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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트럼프, 미국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 백지화 쉽지 않을 것"..로버트 스타빈스 하버드대 교수

1일 제주포럼에 참석한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로버트 스타빈스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1일 제주포럼에 참석한 미국 하버드 케네디스쿨의 로버트 스타빈스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을 예측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트럼프 정부가 미국의 기존 미국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백지화하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배출권 거래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클의 로버트 스타빈스(60)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여파를 이렇게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미 미국 내에서도 풍력이나 태양광 부문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진 상태이기때문에 반발이 심하고,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와 동아시아재단, 중앙일보가 주최한 제주포럼(5월 31일~6월 2일) 참석차 제주를 찾은 스타빈스 교수를 1일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은 인터뷰 직후 나왔다.
다음은 일문 일답. 
 
파리기후협정의 의미는 무엇인가.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됐고, 지난해 11월 발효된 파리기후협정은 2020년부터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도 의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도록 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평균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선진국들만 참여하는 교토의정서의 경우 전 세계 국가의 14%만 참여한 반면 파리 기후협정에는 전 세계 97%의 국가가 참여했다. 파리 협정을 통해 지난 20년 간의 기후변화 협상 과정에서 획기적인 계기가 마련됐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행동을 취할 것으로 보는가.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한다 해도 당장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 파리협정에 따라 발효 후 3년 간 가입국은 마음대로 탈퇴할 수가 없고, 탈퇴 선언 후에도 1년 간 공지기간을 둬야 하기 때문에 완전 탈퇴까지는 4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재협상을 통해 미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낮은 수준으로 바꿀 수도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105년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2005년 수준에서 26~28% 줄이겠다는 내용의 감축안을 UN에 제출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는 유엔 기후변화협약이나 파리협정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미국 대표단의 규모를 줄이거나, 참석자의 직급을 낮추는 방법으로 국제 협상에 힘을 빼려들 수도 있다.”
스타빈스 교수가 1일 오후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제주포럼의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녹색협력의 새로운 기회'세션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주포럼]

스타빈스 교수가 1일 오후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제주포럼의  '동북아 슈퍼그리드와 녹색협력의 새로운 기회'세션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사진 제주포럼]

미국이 파리협정에 이어 유엔 기후변화 협약(UNFCCC)에서 아예 탈퇴할 가능성도 있는가.
“공화당 출신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협약에 서명했고, 상원에서 비준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인 197개국이 가입한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미국이 탈퇴하는 것은 사실 트럼프로서도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파리 협정 탈퇴로 미국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 같은가.
“향후 3년 동안 미국 내 기후변화나 환경정책이 어느정도 바뀌기는 하겠지만, 큰 변화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의 행정 시스템이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또 미국 내에서도 다양한 견제 장치가 도입돼 있어서 규제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은 상태다. 여러 부처나 의회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 더욱이 태양광이나 풍력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백지화하기는 쉽지 않다. 소송에 휘말릴 소지도 많다. 또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서쪽 태평양 연안의 주들이나 북동지역의 주들처럼 민주당 지지가 강한 지역에서는 기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트럼프가 이끄는 연방정부와의 대립이 빚어질 수도 있다.”
 
바뀐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바뀔 것으로 보는가.
“석탄화력발전을 억제하는 청정발전 계획이 수정되면서 천연가스나 신재생에너지, 원전 등에 대한 투자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부추기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 가전제품이나 공장 설비에 대해 강화된 에너지 효율 기준 적용이 늦춰질 수도 있다.”
 
미국의 탈퇴로 파리기후협정이 국제 사회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은 없나.
“트럼프 정부가 탈퇴하더라도 국제 사회는 일단 파리기후협정을 원래대로 이행하려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할 경우 장기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신흥공업국들의 연쇄 탈퇴가 우려되지만 당장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미국과 공동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원했지만, 미국이 탈퇴한다면 온실가스 감축분야에서 단일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대해서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도도 변함없이 감축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1일 제주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는 스타빈스 교수.[사진 제주포럼]

1일 제주포럼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는 스타빈스 교수.[사진 제주포럼]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2015년 도입)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한국 정부는 황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배출권 거래제를 수도권에서 지역 공단주변 권역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고, 미세먼지 배출권 거래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최근 제도적으로 차이가 있는 국가 간의 온실가스 감축제도를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어서 한국의 배출권 거래제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미세먼지 배출권 거래제의 경우 인도에서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온실가스와는 달리 미세먼지나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은 특정지역에 머물고, 특정지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배출권 거래제역시 지역 중심으로, 지역 특성에 맞춰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2013년과 2014년 사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0.8% 정도 감소했다. 반면 국내 총생산(GDP)는 3% 정도 증가했는데, 일부에서는 이를 탄소-성장의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같은 추세를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개인적으로 ‘디커플링’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탄소배출과 경제성장은 완전히 분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지속되면 탄소 배출의 형태나 배출량이 달라질 뿐이다. 경제 성장은 계속하면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면, '탄소 집약도(carbon intensity)'를 낮춰야 한다. 같은 GDP를 얻으면서도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는 것이 탄소 집약도를 낮추는건데,탄소세를 도입해 규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한국과 중국,일본의 협력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한·중·일 3국의 온실가스 감축 시스템을 상호 연계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탄소 배출권의 가격도 안정시킬 수 있다. 배출권 거래제나 탄소세 등 국가별로 상이한 감축 시스템도 연계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제주=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로버트 스타빈스(60) 교수=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하버드 환경경제 프로그램의 책임자이자 케네디스쿨 환경·자연자원교수협의회 의장이다. 유엔과 세계은행(World Bank), 미국국제개발처(USAID) 등 여러 기관의 환경경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환경경제와 환경정책, 특히 시장에 바탕을 둔 정책수단, 오염제어 기술의 확산, 환경 편익 산정, 탄소 포집·저장 비용 산정 등을 연구했다. 또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의 배출권 거래 시스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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