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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하는 여기자] ⑤올림머리는 억울하다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

발레하는 여기자 전수진

 
올림머리의 원조는 발레다. 물론 기승전발레로 이어지는 이 ‘발레하는 여기자’ 코너라서 가능한 얘기일수도 있지만. 영어로 올림머리에 해당하는 여러 표현 중 하나가 ‘ballerina bun’이다. 머리를 하나로 묶어 올린 뒤 동그랗게 고정시켜 ‘번(작고 동그란 빵)’ 모양으로 만드는 헤어스타일을 가리킨다. 
 
유튜브에 ‘ballerina bun’을 검색하면 손쉽게 하는 동영상이 수백개 나온다. 이 동영상들이 대개 강조하는 건 하나다. “올림머리, 어렵지 않아요!”
발레리나 식 올림머리 만드는 법(유튜브)

발레리나 식 올림머리 만드는 법(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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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돼버린 올림머리는 마치 “여자가 시간과 공과 돈을 들여 하는 스타일”로 인식돼있다. 그러나 발레리나 번, 흔히 한국에서 ‘당고머리’ 혹은 ‘똥머리’라고 부르는 원조 올림머리는 간단하다. 하는 방법도 간편하고, 도구도 저렴하다. 2000원이면 클립형 올림머리 핀을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21시간 밤샘조사를 마친 후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전직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은 19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번째다. 2017.03.22. taehoonlim@newsis.com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21시간 밤샘조사를 마친 후 삼성동 자택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전직 대통령이 범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은 1995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네번째다. 2017.03.22. taehoonlim@newsis.com

 
발레리나 번은 왜 생겨났을까. 고전 발레의 핵심이 단정함이기 때문이다. 예뻐보이기 위해서라기보다, 머리를 단정히 묶어야 턴을 돌거나 여러 테크닉을 선보일 때 깔끔한 선이 나오고 동작이 잘 된다.
  
발레리나, 국립발레단 강수진 예술감독.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작품인 이 사진에서도 강 단장은 머리를 단정이 올렸다. 

발레리나, 국립발레단 강수진 예술감독. 권혁재 사진전문기자의 작품인 이 사진에서도 강 단장은 머리를 단정이 올렸다.

 
물론 이 올림머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올림머리와는 다르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오후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을 시점에 청와대에서 박 당시 대통령이 했던 그 올림머리 얘기다. 그는 수십개의 실핀을 이용해 머리를 고정하는 스타일을 고수했다.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출입국관리 검색대에서 실핀이 너무 많아 검색대 통과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도 돌았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 올림머리는 과거가 돼버렸다. 지난 3월31일 구치소에 수감되면서 실핀을 포함한 소지품을 모두 영치했기 때문.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19일로부터 약 나흘 후인 23일 오전10시, 박 전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 들어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김세윤)에서 진행하는 박 전 대통령 첫번째 공판기일이다. 이 때 박 전 대통령은 어떤 머리를 하고 나올 것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귀가하고 있다.170322.강정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2일 귀가하고 있다.170322.강정현

비아냥거리려는 게 아니다. 같은 여자로서, 머리 스타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때론 얼마나 귀찮은지를 잘 알고 있어서 하는 말이다. 누구 편을 들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님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다시, 박 전 대통령 얘기. 지난 3월 22일, 21시간이 넘는 밤샘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오전 7시 6분 서울 강남구 당시 삼성동 자택에 들어가는 박 전 대통령은 초췌했다. 호사가들은 궁금해한다. 그가 23일 어떤 머리를 하고 나올지.  
오는 23일에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재판 방청권 응모 및 공개추첨이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1호 법정에서 열렸다. 법정방청 응모권. 임현동 기자 /20170519

오는 23일에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첫 재판 방청권 응모 및 공개추첨이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회생법원 1호 법정에서 열렸다. 법정방청 응모권. 임현동 기자 /20170519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한 가지.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구속 수감 전후를 두고 ‘비포 앤 애프터(before and after)’ 식의 사진을 올리는 건 비겁하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구속 수감이 됐다고 하더라도 품위는 지키는 아름다운 스타일을 고수했으면 하는 생각이 있다. 조 전 수석을 옹호하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같은 여성으로서, 가뜩이나 외모지상주의에 물들어 여성의 외모를 갖고 구설이 많은 이 세상이 불편해서 하는 말이다.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크 관련 지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0502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문화계 블랙리스크 관련 지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20170502

 
참고로 박 전 대통령이라고 항상 올림머리를 했던 건 아니다. 지난 2007년, 그가 ‘한나라당 전 대표’라는 직함으로 불릴 때, 중앙SUNDAY와 했던 인터뷰에서 사진을 보면 머리를 그대로 풀고 있다. 그 중 헤어스타일에 관한 일문일답은 이랬다.  
2007년 중앙SUNDAY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 인터뷰

2007년 중앙SUNDAY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 인터뷰

 
대표님 헤어스타일 옷차림 전부 관심거리인데, 헤어스타일-패션의 원칙, 철학은 뭔가요?
“저는 제가 가는 장소, 또 어떤 회합인가. 그게 공적인 건가, 간담회인가. 여러가지 다양하게 있잖아요. 제가 참석하는 곳이. 그게 거기 어떤 분위기에 어떤 차림이 가장 적합하고 맞을까 그걸 기준으로 생각합니다.”
 
본인이 다 코디 하시나요?
“뭐, 거의 그렇죠.”
 
헤어스타일을 만져주는 분이 있나요?
“제가 혼자할 때도 있고 누가 도와주실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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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도, 정부도, 국민도, 외모를 갖고 왈가왈부하는 건 그만뒀으면 한다. 물론, 아이들이 죽어가는 엄중한 시간에 외모에나 신경쓴 점은 제대로 처벌받아야 한다. 국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점, 나라를 나라답게 이끌지 못하고 국정농단 사태를 일으킨 점은 제대로 단죄해야 한다. 그러나 23일, 박 전 대통령의 헤어스타일을 두고 비아냥거리는 글은 안 봤으면 좋겠다.  
 
다음주엔 발레다운 이야기로 돌아올 것을 약속 드린다.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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