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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안에 0.5㎎의 물이 있다?…분해해서 본 스마트폰의 숨겨진 과학

130분. 
독일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가 최근 발표한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다. 장편 영화를 몰입해 보는 것만큼이나 긴 시간을 매일 스마트폰 사용에 소비하는 셈이다.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품질에 대한 불만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발열부터 액정 파손, 배터리 불량까지 휴대전화 관련 불만 상담만 매달 2000여 건에 육박한다”며 “휴대전화는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이 접수되는 품목 중 하나”라고 밝혔다.
 제조사 입장에선 오래 써도 뜨거워지지 않고, 떨어뜨려도 잘 깨지지 않으며, 물에 빠져도 이상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시급해졌다. 스마트폰은 고성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부터 메모리·그래픽 소자 등 섬세한 부품들이 손바닥만 한 공간에 오밀조밀 모여 완성되지만 정작 소비자 손에서는 ‘험하게’ 다뤄진다. 이 때문에 제조사들은 제품 설계 단계부터 부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갖가지 과학적 원리와 기술들을 총동원한다. 
본지는 1일 시판 중인 스마트폰을 직접 분해해 내부에 적용된 과학의 원리를 파헤쳤다. 분해 대상은 LG전자의 최신 폰 G6 모델로 정했다. LG G6는 미국 국방부 군사표준규격(MIL-STD 810G)을 획득한 스마트폰으로 군사작전에 동원해도 무리가 없는 내구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G6 모델을 분해한 모습 [사진 LG전자]

LG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G6 모델을 분해한 모습 [사진 LG전자]

디스플레이 전면부와 메인보드를 분리하면 가장 먼저 배터리 위에 있는 지팡이 모양의 구리관이 눈에 띈다. 스마트폰 과열을 막아주는 ‘히트파이프’로 한쪽 끝이 메인보드 중간에 위치한 AP와 맞닿아 있다. 
AP는 인간의 ‘뇌’처럼 스마트폰의 모든 기능을 제어한다. 이 때문에 AP의 과열을 막는 기술은 이 부품의 성능만큼이나 중요하다. 사람이 공부를 너무 많이 하면 머리에서 열이 나고 집중력이 떨어지듯 스마트폰 AP도 한꺼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면 열이 나고 처리 속도도 떨어지게 된다. 이때 히트파이프는 데스크톱 PC의 CPU(중앙처리장치) 위에 부착된 회전식 팬처럼 구리관 하나로 AP의 열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
엄지 손가락 절반 크기의 구리관 하나가 어떻게 AP의 열을 낮춰줄 수 있을까. 그 비밀은 히트파이프 안에 있는 0.5㎎의 물에 있다. 구리와 물의 비열 차이와 포화수증기압의 원리로 과열을 막아주는 것이다. 
비열이란 1g의 물질을 1℃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구리의 비열은 0.09㎈에 불과해 빨리 달궈졌다가도 빠르게 식는 성질이 있는 반면 물의 비열은 1㎈로 구리보다 천천히 온도가 오르내린다. AP가 달아올라 구리관 온도가 빠르게 오르더라도 구리관 속의 물은 천천히 온도가 오르기 때문에 내부 과열을 조절하게 된다. 그러나 계속해서 뜨거워지면 물은 점점 수증기로 변한다. 액체 상태의 물이 기체 상태가 될 때는 열을 빼앗는 성질이 있어 이때 또 한 번 내부 온도를 낮춰주게 된다. 세수한 뒤 선풍기 바람을 쐬면 물이 마르면서 시원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 수증기가 구리관을 꽉 채워 포화상태에 이르면 포화수증기압에 의해 다시 물로 바뀐다. 포화수증기압이란 일정 공간의 수증기가 더는 채워질 수 없는 상태가 됐을 때의 기압이다. 이때 수증기는 물로 변한다. 눈물 방울만큼의 물이 기체와 액체 상태를 반복해 가면서 스마트폰 내부의 과열을 막아주는 것이다. 
과거 피처폰을 쓰던 시절에는 대용량 데이터를 쓸 일이 없었기 때문에 과열 방지 기능을 따로 개발할 필요가 없었다. 2007년 스마트폰 시대로 접어들면서 열이 많이 나는 부품에 방열 시트를 붙여 과열을 막았다. 그러나 데이터 사용량이 점점 늘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좀 더 획기적인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2013년 일본의 전자회사 NEC가 ‘마이더스X’란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히트파이프 원리를 적용했고, 이 원리는 현재 LG전자는 물론 삼성전자의 최신폰 갤럭시S8에도 적용될 정도로 확산되고 있다.
부품 배치에도 과열 방지를 위한 지혜가 동원된다. AP와 그래픽을 담당하는 LCD(액정표시장치) 드라이버 소자 등 열이 많이 나는 부품은 되도록 멀리 배치해 열을 줄이기도 한다. LG G6의 AP는 메인보드 상단 중간에 위치해 있지만 LCD 드라이버 소자는 메인모드 최하단에 분산 배치돼 있다.
 
