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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랭·본·대] A학점 후한 한양대·서울대, 학점 짠 대학은?

한양대 전경.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한양대는 교양 강의 학점이 가장 후한 대학이다. 지난해 1,2학기 교양 강의 수강생 중 51.6%가 A학점을 받았다. [중앙포토]

한양대 전경.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한양대는 교양 강의 학점이 가장 후한 대학이다. 지난해 1,2학기 교양 강의 수강생 중 51.6%가 A학점을 받았다. [중앙포토]

‘쁠몰’‘장미칼’‘양민 학살’… 요즘 대학생이 즐겨쓰는 단어입니다. 뜻이 궁금하시다고요? 쁠몰은 같은 A학점이라도 'A-'보다 'A+'를 많이 주는 강의, 장미칼은 주부 사이에 잘 들기로 소문난 같은 이름의 칼처럼 깐깐하게 학점을 주는 강의를 뜻합니다.
 
‘학점 양학(양민학살)’이라고도 부르는 양민 학살은 이미 뛰어난 능력을 갖춘 학생들이 좋은 학점을 받으려 기초 수준의 강의에 몰려드는 탓에 정작 그 수업이 필요한 다른 학생은 CㆍD를 받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 말입니다. 중국어가 유창한 학생이 A를 따기 위해 기초 중국어 강의를 듣는 식이죠.
 
서울대 정문. 대학 정보 공시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해 1,2학기 전공 강의를 수강한 학생 중 절반 넘는 학생(55.2%)이 A를 받았다. 전국 대형 대학(5000명 이상)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중앙포토]

서울대 정문. 대학 정보 공시에 따르면 서울대는 지난해 1,2학기 전공 강의를 수강한 학생 중 절반 넘는 학생(55.2%)이 A를 받았다. 전국 대형 대학(5000명 이상)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중앙포토]

요즘 대학생들은 학기초 수강 신청 기간이면 ‘쁠몰’을 찾고, ‘장미칼’과 ‘양민학살’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곤 합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취업난, 학점을 ‘스펙’ 삼는 기업 관행 때문에 캠퍼스의 낭만 대신 학점 경쟁에 몰두하고 있는 서글픈 현실입니다.   
 
그런데 대학마다 A·B·C·D·F를 받는 학생 비율이 꽤 차이난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매년 대학정보공시 사이트(대학알리미)를 통해 대학별 ‘성적 평가 분포’ 현황을 공시합니다. 
 
이 자료를 활용해 재학생 5000명 이상인 117개 4년제 대학(교대 등 제외) 중 지난해 1, 2학기 교양·전공 강의에서 A학점(A+·A0·A-)를 받은 학생의 비율이 높은 대학과 낮은 대학을 살펴봤습니다. 

지난해 1,2학기 교양 강의를 수강한 학생 중 A학점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양대 서울캠퍼스입니다. 재학생 5000명 이상 대학 중 유일하게 교양 과목 수강생의 절반 이상(51.6%)이 A를 받았습니다. 서울대(49.2%), 연세대 원주캠퍼스(43.5%), 고려대 안암캠퍼스(40.2%) 등 3개 대학은 교양 강의를 수강한 학생 열명 중 네명 이상이 A를 받았네요.
 
 반면 A를 받은 학생 비율이 꽤 적은 대학도 많습니다. 대구한의대(16.9%), 목원대(17.9%), 상지대(18.7%) 등 3곳은 A를 받는 학생이 다섯 명 중 한 명에도 못 미칩니다.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한양대 서울)과 낮은 대학(대구한의대)의 격차가 34.7%p에 이릅니다.
 

그럼 전공 강의는 어떨까요? 전공 강의를 이수한 학생 중 A를 받은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서울대입니다. 전공 강의 수강생 중 절반 이상(55.2%)이 A를 받은 유일한 대학입니다. 고려대 안암캠퍼스(48.5%), 강원대 제2캠퍼스(46.3%), 강원대 본교(45.1%), 연세대 서울(44.1%), 한국해양대(44.0%), 한양대 서울(43.4%), 한양대 ERICA(43.0%), 성균관대(40.0%), 부경대(40.0%)도 수강생 다섯 명 중 두 명 이상에게 A를 줬습니다.  
 
