고 폐지 공약이 본격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외고나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던 학생들은 폐지가 현실화될 경우 고교 선택에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그렇다면 외고와 자사고가 없어질 경우 이들 학교에 진학하려던 학생들의 선택은 어떻게 바뀔까. 본지는 고교 선택의 변화를 예측해보기 위해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외고·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서울시내 학생·학부모 406명을 설문조사했다.
 
조사 결과 외고와 자사고가 없어진다면 66.7%는 ‘일반고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시내 22개 자사고와 6개 외고의 모집 정원은 지난해 기준 9727명으로 일반고 정원(5만8095명)의 16.7%다. 입시 전문가들은 서울 시내 중학교에서는 보통 한 학급에 4~6등까지 외고나 자사고에 간다고 본다. 이들 대부분이 일반고를 선택하면 상위권 학생들이 일반고에 분산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반면 응답자 중 19.7%는 전국 선발 자사고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전국 선발 자사고는 하나고(서울), 상산고(전북), 민족사관고(강원) 등 10곳으로, 해당 광역시·도에서만 뽑는 일반 자사고와 달리 학생 일부 또는 전체를 전국에서 선발한다. 
 
현재 교육계 안팎에서는 전국 선발 자사고보다 일반 자사고(전국 36곳)가 우선 폐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전국 선발 자사고는 존속하지 않겠냐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일부에서 나온다. 
 
 ‘어떤 일반고를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는 가장 많은 27.9%가 ‘내신 관리가 수월한 곳’을 꼽았다. ‘명문대 입시 실적이 좋은 곳’(20.4%)이나 ‘우수 학생이 많은 곳’(13.2%)보다는 내신 성적을 쉽게, 좋게 받을 수 있는 일반고를 택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대입에서 학생부 위주로 선발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있다. 중학교 1학년 학부모 김모(48)씨는 “외고나 자사고는 학습 분위기가 좋고 입시 경쟁력이 있다는 믿음이 있지만 일반고에는 그런걸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렇다면 내신 경쟁이 쉬운 학교를 고르는 게 대입에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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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때문에 우수 학생들이 강남지역의 일반고로 몰려가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외고·자사고가 없어질 경우 강남 등 이른바 ‘교육특구’ 지역으로 가겠다는 응답은 26.2%에 그쳤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일반고가 경쟁력을 되찾아 좋은 일반고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때까진 어느 학교가 유리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외고·자사고 폐지 초기에는 학교 선택을 둘러싼 혼란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외고ㆍ자사고 폐지가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단지 몇개 학교를 폐지하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없다. 외고 대신 내신 받기 쉬운 일반고에 간다는 것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 교장은 "일반고들에 교육과정 편성 자율권을 주고 학생들이 대학처럼 일반고를 선택할 수 있는 ‘일반고 경쟁시대’를 열어야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남윤서·정현진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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