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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19대 대선, 버리기 아까운 공약들] 장관 자리만? 정책 공약도 ‘탕평’ 하기를

민간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헉명-교육 연계 공약 수용할 만... 전문가들 원활한 국정 위한 ‘정책 협치’ 주문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대선 후보들이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중앙포토

2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스튜디오에서 대선 후보들이 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열린 마지막 TV토론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중앙포토

안철수: “저는 솔직히 유 후보님 칼퇴근 공약이 참 마음에 듭니다. 그래서 저는 집권하면 제 공약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정말 좋은 공약들을 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칼퇴근 공약을 들고 싶습니다”
 
유승민: “돌발노동금지는(어떻게 보나요?)”
 
안철수: “그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굉장히 합리적이고 좋은 공약이라 생각합니다.”
 
유승민: “고맙습니다.”
 
문재인: “저도 칼퇴근법을 높이 평가합니다.”
 
심상정: “심상정 공약 벤치마킹 아닌가요?”
 
유승민: “심 후보님도 동의하셨네요.”
 
4월 23일 대선 후보 4차 TV토론회 장면이다. 이를 놓고 ‘좋은 공약이라면 다른 후보들의 것이라도 채택하겠다는 협치의 가능성을 확인한 점이 이번 대선의 수확’이라고 분석이 나왔다. 대선은 끝났다. 과연 대통령이 정해진 이후에도 우리는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까.
 
대선용 정책 아이디어 5분의 4, 사장 위기
 
대선은 승자독식의 게임이다. 낙선자의 공약은 아무리 좋아도 정책으로 현실화되기 어렵다. 지금껏 늘 그래왔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는 버려질 공약이 많을 것 같다. 후보 단일화 등을 통해 양강 구도로 흘러갔던 기존 선거와 달리 원내 5개 정당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면서 다양한 정책을 풀어냈기 때문이다. 거칠게 계산하면 정치권에 투신해 5명의 주요 후보 캠프에 참여한 전문가 집단 중 5분의 4가 만들어낸 정책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하지만 정책도 ‘단종 교배’보다는 ‘이종 교배’가 낫다. 그래야 실행력 강한 정책이 나온다. 정권이 자신이 속한 정치세력과 그 정책만이 옳다는 도그마에 빠져 ‘나 홀로 정책’에 매진하면 성공보다는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의 공약에는 비슷한 것들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에 대선이 치러지면서 선거 준비 기간이 짧았던 영향이 크다. 이런 배경과 제약 속에서 후보들이 급하게 풀어놓은 공약 중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도 꽤 있다.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재벌개혁 등 거대담론에서부터 중소기업부 신설에 이르는 세부적인 이슈까지 공통분모가 적지 않았다. 이에 각 후보가 서로의 공약을 베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정책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각 후보의 공약은 사안마다 방향성과 구체성이 다르고 장단점을 갖고 있다. 같은 아젠다를 다룬 공약에서도 접근 방법이 서로 달랐다. 공통분모 안에서도 서로 다른 점이 있다는 얘기다. 여섯 차례의 TV토론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 검증과 정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후보마다 사회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서로 다르게 제시하는 데 주력한 것도 ‘공약의 다름’을 선명하게 했다. 똑똑해진 유권자들 역시 네거티브 선거 같은 진부한 과거 전략에 흔들리지 않고, 후보의 자질과 정책·공약 검증에 주목했다. 새 정부가 자신의 공약 중 수정할 것은 과감히 수정하고, 다른 진영의 공약 중 받아들일 건 과감히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제도 하나하나가 다른 것들과 연계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정책만 따오긴 어렵지만, 방향성과 실현 방안 등은 타 후보의 공약이라도 열린 자세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국회 내 여소야대 구도와 앞으로의 정치일정 등을 고려할 때 ‘협치와 연정’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내 1당이지만 국회의원 의석수는 120석에 불과하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현재 94석이지만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재입당 절차가 마무리되면 106석으로 늘어나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는 거대 야당이 된다. 여기에 40석의 국민의당은 민주당과 한국당 사이에서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고, 추가 탈당을 저지하면서 교섭단체 유지에 성공한 바른정당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다. 공약에 필요한 법안 하나를 제·개정하려고 해도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법안 통과에 필요한 180석을 채우려면 여당만으로는 불가능하다. 1년 뒤 지방선거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야당이 새 정부 초반부터 정치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협치가 없다면 대통령은 공약 입법 등 일일이 거대 야당의 눈치를 봐야 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
 
