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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충기의 긴가민가] 별걸 다 모으는 오빠 구본창

<긴가민가> 이번에는 사진업계의 레전드 구본창 오빠야를 털어보자. 백자나 탈 같은 한국적 소재로 글로벌 무대를 휘저어놓은 멋쟁이다. 미쿡과 유럽 일본의 뜨르르한 미술관들이 오빠야의 작품을 애지중지한다. 기쁜 우리 젊은 날, 경마장 가는 길, 서편제, 영원한 제국, 죽어도 좋아, 밀애, 댄서의 순정…이런 영화 포스터 작업을 오빠야가 했다.   
 
4월 20일 오전 10시 분당 이매역에서 정재숙 기자언냐를 만나, 걸어 10분 거리에 있는 오빠야네로 쳐들어갔다.   
 
아니 이게 다 뭐야.  작업실 문을 여니 별세계다. 새집 냄새 가득한 작업실 벽을 온갖 기묘한 물건들이 뺑뺑 돌아가며 채우고 있다. 그것도 지하에서 삼층까지 몽땅. 이번에 지은 신관 앞에 있는 구관도 물건으로 꽉 차있다. 국민학교 때부터 모은 물건들이다. 품위 있는 고물상이랄까. 오빠야 삶의 이력이 그대로 녹아있는 공간인 셈인데, 생각해보니 삽자루는 소시 때 물건 하나 없다. 그림은 신관 2층의 모습이다. 여기 있는 소장품 메뉴 몇 개만 보자.   
 
1968년산 뉴스위크, 논에 물대는 나무 수차, 싸리로 만든 새장, 일본서 가져온 녹슨 금전출납기, 누렇게 바랜 옛날 부채, M1소총을 담았던 철제 상자, 스페인 그라나다산 액세서리와 거울과 의자, 집에서 캐낸 대나무 뿌리, 아버지의 007 가방, 모자 만들 때 쓰는 마네킹, 헐어내는 독일성당에서 가져온 나무 조각, 반쯤 태운 편지를 담은 유리병, 풍로, 88올림픽 때 독일 기자들이 가지고 가는 것이 아까워 사들인 전통문양 상자, 갖가지 금박지, 반짝이는 초록색이 좋아서 가져온 페인트통, 시바스리갈 상자에서 뗀 그림, 군인 견장통, 충무로의 열쇠가게 주인을 졸라서 들고 온 열쇠걸이 판, 아이슬란드 작가의 고깔 작품, 초등학교 앞에서 주은 플라스틱 장난감 총, 누가 버린 지구본, 공사장에서 주은 철근을 구부려 만든 발레리나, 1964년 도쿄 올림픽 팸플릿, 공룡알처럼 생긴 집채만 한 바위에서 떨어진 돌조각….
 
서재 한쪽에는 세계 곳곳에서 구해온 사진집들이 나라별로 나뉘어져있다. 물건이 얼마나 많은지 가늠을 못한다. 그 하나하나가 다 제 나름의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여기는 오빠야 인생박물관이다.  
 
-아이구메 많이두 모았네유? 
-제 성격이 내성적이에요. 남들 앞에 잘 서지 못했어요. 밖에 나가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주변의 조그마한 물건들과 얘기하는 게 좋았어요. 어려서부터 아름다운 것을 찾고 모았지요. 그게 여기까지 왔네요.  
-아니 근디 이 많은 물견들을 우떻게 보관했대유? 
-말도 말아요. 애 먹었어요. 독일로 유학 갈 때는 물건들을 잃어버릴까봐 숨겨놓고 갔지요.  
-구관 신관 말고 다른 데도 물건들이 또 있는규?  
-창고에 보관하던 물건들을 신관으로 옮기는 중인데 아직도 많이 남았어요.  
-구관의 사정은 어때유? 
-어휴 난장판이라 보여줄 수가 없어요.   
 
요새 여기저기서 비우고 버리라고 꼬신다. 냉장고도 비우고, 책장도 비우고, 거실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하여튼 마구 비워서 숨통을 트잔다. 그렇다고 식구들까지 내다버리면 된다? 안 된다? 오죽하면 버리는 기술을 갤차주는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올라있다. 그런 책을 사면 또 책장이 차니 이게 뭔 시추인지 알쏭달쏭.   
 
누구는 버려야 인생이 부강해진다 하고, 오빠야는 차곡차곡 모아서 삶이 풍성하니 삽자루는 대체 어느 장단에 춤울 춰야 하나.     
 
