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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국장직 유지하고 싶은가” 트럼프는 면전서 협박했다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증언이 미국 정가를 강타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앞서 사전 공개된 코미 국장의 모두 발언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 중단과 자신에 대한 ‘충성’을 명시적으로 요구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CNN 방송은 “코미의 폭탄급 폭로”라고 평가했다. 인터넷 경제매체 쿼츠는 “이 문서는 마치 중편소설 같고, 영화 ‘대부’에 나올 법한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청문회 출석 하루 전에 제출한 서면증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에게 FBI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으냐고 물으면서 “나는 충성을 원한다. 충성을 기대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FBI 수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충성 요구 자체로도 논란이 된다. [AFP=연합뉴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청문회 출석 하루 전에 제출한 서면증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에게 FBI 국장직을 유지하고 싶으냐고 물으면서 “나는 충성을 원한다. 충성을 기대한다”고 말한 부분이다. FBI 수사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충성 요구 자체로도 논란이 된다. [AFP=연합뉴스]

이에 따르면 코미는 2017년 1월 6일 뉴욕 트럼프타워 회의실에서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를 처음 만난다. 이날 코미는 트럼프와 러시아 매춘부의 관계 등을 담은 전 영국 정보요원의 메모와 관련된 브리핑을 했다. 메모는 트럼프가 2013년 모스크바의 한 호텔방에서 매춘부와 있었고, 이 사실을 러시아 정보기관이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코미는 트럼프와의 대화를 기록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는 트럼프타워를 나가자마자 밖에 세워둔 FBI 차량에서 노트북에 타이핑하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코미는 트럼프와 1대1 대화를 한 직후 매번 기록했다. 코미는 “트럼프와 4개월 동안 나눈 아홉 번의 대화를 모두 기억해낼 수 있다”고 적었다.
 
4개월간 트럼프와의 9번 대화 모두 기록
 
1월 27일 트럼프는 코미를 백악관 그린룸의 저녁식사에 초대했다. 단둘의 만찬이었다. 여기서 트럼프는 “FBI 국장으로 계속 일하길 원하느냐”고 물었다. 또 “많은 이가 당신 자리를 원한다. 당신이 지난해 힘들었던 것을 보면 스스로 떠나고 싶다 해도 이해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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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는 트럼프에게 “나는 내 일을 사랑하고, 10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싶다. 나는 정치적으로 어느 편에도 서 있지 않다”고 답했다. 코미는 당시의 심경을 “만찬 참석자가 단둘밖에 없었고, 그것도 내 직책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최소한 부분적으로라도 내가 (그에게) 자리를 간청하도록 하는 일종의 ‘후원 관계(patronage relationship)’를 조성하려는 것으로 느꼈다”며 “FBI 국장은 전통적으로 독립적인 지위를 부여받았기 때문에 (혹여 그렇지 않게 될까) 크게 걱정됐다”고 털어놓았다. 코미에겐 트럼프의 언급이 자리를 미끼로 충성을 요구하는 은근한 협박이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뒤 다시 “난 충성심을 요구한다. 충성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미는 당시를 “어색한 침묵 동안 난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표정을 바꾸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저 침묵 속에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고 묘사했다.
 
코미는 이후 트럼프에게 FBI와 법무부가 백악관으로부터 독립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렇지만 트럼프는 만찬이 끝나갈 즈음 다시 충성심 얘기를 꺼냈다. 그는 “나는 충성심을 필요로 한다”고 재차 말했고, 이에 코미는 “나는 언제나 정직할 것”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잠시 뜸을 들인 뒤 “그게 내가 바라는 것이다. 정직한 충성심(honest loyalty)”이라고 했다. 코미는 “당신은 내게서 그것(정직한 충성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2월 14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오벌 오피스. 트럼프는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한 측근들에게 잠시 자리를 비켜 달라고 했고, 집무실엔 트럼프와 코미 단둘만 남았다. 이날은 러시아 스캔들의 몸통으로 지목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한 다음 날이었다.
 
트럼프는 플린 얘기를 꺼냈다. 코미에게 “그는 좋은 남자고, 너무 많은 일을 겪어 왔다”며 “러시아와의 전화 통화에서 잘못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난 당신이 플린을 놔주기를 바란다”며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 코미는 수사에서 손을 놓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 그저 “그는 좋은 남자다”고 동의했다.
 
코미는 독립적인 수사기관인 FBI의 역할을 생각할 때 이 대화를 매우 우려스럽게 여겼다. 그는 직후 관련 메모를 작성한 뒤 FBI 고위 관계자들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3월 30일 FBI에 있던 코미에게 트럼프의 전화가 걸려 왔다. 트럼프는 “나는 러시아와 아무 관련이 없다. 러시아 매춘부들과 관련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러 먹구름 걷을 방법 없나” 묻기도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스캔들로 사임한 뒤 코미 당시 FBI 국장과 독대했다. 밑줄은 트럼프가 “수사에서 손을 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코미의 증언이다. 다만 수사 중단을 명령한 것은 아니기에 사법방해인지는 논란거리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 스캔들로 사임한 뒤 코미 당시 FBI 국장과 독대했다. 밑줄은 트럼프가 “수사에서 손을 떼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코미의 증언이다. 다만 수사 중단을 명령한 것은 아니기에 사법방해인지는 논란거리다. [AFP=연합뉴스]

그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임기 초반 그의 국정 역량을 손상시키는 “먹구름(cloud)”으로 묘사했다. 그러면서 “‘먹구름’을 걷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코미는 “우리는 수사를 최대한 빨리 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의회 청문회에 대해 물었고, 코미는 트럼프를 개인적으로 수사하지 않고 있음을 의회 지도자들에게 알렸다고 전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그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그 먹구름’이 미국을 위해 일하는 나의 능력을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이날 대화를 마무리했다.
 
4월 11일 아침. 트럼프는 코미에게 전화해 “내가 당신에게 매우 의리가 있기 때문에 ‘그러한 일(that thing)’이 있었다”고 말했다. 코미는 ‘그러한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트럼프와 코미의 마지막 대화였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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