야당과의 협치를 위한 방법론으로는 인사의 형평성과 함께 개혁 과제별 정책 연대가 꼽힌다. 최정표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소야대로 협치·연정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인사뿐 아니라 정책도 수용범위 내에서 ‘탕평책’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리를 나눠 갖는 것만이 아니라 정책도 협치·통합·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정책위의장 역시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놓지는 않은 것 중 다른 정당의 공약에도 좋은 것이 있는 만큼, 좋은 공약이면 얼마든지 수용할 방침”이라며 “이는 국회에서의 협력을 얻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제도 개편, 여야 협의기구 꾸려 검토할 만

낙선자의 일자리 부문 공약 중 다시 돌아봐야 할 정책으로 주로 언급된 것은 ‘민간 일자리 창출 정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민간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이 선거기간 내내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에서 이 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해마다 20%씩 이행해 5년 안에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찰 등 치안과 복지 등 공공부문에서 직접 고용(17만3000개), 공공기관·민간 수탁부문(34만 개), 공공기관 간접고용의 직접 고용 전환(30만 개) 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성태윤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성장 관련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일자리 공약 등은 정부와 공공 부문이 지나치게 강조돼 있고 민간의 기업 의지를 자극하는 전략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정년까지의 급여와 연금 부담까지 불러올 공공부문의 인건비는 일회성 국책사업 자금을 절약해 조달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닌 만큼, 민간에서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그런 측면에서 안철수·유승민 후보가 주장한 창업과 혁신형 경제, 홍준표 후보가 내세웠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통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든다는 취지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관련, 낙선 후보들의 교육과 연계한 장기 전략도 수용할 만하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주도형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한다. 대통령 직속기구로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두고,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는 형식이다. 혁신적 4차산업 경제생태계를 구축해 이를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이젬마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는 “문 대통령의 공약은 단기적이고 빠른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며 “반면 안 후보는 즉각적인 일자리 해결책은 미흡하지만 ‘4차 산업혁명 인재 10만 명 양성’과 학제개편안 등을 통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교육제도와 산업을 구체적으로 연계시킨 부분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안 후보는 학제개편을 통한 교육혁명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교육부를 폐지해 교사, 학부모, 여야 정치권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고, 초·중·고등학교 학제를 각각 5년, 2년, 2년씩으로 바꾼다는 게 핵심이다. 이를 통해 임기 내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10만 명의 전문인재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유 후보 역시 토론·실험·체험 등 다양한 수업방식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원한 한 전문가는 “학제개편이나 대입제도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더 필요하지만, ‘바꿀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상황”이라며 “여유를 두고 여야 협의 기구 통해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복지 분야의 개별 정책 중에서는 유 후보의 ‘자녀 성장 단계별 돌봄 휴직 도입’과 심상정 후보의 ‘만성질환 관리 강화’ 등이 활용할만한 정책으로 꼽혔다. 유 후보의 공약은 현행 만 8세까지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규정을 ‘만 18세’까지로 개정하고, 자녀성장 단계별로 적절히 대처할 수 있도록 현행 1회 육아휴직 분할을 3회에 걸쳐 분할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 후보의 공약은 영·유아 대상에 치우치지 않은 보육제도여서 학부모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홍 교수는 이어 “심 후보의 만성질환 관리 제도는 단순히 의료보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보유한 의료정보를 활용해 예방 체계를 갖추는 정책으로 유효해 보인다”며 “현실적인 수요가 높고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유승민·심상정 복지 공약 실효성 높을 것”
 
이 밖에 박근혜 정부 때 만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민간주도로 전환해 지역 특화와 인재 양성에 쓴다는 안 후보와 유 후보의 공약도 새 정부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박근혜 정부 창업 활성화 정책의 구심점이었지만 정부가 대기업의 손목을 비틀어 만들었다는 비판이 많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국에 설치한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조직과 시설 유지 여부를 재검토하는 등 역할 재정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존 시설과 체계에 어떤 변화와 역할 조정이 주어질지 관심사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도 ‘창업과 벤처 경제’의 중요성은 지속되는 만큼 계승될 것은 계승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 밖에 가계부채 공약과 관련해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도 총량관리는 똑같이 말하고 있지만 안 후보와 유 후보는 각각 단기-중장기, 미시-거시로 세분화해 다루고 있다”며 “새 정부도 이를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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