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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올해 5월 9일 태어난 아이, 인류 중 839억6413만7119번째

휴먼 에이지
다이앤 애커먼 지음
김명남 옮김, 문학동네
468쪽, 1만8800원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우리에게 “기원전 1000년에 지구 전체 인구는 겨우 100만 명이었다. 기원 후 1000년에는 3억명이 되었다”고 알려준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 아이는 몇 번째일까.
 
책의 19쪽 주석에 나오는 영국 BBC 웹페이지에 예컨대 ‘2017년 5월 9일’을 입력하면, 그날 태어난 아이가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 중에서 대략 74억2017만5796번째로 태어났으며, 역사시대 이후의 인류 중에서는 839억6413만7119번째라는 결과를 알 수 있다.
 
그 아이가 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이렇게 확정적으로 가르쳐줄 것이다. ‘우리는 지질학적인 분류상으로 인류세(人類世·Anthropocene)에 살고 있다’ 혹은 ‘몇 년 전 제기됐던 인류세 논의가 폐기돼 1만년 전부터 지금까지 홀로세(Holocene)다.’라고 말이다.
 
이 책의 제목 ‘휴먼 에이지(The Human Age, 인간 시대)’는 인류세를 쉬운 말로 옮긴 것이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작가인 애커먼의 24번째 책인 『휴먼 에이지』는 ‘우랑우탄은 몸무게가 사람과 비슷하지만 힘은 일곱 배쯤 더 세다’, ‘1인당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개인·단체·사건·상품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 기체의 총량)은 뉴욕시가 가장 낮다’와 같은 신기한 이야기들을 동원하며 인류세의 본질을 설명하고 그 미래를 내다본다.
 
일부 학자들은 2100년까지 세계 동식물의 반이 멸종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른바 6번째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애커먼은 "우리는 무수한 실수를 하지만 우리의 재능은 헤아릴 수 없다”며 인류세에도 인류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다고 낙관한다. 그는 낙관의 과학적 근거를 세계 곳곳에서 발견한다. 도시설계, 진화로봇학, 3D프린팅, 후성유전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실천가들이 인류세를 사람과 자연 모두의 해피엔딩으로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예컨대 엔지니어들은 스톡홀름 중앙역을 이용하는 하루 25만명의 승객들의 체온을 모아 인근에 있는 13층짜리 빌딩이 사용하는 연료의 3분의 1을 공급한다. 해조류와 조개를 길러 폭풍해일을 막는 어민도 나온다. 이런 프로젝트들은 효율성이 그리 높지는 않다. 아직은 그렇다. 애커먼은 우리 후손들이 우리를, 우리가 네안데르탈인 보듯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저자는 "2010년대가 끝날 무렵에는 지구의 역사가 다시 쓰일 것이고, 지금 교과서들은 옛말이 되어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애독자들은 자연과 과학을 시의 언어로 옮긴 그의 문체에 열광한다. 부사·형용사가 많은 글을 쓴다. 일반적인 과학 글쓰기에 익숙한 사람들은 못마땅할 수도 있다. 현란한 애커먼의 문장을 옮기는 문제를 김명남 번역가가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는 카이스트(화학)와 서울대 환경대학원(환경정책)에서 공부했다. 역자후기에서 그는 학자들이 인류세를 공식언어로 채택하지 않더라도 "비공식 지질 용어이자 더 넓은 의미를 지닌 일상 용어”로 계속 쓰일 것으로 예상한다.
 
김환영 논설위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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