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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일의 시시각각] 일자리 대통령과 알파고

홍승일 논설위원

홍승일 논설위원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의 대결이 의외로 싱겁게 끝날지 모르겠다. 중국 저장성 우전의 알파고-커제 3번기가 다음주인 23~27일로 임박한 가운데 주최 측은 인간의 완패에 대비해 승부보다 바둑축제 분위기 띄우는 데 골몰하고 있다. 한국기원 사무총장 유창혁 9단의 전언이다.
 
몬테카를로 엔진에 딥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을 더해 근대 바둑 수백 년 기보를 속성으로 ‘자습’해 온 알파고는 지난 1년 동안 훨씬 더 강해졌다. 3번기 사이사이에 스웨·천야오예·미위팅·탕웨이싱·저우루이양 중국 프로 5인방과 알파고 간의 상담기(착점을 의논해서 정하는 바둑), 그리고 알파고A·알파고B가 중국 고수들과 한편이 되는 페어바둑을 흥행 포인트로 끼워 넣은 건 그 때문이다.
 
사실 세계 랭킹 10위권 내의 내로라 하는 중국 간판스타 5명이 총출동해 머리를 맞대면서 컴퓨터 한 대에 덤비는 형국도 입맛 씁쓸하다. ‘동양의 예도’ 바둑의 자존심이 서양의 첨단기술 앞에서 뭉개지는 참담한 느낌마저 든다. 한국기원 소속 300여 명의 프로기사들도 “인간 최고수조차 인공지능에 한 판 이기기 힘든 판국에 전문기사 자격증이 무슨 소용인가. 10년 뒤 프로기사 직업이 AI에 대체되진 않을까” 걱정스러운 표정들이다.
 
하긴 남 걱정 할 일만은 아니다. 내 코가 석자다.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자라는 직업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까. 로봇기자는 이미 국내외에서 활약 중이다. 스포츠·날씨·주식시황처럼 내용이 비교적 정형화된 분야다. 필자의 개성이 중요한 칼럼은 로봇이 대신 쓰기 힘들지 않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 역시 알파고에게서 우울한 전조(前兆)를 엿본다. 수퍼컴퓨터답게 정수(正手)를 인간보다 빠르게 찾아내는 알고리즘은 기본이고 신수(新手)를 만들어 내는 창의성마저 기계가 인간을 능가한다는 점이다. “19로 바둑판의 중원(中原)은 너무 어려워 바둑의 명인들조차 두려운 곳이었다. 알파고는 이를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정복해 나가기 시작했다.” 박영훈·김지석 같은 국내 정상급 기사들이 이렇게 입을 모은다. 국내 최고수들 간에 알파고는 이미 ‘알선생(스승)’으로 통한다. “인간에게 어려운 일(계산·분석)이 로봇에겐 쉽고, 인간에게 쉬운 일(5감·소통)이 로봇에겐 어렵다”는 한스 모라벡(로봇 공학자)의 역설조차 이제는 먹히지 않는 시대다.
 
한국의 교육과 경제 현장은 4차 산업혁명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파이터치연구원이 분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PISA) 자료를 보자. 15세 학생의 종합이해능력(Reading literacy)은 평균 525점으로 OECD 30여 회원국 중에서 상위권인 데 비해 상위 5% 학생의 수준은 629점으로 멕시코·그리스 등 4~5개국과 함께 하위권을 형성했다. “21세기 들어 구글·애플·삼성전자 같은 초일류기업이 약진하면서 창의성이 중요한 고소득 일자리는 최상위 인재에게 집중되고 하위권에 이어 중위권 인력도 AI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대학진학률 70%는 오히려 주입식·암기식 공교육으로 범재의 양산을 부추겼다”는 설명도 나온다.(라정주 선임연구위원)
 
인문계에서 취업 잘 되는 대표적 학과인 경제·경영의 퇴조 기미도 우리 교육시스템과 관련해 의미심장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4년제 대학 전공별 분석을 해봤더니 4차 산업혁명으로 대체되기 가장 쉬운 학과가 바로 이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몇 년 전 심리학과 가고 싶다는 딸을 ‘졸업 후 취직 생각하라’고 경영학과로 민 아빠로서 면목이 없게 되었다.
 
‘일자리 대통령’을 자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1호 사업 ‘일자리위원회’가 성공하려면 81만 개 공공 일자리나 정규직 전환 못지않게 제2, 제3의 알파고, 4차 산업혁명의 거친 물결에 잘 대응해야 한다. “지금 아이들은 스승·어른한테서 배운 것만으로 남은 생에 대비할 수 없는 역사상 첫 세대가 될지 모른다”는 유발 하라리 교수의 경고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홍승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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