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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에게 "술 마시지 마" 성차별일까

임신한 여성들은 술 한 모금이라도 태아의 발달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경고를 반복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술을 완전히 금지하는 권고는 득보다 실이 많으며 성차별적이기까지 하다는 지적이 영국 학계와 여성 운동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영국 아이뉴스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POLICING PREGNANCY: WHO SHOULD BE A MOTHER?' 컨퍼런스 포스터 이미지.

'POLICING PREGNANCY: WHO SHOULD BE A MOTHER?' 컨퍼런스 포스터 이미지.

 
통상적인 임신부의 알콜 섭취에 대한 권고는 '임신중 소량의 알콜 섭취만으로도 태아의 발육과 학습및 행동 능력을 저하할 수 있으며 조산 위험을 높일 수 있다'이다. 하지만 엘리 리 켄트 대학 육아문화연구소장은 "이같은 권고는 '완전히 안전하다'고 입증하는 게 전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서 모든 책임을 임산부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면서 "임산부의 불안을 야기하고 일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드는 무책임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또, 공포를 유발하는 이같은 권고는 "친절하다기 보다는 성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임신기간 중 지속적으로 다량의 술을 마시면 태아의 알콜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있다. 하룻밤 진탕 마신다고 해서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상당수의 임산부들은 임신 사실을 알아채기 전에 마셨던 술이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칠까봐 노심초사하고, 나아가 임신을 포기하기에 이른다는 것이다. 
 
18일 영국 켄터베리 크라이스트 처치 대학에서 열린 '감시받는(policing) 임신: 누가 엄마가 되어야 하는가' 컨퍼런스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집중 논의됐다. 알콜 뿐 아니라 노산에 대한 경고, 임신 기간 동안 체질량지수(BMI)를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것부터 신생아 수유법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다뤘다. 컨퍼런스를 주최한 영국출산상담서비스(BPAS)의 클레어 머피 대외협력담당은 "임신한 여성에게 관련 위험성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면서 "과장된 경고는 여성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과 태아에게 돌이킬 수 없는 해를 입혔다는 두려움을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칼럼니스트 제니 브리스토는 오늘날 부모가 되려면 태아에게 '최적의 자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에 놓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여성들은 임신하려면 너무 젊거나 너무 늙어선 안 되며, 최신 의학 권고에 따라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고, 태아를 우선 순위에 놓으면서 그들 자신의 감정과 열망은 통제해야 한다는 부추김을 받는다는 것이다. 임신한 여성에 대한 충고, 혹은 잔소리는 의학적 이유를 근거로 정당화되곤 한다. 임신부는 특정 음식이나 약물을 비롯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피해야 한다는 '포괄적 금지'가 그 결과다. 
 
지난해 영국 보건당국은 임신중 알콜섭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변경했다. 기존의 '임신한 여성은 주 1~2회, 한두잔 이상 먹어서는 안 된다'에서 '임신 기간 중 알콜 섭취를 피하라'는 포괄적인 금지로 바꿨다. 하지만 소량의 알콜 섭취가 태아에게 해를 끼친다는 과학적 근거가 새로 나와서가 아니라, 기존의 가이드라인이 임신부들에게 알콜 섭취를 권장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까봐 '단순하고 명확한 권고'로 바뀐 것이다.
 
이와같은 임신부에 대한 포괄적 제재와 간섭이 '괴롭힘(bulling)'이자 '성차별주의(sexist)'라는 지적은 영국에서는 한바탕 논란이 될 것 같다. '태교'라는 이름의 임신부 몸 조심 역사가 깊은 한국은 어떨까.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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