 전공 강의도 대학 간 격차가 심하긴 마찬가지입니다. 목원대(20.6%), 상지대(21.2%), 대구한의대(22.3%), 남서울대(24.5%) 등은 전공 강의를 들은 학생 중 A를 받은 비율이 넷 중 한 명에 불과합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을텐데요. 학점이 후한 학교, 학점이 박한 학교를 들여다보면 A를 많이 주는 학교는 주로 서울 소재의 대형 대학이나 이들 대학의 분교, 아니면 국립대들입니다. 반대로 A가 적은 대학은 ‘비(非) 서울’의 사립대인 경우가 많은데요.
 
  대학들을 설립 유형(국공립ㆍ사립), 소재(서울ㆍ‘비서울’)로 나눠보면 보다 확연히 드러나죠. 교양 강의에서 A학점을 받은 학생 비율을 보면 서울 소재 대학은 34.5%, 비서울 대학은 28.5%로 6%p 정도 차이납니다. 국공립대(32.1%), 사립대(29.4%) 간의 차이도 확인할 수 있죠. ‘비서울 사립대’는 교양 강의(27.3%), 전공 강의(30.6%) 모두 A학점 비율이 전체 대학 평균(30%, 33.3%) 보다 낮습니다.   
본지(2010년 5월 1일 18면)에 소개된 대학들의 '학점 인플레' 개선 노력. 2000년대부터 대학들에 만연한 '성적 거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본지(2010년 5월 1일 18면)에 소개된 대학들의 '학점 인플레' 개선 노력. 2000년대부터 대학들에 만연한 '성적 거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비서울 사립대 학생은 확률적으로 좋은 학점 받기가 더 힘들다는 건데요. 여기엔 ‘사연’이 있습니다. 2000년대부터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 중 하나가 대학의 ‘학점 인플레’였습니다. 대학들이 취업에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학생들에게 점수를 잘 주다 보니 변별력이 떨어져 기업이 대학 학점을 불신한다는 비판이었죠.  
 
 거듭되는 비판에도 이러한 관행이 개선되지 않자 2013년 교육부가 ‘칼’을 빼들었습니다. 재정 지원에 관련된 각종 정부 평가에 지표로 포함됐던 ‘학사관리(성적처리)’의 배점을 높인건데요. 물론 이 지표엔 ‘성적(학점) 분포의 적정성’을 따지는 항목이 있고요.
 
 평가 결과에 따라 수십억원의 정부 지원이 중단될 수 있는 상황이라 대학들은 부랴부랴 ‘학점 다이어트’에 나섰습니다. 특히 재정 상황이 어렵거나, ‘부실’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학교 존립에 치명타를 입는 지역 사립대들이 적극적이었죠. 학사관리 규정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고치고, AㆍB학점 비율을 줄이고, 재수강을 제한하는 대학들이 늘었죠.  
본지 2014년 1월 6일 12면에 게재된 기사. 교육부가 각종 평가에 학사 관리 지표의 배점을 높이자, 대학들이 학점 관리에 나섰던 상황을 전하고 있다.

본지 2014년 1월 6일 12면에 게재된 기사. 교육부가 각종 평가에 학사 관리 지표의 배점을 높이자, 대학들이 학점 관리에 나섰던 상황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엔 ‘온도 차’가 있었습니다. 서울의 대형 대학, 지역 국립대 중엔 이같은 학사관리 강화 방침을 사실상 따르지 않는 학교가 많았습니다. 한편으론 교수·학생의 거센 반발을 의식했고, 다른 한편으론 학사관리 지표에서 점수를 잃어도 다른 지표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으니까요.
 
 서울에 있는 대형 대학이나 국공립대가 A학점을 많이 주는 데 비해 ‘비서울’ 사립대는 적게 주는 데엔 이런 대학 사정이 반영된 겁니다. 논란이 됐던 ‘성적 분포의 적정성’ 항목은 2015년 시행된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선 제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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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입 수능, 고교 내신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엄격한 상대평가가 학습 의욕을 높인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시험을 위한 공부’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대학의 학점제도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대신 수업의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하지 않을까요. 대학, 교수, 학생들이 함께 지혜를 모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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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성 기자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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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