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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셋 낳고 한 명 더…250km 사막 마라톤 완주한 45세 외벌이 가장의 용기있는 도전

 “집사람이 대뜸, 지난밤 꿈에 남편이 아기를 가져와서 안겨줬대요. 제가 천사랑 결혼한 거 맞죠.(웃음)”
 
 저출산이 유행처럼 번지는 시대. 이신형(45)씨는 네 아이의 아빠다. 결혼 14년 차 아내와의 사이에 가은(13ㆍ여), 여은(11ㆍ여), 은결(9) 삼남매를 낳고 그도 모자라 지난해 10월 막내 은겸(2) 군을 입양했다. 몸이 약해 더는 출산이 무리였던 아내는 지난해 4월 이씨가 어렵게 입양 얘기를 처음 꺼내자 거짓말처럼 꿈자리를 읊었다. "꿈에서 당신이 준 아기를 받아들고 기분이 너무 좋더라"는 고백과 함께다. 예지몽(豫知夢)이었을까. 한 달 뒤 부부는 넷째 입양을 결정했다.
 
이신형 라이나생명 영업기획부 이사가 집에서 넷째 은겸(2) 군을 안고 찍은 가족 사진. 가은(13ㆍ여), 여은(11ㆍ여), 은결(9) 삼남매와 아내 모두 표정이 밝다. [이신형 씨 제공]

이신형 라이나생명 영업기획부 이사가 집에서 넷째 은겸(2) 군을 안고 찍은 가족 사진.가은(13ㆍ여), 여은(11ㆍ여), 은결(9) 삼남매와 아내 모두 표정이 밝다. [이신형 씨 제공]

 
자녀 한둘도 버겁다는 부모가 많다. 서울 중계동 서른 두 평 전셋집에 사는 외벌이 부부는 왜 굳이 넷째를 입양한 걸까. “결혼할 때부터 애가 넷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입양을 결심하고 아이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얻은 게 너무나 많아요.” 입양은 새 가족을 맞는 일이다. 이씨 부부는 은겸이가 오기까지 5달 가량을 할애해 차분히 준비를 했다. 복지기관을 선택하고, 정부에서 해주는 교육을 이수하고, 입양 선배 부모들을 만나 크고 작은 경험담도 들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막냇동생을 데려오는 것에 세 아이의 진정한 동의를 구하는 일이었다. “처음 얘기를 꺼냈을 땐 ‘엄마 아빠가 힘들어져서 싫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당장 해결될 일은 아니었죠. 두 달에 걸쳐 아이들과 진솔한 대화를 이어간 끝에 마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씨는 “입양 설득 과정에서 애들한테 오히려 많이 배웠다”고 했다. “아이는 부모 생각보다 훨씬 속이 깊은 어른입니다. 가정사를 걱정하고, 부모의 고민까지 다 헤아리고 있길래 ‘그동안 내가 자식들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을 했어요.”
 
 소통은 가정 내에서 일상적으로 간과된다. 은겸이가 온 것을 계기로 이씨네는 가은, 여은, 은결이가 초등·중학교를 졸업할 때마다 엄마 또는 아빠가 번갈아가며 자녀와 단 둘만의 여행을 떠나기로 계획을 세웠다.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기관에 제출할 은겸이의 ‘양육 계획서’를 쓰다 깨달음을 얻은 게 계기가 됐다. “애 셋을 키우면서 한 번도 이렇게까지 고민해 본 적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에게 내 의견을 가르칠 줄만 알았지 아이 얘기를 전적으로 듣고 동의해 준 적은 별로 없었더라고요.”
 
 이씨는 스스로 “부자가 아니다”고 했다. “양육비 많이 안 드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보험업에 몸담은지 올해로 18년째. 중견 보험사인 라이나생명에서 영업기획부 이사로 일하고 있다. 중간에 유학을 다녀오긴 했지만 남들이 말하는 ‘금수저’와는 거리가 멀다는 게 이씨 주장이다. “결혼하고 무일푼으로 시작했습니다. 유학 때 학비 일부를 지원받은 뒤로는 집에서 도움을 안 받았죠. 전셋값(3억 5000만원) 다 모았고, 차도 샀고, 학교도 다녔으니 하고싶은 건 다 한 셈이지만…. 솔직히 쉽진 않네요.” 남의 도움 없이 애 넷 키우기가 힘들만도 하다. 든든한 건 막내 양육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누나, 형들이 있다는 점이다. “은겸이는 애들이 다 봐줘요. 분유를 서로 먹이겠다고 해서 말려야 할 정도죠. 진정한 ‘가족양육’이라고 할까요.”
사하라사막마라톤은 7일 동안 필수장비만 가지고 사막을 달리는 마라톤대회이다. 세계 각국의 프로·아마추어 마라토너 200~300여명이 매년 출전한다. [사진 이신형 씨 제공]

사하라사막마라톤은 7일 동안 필수장비만 가지고 사막을 달리는 마라톤대회이다. 세계 각국의 프로·아마추어 마라토너 200~300여명이 매년 출전한다. [사진 이신형 씨 제공]

 
 육아의 짐을 덜어주는 아이들 덕분이었을까. 여섯 식구의 가장은 지난달 7박 8일간 사막을 뛰었다. 자식 넷을 책임지는 아빠로서 자신에 대한 극한 도전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올해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열린 ‘사하라 사막마라톤(Sahara Race)’에는 한국인 13명이 출전했다. 무게 15㎏이 넘는 배낭을 메고 밤낮없이 총 6개 구간 약 250㎞를 달리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험한 마라톤’으로 알려진 대회다. 평균 완주율은 50~60%선. 이씨는 올해 참가자 103명 중 54위로 완주에 성공했다.
 
 “하루에 80㎞를 뛰어야 했던 날, 섭씨 45도까지 지열이 올라와 한 차례 쓰러질 뻔 한 적이 있었어요. 40㎞ 체크포인트에 도착해 20분 정도 쉬고 다시 일어났는데 애들 생각하며 끝까지 버텼죠.” 참가자 20여명이 중도 하차한 날이었다.
 
사하라사막마라톤 출전자는 아프리카 내 국립공원 등 희귀한 생태 명소에서 대자연과 함께 자신과의 싸움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이신형 씨 제공]

사하라사막마라톤 출전자는 아프리카 내 국립공원 등 희귀한 생태 명소에서 대자연과 함께 자신과의 싸움을 경험할 수 있다. [사진 이신형 씨 제공]

 
가족은 힘이다. 일행들과 떨어져 끝없는 모래언덕을 4시간씩 걷는 와중에도 이씨는 한국에서 응원하는 아이들 얼굴을 떠올렸다고 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호텔에 돌아와 한국에 전화를 하니 아내가 ‘독하네’ 하더군요.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준 것만으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넷째 입양에 사막 마라톤까지. 고생을 사서 하는 게 취미냐는 질문에 그는 “용기를 내 목표를 설정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삶의 가장 귀중한 경험”이라는 정답지를 읊었다.
 
완주에 성공한 이씨. 사하라사막마라톤은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인내를 필요로 하는 대회(one of the Top 10 Endurance Competitions)로 6개 구간을 달린 시간을 합산애 시간이 가장 짧은 개인 혹은 팀을 우승자로 결정한다. [사진 이신형 씨 제공]

완주에 성공한 이씨. 사하라사막마라톤은 타임지에서 선정한 세계 10대 인내를 필요로 하는 대회(one of the Top 10 Endurance Competitions)로 6개 구간을 달린 시간을 합산애 시간이 가장 짧은 개인 혹은 팀을 우승자로 결정한다. [사진 이신형 씨 제공]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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