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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과학혁명으로 업그레이드될 인류 … 불멸·행복·신성한 삶의 꿈 이룰까

화제작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로 돌아왔다.

화제작 『사피엔스』를 쓴 유발 하라리가 『호모 데우스』로 돌아왔다.

‘빅 히스토리’를 다룬 네 권의 책이 새로 출간됐다. 우주와 지구, 생명과 인류의 역사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시키면서, “과학혁명 이후 인간의 목표는 무엇인가” “인류와 자연은 공존할 수 있나” 등 거시적인 관점에서 인간 본질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르는 통섭과 융합의 세계다.
 
호모 데우스: 미래의 역사
유발 하라리 지음
김영주 옮김, 김영사
630쪽, 2만2000원
 
세계적 베스트셀러인 전작 『사피엔스』에서 인류는 승자였다. “아프리카에 살던 별 볼일 없던 영장류 호모 사피엔스”는 집단신화를 믿는 독특한 능력 덕분에 지구라는 행성을 정복할 수 있었다. 집단신화란 수많은 사람들의 상상을 엮어 짠 의미망(網)이다. 이를테면 돈이나 법, 국가 나아가 유럽연합이나 구글 같은 것이다. 이런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하고 그 상상을 바탕으로 모르는 이와도 협력할 수 있는 인간이, 본 적 있고 냄새 맡은 적 있는 것만 상상 가능하고 친분 있는 개체끼리만 협력 가능한 동물을 지배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미래는 어떨까. 『호모 데우스』는 『사피엔스』의 미래를 그린 속편이다. 하지만 장르는 다르다. 『사피엔스』가 인류의 전기적 다큐멘터리였다면, 『호모 데우스』는 인류의 미래를 예언하는 공상과학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다지 아름다운 미래는 아니다.
 
‘호모 데우스’라는 이름부터 음산하다. ‘데우스’는 라틴어로 ‘신(神)’이다. 그러니까 호모 데우스는 ‘신이 된 인간’을 일컫는다. 정치적 기근은 있어도 자연적 기근은 없는 시대, 역병보다 생화학 무기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 화약보다 설탕이 더 위험한 물질이 된 시대, 즉 전례 없는 번영과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가 그 성취에 만족하며 살아갈까. 천만에. “역사에는 공백이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류는 다음 목표는 불멸과 행복, 신성(神性)이다!
 
유발 하라리

유발 하라리

무모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은 과학혁명이 만든 “인본주의가 품어온 오랜 이상의 논리적 결론일 뿐”이다. “기아와 역병, 전쟁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에 할 일은 노화와 죽음 그 자체를 극복하는 것이며, 사람들을 비참함에서 끄집어낸 다음 할 일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짐승 수준의 생존투쟁에서 인류를 건져 올린 다음 할 일은 인류를 신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데우스로의 자연스런 이동이라는 것이다. 인류의 과학혁명은 멈추지 않는다. 인류는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고 생명을 유기적 영역에서 비유기적 영역으로 확장할 태세”다. 한마디로 인공지능 얘기다. 우리는 이미 천재 기사(棋士) ‘알파고’와 디지털 명의 ‘왓슨’을 알고 있다. 그들에겐 인간미가 없다고 할 지 모르지만 착각이다. 알파고는 실력 차가 있는 상대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왓슨도 “당신의 종양을 알아채는 것만큼이나 당신의 감정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챌 수 있다.” 부부싸움을 하고 출근한 불친절한 인간 의사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나는 프로기사도 의사도 아니니 걱정 없다고? 미안하지만 틀렸다. 지금 당신이 누리고 있는 자유시장이나 민주적 선거 같은 자유주의적 관행들은 머잖아 낡은 것이 될 것이다. 내 경제적 선택, 내 정치적 견해의 표현조차 구글이 나보다 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 대신 구글이 투표했다면 ‘강남 아줌마’와 어처구니없는 짝짜꿍 국정농단을 한 대통령을 뽑지는 않았을 거란 말이다. 내 정치 성향에 맞춰 거짓 공약에 속지 않는 합리적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내비게이션 없이는 운전이 어려워진 당신을 생각하면 이해가 더 쉽다. 거기에 빅데이터와 자율주행차까지 겹쳐지면 경로뿐 아니라 목적지까지 기계가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껍데기만 남게 된다. 물론 기계들이 인정하는 특별한 개인들도 있겠지만 그들은 “일반 대중이 아니라 업그레이드된 초인간들로 이뤄진 새로운 엘리트 집단”일 것이다.
 
섬뜩하지 않은가. 결국 호모 데우스란 내가 아니라 몇몇 선택 받은 인간들인 것이다. 그럼 나는? 이 책은 인류의 미래에 대한 불길한 예언서가 아니다. 어차피 마주칠 미래라면 알고나 맞자는 거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저자는 한층 성숙해진 안목과 필력으로 과학과 철학, 종교, 역사 등 학문적 경계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때론 음울하게 때론 명랑하게 ‘썰’을 풀어나간다. 544쪽에 달하는 본문을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으니 직접 자신의 미래를 찾아보시길.
 
이훈범 논설위원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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