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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한달]④'盧·文의 책사' 이정우 “대통령이 왜 일자리위원장 맡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9일로 한 달이 됐다. 중앙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 모두 멘토로 여기는 송기인 신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인사들에게 문재인 정부의 한 달에 대해 들어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이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추도식”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다시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④ '盧·文의 정책브레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노무현정부의 초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명예교수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도왔다. 이번 대선에서는 직접 캠프에 들어가 돕지는 않고, 외곽에서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문 대통령의 한 달을 평가해달라’는 말에 “문 대통령의 전체적으로는 잘하고 있다. 지지율이 너무 높아서 걱정일 정도다"라고 칭찬하면서도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이정우 교수(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이정우 교수(왼쪽)와 문재인 대통령.

 
그는 "대통령 직속에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한 것은 잘한 일이나 문 대통령이 직접 일자리위원장을 맡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면서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해 숫자를 매일 점검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 경우 부처 공무원들이 숫자에 대한 압박감을 받아 일을 그릇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었다. 일자리 정책은 멀리 보고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이 명예교수의 조언이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어떻게 지켜봤나.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굉장히 높다. 거의 80%에 달하는 지지율이 나오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은 유공자 자녀를 공개적으로 위로하는 등 감동적인 장면을 많이 보여 왔다. 대통령이 감동을 준 경우가 별로 없는데, 대통령이 감동을 주니까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 대통령이 박수를 받다보면 자칫 너무 그쪽으로만 갔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소홀할 까봐 걱정이다. 중요한 것은 정책과 제도를 바꿔서 구조적으로 사회를 바꿔 나가는 것이다. 차분히 정책과 제도를 바꿔나가면 좋겠다.
 
취임 직후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새 정책을 내놓기도 했는데.
대통령이 일자리 대통령 되겠다고 말 한 건 좋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 만든 것도 잘했으나, 일자리 위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맡는 것은 찬성할 수 없다. 민간인이 맡겨서 열심히 일하게 하고, 가끔 대통령이 보고받고 의견을 제시하는 식으로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문 대통령이 직접 위원장을 맡는 것은 대단히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인데,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더군다나 청와대에 상황판을 설치해 숫자를 매일 같이 점검한다? 그렇다면 부처 공무원들이 숫자에 대한 강한 압박감을 받게 된다. 그려면 단기간에 일을 해치우려 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 일자리의 경우 멀리 보고 제대로 일을 해야 하는데, 그걸 방해할 것 같다.
 
이정우 명예교수가 제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종합1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정우 명예교수가 제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종합1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개혁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최순실 국정 농단 특별검사팀’의 윤석열(57) 수사팀장을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한 건 마음에 든다. 아주 잘했다. 인적 청산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이제 검경 수사권 등 제도적 문제를 고쳐서 검찰개혁을 완성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정권 초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이 일었는데.
사드 도입은 (전 정권에서) 너무 성급했고 과정도 불투명했다.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 탓에  불필요하게 강대국 싸움에 말려들어가는 느낌이다. 종합적 판단을 새로 해야 한다. 사드 범정부합동TF팀을 구성한 것은 잘한 일이다.
 
초기 인선 과정에서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수위원회가 없었기 때문에 예고된 잡음이었다. 문 대통령도 사전에 준비했어야 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은 매우 참신한 인사였다. 칭찬해 주고 싶다. 다만 국회가 너무 심하게 성인군자를 뽑는 식으로 인선을 동의해주지 않아 걱정이다. 그런 식으로는 누구도 통과 못할 것 같다.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이정우(왼쪽) 경제민주화 위원장이 금융피해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18대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와 이정우(왼쪽) 경제민주화 위원장이 금융피해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함께 일하던 노무현정부 청와대에서의 문 대통령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달라.  
어렵고 중요한 질문이다. 제가 본 참여정부 때의 문재인 대통령은 대단히 정의감 있고 과단성이 있다고 봤다. 지금 대통령 된 문재인은 과단성 있는 행동도 많이 했으나, 좀 너무 균형과 조화, 탕평을 추구하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노무현 대통령도 과단성 있는 사람인데, 대통령을 하는 동안은 과단성이 좀 부족했다고 본다. 성공을 더 할 수 있었음에도 좀 부족하게 가게 된 원인이라고 본다. 정권 초는, 특히 첫해는 전면 개혁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탕평은 나중에 하고, 먼저 개혁으로 가야 한다.  
 
문 대통령은 ‘책임총리’를 구현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제에서 ‘책임총리’는 불가능한 개념이다. 경험 상 청와대와 총리실의 공존 자체가 비효율적이다. 총리실을 굳이 따로 분리에 그 밑에 250여명의 직원을 두고 정책을 조정하는 것 자체가 낭비다. 총리실에서 조정한 건을 다시 청와대에서 조정하다보면 혼선도 빚어진다. 부통령을 런닝메이트로 뽑아서 대통령실에 두고 총리의 일을 맡기는 게 더 효율적이다. 그런 면에서 내각책임제로 가는 것도 찬성이다. 
 
문 대통령에게 조언을 한다면.
지금 아니면 개혁을 못한다. 그런데 너무 개혁과 거리가 먼 사람들을 인선하는 면도 없지 않다. 지금은 박수받겠지만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길 것이다. 탕평을 해서 제대로 개혁을 못한 참여정부 시절을 문 대통령은 학습했을 텐데,.누구보다도 그때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 왜 노무현 대통령과 비슷하게 가는지, 오히려 노 대통령 때보다도 더 탕평으로 가거나, 그런 모습을 보여서 우려스럽다.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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