2층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작업대는 베니어합판으로 만들었다. 집 지을 때 시멘트를 굳히느라 붙였던 걸 떼어내니 그 위의 호랑이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잘라서 니스만 칠했다. 그림 속 오빠야랑 재숙 언냐가 앉은 자리다.  여기저기 뒤지며 스케치를 하는 삽자루 눈에 의자 하나가 파바박 꽂혔다. 세월을 의젓하게 깔고 앉아 포스가 넘친다.   
-으헉. 저, 저 의자 말이유. 아주 기가 맥혀유. 
-그렇죠? 한번 앉아보세요. 편안해요. 15년 전 쯤에 인사동에서 가져왔어요. 아주 단순해보이지만 이태리 장인이 만든 작품 못잖아요. 어디에서 왔던 누가 만들었든 느끼는 감정은 같아요. 무생물에도 표정이 있거든요. 그 무생물의 눈빛을 찾아주는 게 제 역할이에요.   
 
요리 보고, 저리 보고, 만져보고, 앉아볼수록 매력이 넘친다. 보쌈을 해서 튀고 싶을 만큼 군침이 돈다. 삽자루가 식탐은 있어도 물건탐은 없는데 말이다.     
 
오빠야가 어디서 인터뷰 한 내용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사진을 오래 찍다 보니 미리 오래 관찰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기운이 느껴진다.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보인다. 거기에 빠르고 예민하지 않으면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오빠야한테는 사람도 그렇고 물건도 그럴 텐데, 삼천갑자가 지나면 삽자루도 저 경지에 오를 수 있으려나.         
 
여기서 잠깐 이영준 형아가 쓴 구본창 작가론을 보기로 하자.  
 
구본창의 백자사진과 연관되어 떠오르는 참조물은 화가 박득순이 그린 백자그림이다…1970년대 초 국전에서…우리 초등학생들…그의 백자그림을 본 우리의 반응은 하나 같이 “우와 진짜랑 똑같다!”는 것이었다… 구본창의 사진은 백자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나 같은 사람에게 백자에 대해 가르쳐 준다. 구본창의 사진은 도자의 역사책을 읽는 것 보다 더 풍부하고 충만하게 백자에 대해 가르쳐 준다…
 
구본창의 백자사진이 특별해 보이는 이유는…거리 두기에 있는 것 같다…그는 조선백자를 서양식의 원근감 속에 두기를 거부하고 있다. 백자들은 백자만큼이나 흰 빛 속에서 희게 빛나고 있을 뿐이다… 백자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백자 감추기라고 해야 할 것 같다…그래서 더 집중해서 듣게 만든다…  
 
다른 많은 사진가들이 ‘진실을 전달한다’는 착각 아래 한 겹의 수행만 하고 있는 것과 구본창이 다른 근본적인 이유… 구본창은 사진의 여러 수행성의 단계들, 즉 빛을 받아들인다, 상을 맺는다, 적절한 순간을 선택한다, 이미지로 만들어낸다, 적절하게 책이나 전시로 배치한다 등을 잘 조절하고 연출할 줄 아는 작가다… 즉 사물은 결국 꾸며진 것이고, 그 꾸며진 상태 자체가 사물의 본질이라는 사실 자체에 충실하고 있다. 그러므로 구본창의 사진에서는 어떤 본질이 확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적절히 잘 감춰져 있다…
 
쉽게 말하면 위인전에 오르고, 수능시험에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오빠야가 중앙일보에서 포토 디렉터로 일할 때 삽자루는 어깨 너머로 크게 배웠다. 그러고 보니 오빠야는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사진디자인너가 됐고, 정병규 아자씨는 불문학과를 나와서 출판디자이너가 됐구나. 역사책을 내던진 삽자루도 어서 빨리 무럭무럭 자라서 새 나라를 빛내는 펜화가가 돼야지.   
 
그러면 이제 아래 링크를 꾸욱 눌러보자. 돈 들이지 않고 배우는 유명인 신상털이의 기술이 찬란하게 펼쳐진다. 재숙 언냐의 이단옆차기와 삽자루의 풍차돌리기 세트플레이에 걸리면 누구든 삭신이 녹는다.
 
재숙 언냐의 이단옆차기와 삽자루의 풍차돌리기를 보시려면 여기를 꾸욱~!
 
안충기 기자 newnew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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