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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치매 의료비부담 90% 보장한다지만..다른 질환과 형평성 논란 우려

서울 노원구치매지원센터는 구내 노인을 대상으로 미술·꽃꽂이·요리 등 다양한 치매 예방·치료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치매지원센터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경쟁률이 높다. [사진 노원구치매지원센터]

서울 노원구치매지원센터는 구내 노인을 대상으로 미술·꽃꽂이·요리 등 다양한 치매 예방·치료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치매지원센터는 적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어 경쟁률이 높다. [사진 노원구치매지원센터]

 문재인 대통령의 ‘치매 국가책임제’ 정책에 따라 연내 치매 환자의 의료비·요양비 부담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의료비는 병원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요양비는 요양시설(요양원)이나 가정방문요양서비스 비용을 말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서울요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치매 치료비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10% 이내로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맞춰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달 안에 구체적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복지부는 환자 부담을 10%로 줄이기 위해 치매를 의료비 ‘산정 특례’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다. 일반적으로 외래 진료를 가면 진료비의 30~60%를, 입원하면 20%를 환자가 부담한다. 예외가 산정 특례다. 5% 또는 10%만 부담한다. 대표적 산정 특례가 암·심장병·뇌질환·희귀난치병 등 4대 중증질환이다. 그외 만성신부전증·혈우병·장기이식·중증화상(외상) 이 있다. 암·심장병·뇌질환·중증화상(외상)은 5%, 그외는 10%를 부담한다.
경북의 한 마을회관. 인지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한 노인들이 매서포터즈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색종이를 오려 복주머니를 만들고 있다. [중앙포토]

경북의 한 마을회관. 인지치료 프로그램에 참가한 노인들이 매서포터즈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색종이를 오려 복주머니를 만들고 있다. [중앙포토]

 그런데 그동안 특례제도를 두고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정 질환 위주로 정책을 하다 보니 거기에 들지 못하는 환자들의 불만이 거셌다.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 위주의 보장 방식을 ‘정치적 상품’으로 포장했다. 네 가지 질환 보장에 2012년에만 건보재정 7조4365억원(환자 약 157만 명)을 썼고, 지난해에는 11조1684억원(약 195만 명)으로 늘었다. 이 덕분에 전체 의료비 중 4대 중증질환의 건보 보장률이 77.7%에서 지난해 80%까지 올라갔다. 반면 전체 질환의 보장률은 63% 안팎에서 거의 변동이 없다.
 
 이 때문에 수발 부담을 덜어주는 요양 비용 지원 정책은 맞지만 의료비 특례 대상에 치매를 추가하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협회 대표는 “ 4대 중증질환 중심의 의료보장 정책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특정 질환 중심으로 한정적 보장을 하는 방식에서 탈피해 부담이 큰 질환을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방식으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나마 특례 대상 질환은 중증이거나 치료가 힘든 난치병이어서 어느 정도 산정 특례 적용의 타당성이 있었다. 전체 보장률을 한꺼번에 끌어올리기 힘들어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는 논리였다.

 
 하지만 치매가 이런 질병에 속하는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연간 건보진료비(2015년)가 1000만원 넘는 980개 질환의 환자 1인당 평균 부담을 따지면 혈관성 치매가 616만원으로 49위, 알츠하이머 치매가 609만원으로 54위다. 치매 의료비 부담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이보다 많거나 비슷한 병이 하반신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고혈압 등 수두룩하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교수는 “치매에 특례를 적용하면 고혈압·당뇨 같은 만성병 환자의 불만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치매는 치료법이나 치료약이 아직 없다. 현재로선 진행 속도를 늦추는 약만 있다. 월 약값이 3만~6만원이다. 또 수술 같은 큰돈이 들 만한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도 부담이 수백만원대가 되는 건 요양병원 같은 곳에 장기입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요양병원 환자의 부담금이 약 300만원으로 나머지 환자의 10배에 달한다. 장기 입원한 치매 환자 중에는 퇴원해도 갈 데가 마땅하지 않은 '사회적 입원' 환자가 섞여 있다. 게다가 장기 입원 비용을 산정 특례 적용하는 게 거의 없다. 현재 뇌질환·심장병도 수술 후 1개월까지만 산정특례를 적용한다. 1개월 후 재활이나 질병 유지기간의 입원 비용은 적용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꼭 필요한 치매 환자만 선별해 특례를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공약에 환자 부담 10% 이하라고 숫자를 제시함으로써 변경하기 어려워졌다”며 “특례를 적용하려면 중증으로 제한하는 등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의료관리학) 교수도 “중증이면서 의학적 필요성이 높은 환자로 제한해서 특례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자칫 요양병원 입원을 늘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치매 부담의 핵심은 의료비보다는 수발이다. 이 때문에 가족이 환자와 동반 자살하는 ‘간병 살인’이 끊이질 않는다. 가족들의 수발 부담이 요양병원 장기 입원의 원인이기도 하다. 장기 입원 환자 중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받지 못해 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도 있다. 문 대통령 약속대로 요양등급 기준을 완화할 경우 요양병원 장기 입원 환자들이 요양시설로 옮기기가 쉬워진다. 입원 비용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또 문 대통령은 요양시설 이용료 환자 부담금 상한제(일정액까지만 환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장기요양보험이 내는 제도) 도입을 약속했는데, 이는 수발 비용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서울대병원 권용진 교수는 “치매 환자에게 장기요양보험 등급을 늘리고 주간보호시설, 공동생활가정, 치매형 요양시설 같은 인프라를 늘리는 게 의료비 보장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정형선 교수도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어정쩡한 역할을 분명하게 정리하고 의료비 지원보다는 돌봄 지원에 주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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