발열과 함께 소비자가가 가장 많이 불만을 제기하는 것 중 하나가 충격에 의한 파손 문제다. 소비자는 스마트폰 고유의 디자인을 살리지 못하는 아쉬움을 감수하고도 말랑말랑한 재질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사용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어차피 소비자에게 말랑말랑한 소재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사은품으로 줄 것이라면 왜 처음부터 스마트폰 외부를 고무·가죽 등 소재로 만들지 않은 걸까.
김형태 LG전자 수석연구원은 “고무나 플라스틱은 외부에서 받는 충격이 미약할 땐 이를 막아주기도 하지만 강한 충격이 들어왔을 때는 이를 막지 못하고 내부에 그대로 전달하는 성질이 있다”며 “자동차를 고무나 플라스틱으로 만들지 않고 강철로 만드는 것처럼 스마트폰 테두리도 메탈을 둘러 내부를 보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한 점은 충격을 막고 도시적인 디자인 구현을 위해 두른 메탈 소재는 전파를 차단하는 성질이 있다는 점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음성통화가 잘 터지지 않는 것도 금속으로 된 엘리베이터 벽이 전파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럼 전파는 메탈 테두리를 뚫고 어떻게 스마트폰 내부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일까. 우헌식 LG전자 주임연구원은 “G6 제품에는 메탈 테두리 곳곳에 5개의 미세한 플라스틱 홈을 파놓은 것을 볼 수 있다”며 “이 홈이 전파가 드나드는 통로 구실을 한다”고 말했다. 
방수 기능에도 과학의 원리가 적용된다. 마이크나 스피커 구멍을 통해 소리는 드나드면서 물은 드나들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여기에는 등산복에 적용되는 고어텍스 소재의 원리가 숨어 있다. 고어텍스는 물방울 입자는 차단하고 공기만 통과시키는 불소수지막(e-PTFE)으로 구성돼 있는데 마이크나 스피커 구멍을 이 재료로 막아 놨기 때문에 물은 차단하고 소리만 통과시켜 방수 기능을 수행한다. 
스마트폰 내부를 뜯어보면 정밀한 반도체 부품이 집적된 메인보드에 비해 배터리가 차지하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다는 점에서 놀란다. 스마트폰 내부 공간의 절반 가까이가 배터리에 할애되는 셈이다. 이는 전문가들이 최근 스마트폰 기술 경쟁의 핵심이 AP·메모리 등 고성능 반도체보다 배터리 기술에 있다고 강조하는 것과 연관이 깊다.
최형욱 IT 칼럼니스트는 “현재 스마트폰 AP나 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일정 수준만큼 올라와 있어 스마트폰마다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반면 고용량 배터리 기술은 반도체보다 기술 진화가 늦어 이를 고도화하는 것이 스마트폰 기술 경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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