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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체험 감옥 독방'에 스스로 들어간 고교생들 '출옥' 첫마디는?

독방이 있는 '내 안의 감옥' 건물로 들어가는 대건고 학생들. 박진호 기자 

독방이 있는 '내 안의 감옥' 건물로 들어가는 대건고 학생들. 박진호 기자

 
지난 14일 오전 11시 강원도 홍천군 남면 용수리 행복공장 홍천수련원. 수의를 연상케 하는 푸른색 옷을 입은 10대 청소년 3명이 ‘내 안의 감옥’이라고 적힌 건물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이들은 인천 대건고 3학년 학생들로 가슴엔 이름과 번호가 적힌 명찰을 달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명찰에 적힌 번호의 뜻을 묻자 한 학생은 “앞으로 수감될 독방 번호”라고 말했다. 이곳은 검사 출신 변호사 권용석(54)씨가 이사장인 사단법인 행복공장이 운영한다. 4년 전 문을 연 이곳에는 독방 28개가 있다.
 
죄를 짓지 않고도 스스로 '감옥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있다. 행복공장이 마련한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 릴레이 성찰 프로젝트 참가자들이다. 이들은 삶을 되돌아보고 디지털 시대에 진정한 해방의 자유를 느껴보기 위해 '감옥'을 찾았다고 한다.
내 안의 감옥 외부 전경. 박진호 기자

내 안의 감옥 외부 전경. 박진호 기자

 
이번 체험에 참여한 대건고 학생들은 3학년 12명, 2학년 8명, 1학년 5명 등 25명이다. 여기에 교사 한 명도 동참했다.   
이강재 (58)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참을성이 없어지고 이기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제자들에게 참는 법과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어 참가 신청을 했다”고 말했다.
 
수련원 관계자의 안내에 따라 강당에 모인 학생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참여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학생들은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와 떨어져 진정한 자유를 만끽하고, 푹 자고 싶어 왔다”고 했다. 
 
노병재(18·3년)군은 “대학 진학 등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고 새 출발 하는 마음을 갖기 위해 신청했다”면서 “나를 옥죄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휴대전화도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기소개를 끝낸 학생들은 독방 안에서 절과 명상을 잘하는 방법 등을 배웠다.
독방에 들어가기 전 점식을 먹는 학생들. 박진호

독방에 들어가기 전 점식을 먹는 학생들. 박진호

 
이들은 낮 12시에 점심을 먹었다. 감옥 밖에서 먹을 수 있는 마지막 식사다. 반찬은 고구마튀김과 떡볶이, 도토리묵 등 건강을 위해 모두 채식이다. 식사를 마치고 샤워를 끝으로 민간인으로서의 삶은 끝이 났다.  
 
오후 1시45분 ‘댕~댕~’ 하는 종소리가 울리자 참가자 모두 5㎡ 남짓한 독방 안으로 들어갔다. 기자 역시 체험을 위해 307호 독방에 스스로를 가뒀다. 독방 안에는 세면대와 화장실만 설치돼 있었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잠기자 답답함이 느껴졌다. 독방 안에는 전자기기나 책 등 개인 물품은 일절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그나마 허락되는 건 차를 마실 수 있는 커피포트와 메모장, 볼펜뿐이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잠이 드는 순간까지도 손에서 놓지 않았던 휴대전화가 갑자기 사라지자 마음이 불안해졌다. 실시간으로 울리던 메신저 알림음과 전화벨 소리가 없는 독방 안은 고요하기만 했다. 들리는 소리라곤 창문 밖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소리가 전부였다. 
 
한동안 멍하니 창밖만 바라봤다. 2시간쯤 지났을까. 어느새 불안했던 마음이 ‘어차피 나갈 때까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편안함으로 바뀌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  
오후 6시가 되자 가로 40㎝, 세로 30㎝ 크기의 배식구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나나와 아몬드를 갈아 넣은 셰이크, 고구마, 빵이 들어왔다. 허기 정도만 달랠 수 있는 양이었다.
배식구를 통해 들어온 저녁 식사. 박진호 기자

배식구를 통해 들어온 저녁 식사. 박진호 기자

 
식사를 마치자 감옥 안엔 또다시 고요함이 찾아왔다. 머릿속에 지나온 삶이 필름처럼 스쳐 가기 시작했다.  
 
다른 참가자들도 생각이 많아졌는지 먼 산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수련원에서 나눠준 ‘내 안의 감옥에서 나오기’라고 적힌 노트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글을 쓰고 있었다.
 
이 노트엔 지난 삶 돌아보기,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 내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 내가 지금부터 1년밖에 못 산다면 제일하고 싶은 일, 미래에서 온 편지 등을 적을 수 있다.
독방에 갇혀 먼 산을 바라보는 참가자. 박진호 기자

독방에 갇혀 먼 산을 바라보는 참가자. 박진호 기자

 
김명보(17·2년)군은 “독방에 들어가니 지금까지 생활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됐다”면서 “갇혀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집중이 잘돼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미래의 삶을 계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15일 오전 6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오르골 음악이 흘러나왔다. 일본 작곡가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였다. 명상 음악이 끝난 뒤엔 108배를 인도하는 방송이 40분간 이어졌다. 이어 7시30분 독방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마쳤다.  
 
9시45분이 되자 ‘철컥’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방에서 나온 참가자들의 얼굴은 한결 편안해 보였다.  
내 안의 감옥 내부 전경. 박진호 기자

내 안의 감옥 내부 전경. 박진호 기자

독방문이 열리자 밖으로 나오는 참가자들. 박진호 기자

독방문이 열리자 밖으로 나오는 참가자들. 박진호 기자

 
임지환(18·3년)군은 “하루 동안 독방 안에서 푹 쉬고 나니 생각도 정리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고 했다.  
임군은 또 “독방에 들어가 보니 국정 농단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들도 그 안(감옥)에 있는 동안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강당에 다시 모인 참가자들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 나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사는 조건으로 ‘가석방 증명서’를 받고 퇴소했다.
행복공장의 ‘나와 세상을 바꾸는 독방 24시간’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위기의 주된 원인이 자기 성찰의 부재에 있다고 판단해 기획한 프로젝트다.
 
권용석 행복공장 이사장은 “우리 주변엔 성인이지만 정신적으로 미숙한 사람이 많다. 한 개인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면 본인은 물론 주변과 사회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면서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이 내가 누구인지 대해 생각해보고 내 안의 나를 만나고, 앞으로의 삶을 계획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독방 24시간 체험을 마친 참가자들. 박진호 기자

독방 24시간 체험을 마친 참가자들. 박진호 기자

 
행복공장은 지난 3월부터 주말마다 1박2일 일정으로 독방 24시간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현재까지 200여 명의 참가자가 스스로 독방에 들어갔다. 행복공장은 지난 28일 홍천수련원에서 독방 24시간 체험을 한 참가자들을 위한 출소파티도 열었다.  
홍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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