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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J노믹스’에 과학기술 혁신을 추가하자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채인택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는 이름 이니셜인 J를 붙였을 정도이니 국정 철학을 그만큼 충실히 반영했다고 할 수 있겠다. ‘사람 중심의 경제성장’을 내세운다는 게 특징이라고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개인 경쟁력이 커지고 이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각 가정의 소득이 올라간다는 논리다. 교육·보육·의료 지원을 늘려 사람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재벌을 개혁하고 대기업 불공정 행위를 규제하며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성장 기반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재정을 투입해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를 만드는 공약도 있다. 성장에서 소외된 사람을 배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이런 공약을 지키려면 경제가 받쳐줘야 한다. 경제 역동성 향상은 최선의 일자리 대책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국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이후 5년마다 1%씩 떨어져 지난해 2.7%에 머물렀다. 올해도 2%대를 벗어나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이대로 가다간 문재인 정부의 임기 중 성장 엔진이 꺼져 0% 성장 시대를 맞을 수도 있다.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살리겠다는 절박함을 문 대통령 경제정책에 보태야 하는 이유다.
 
특히 경제 도약과 패러다임 전환에 필수적인 ‘과학기술 혁신’을 수혈할 필요가 있다. 첨단제조업 강국 독일이 좋은 참고 사례다. 앙겔라 메르켈 정부는 경제정책의 핵심을 기술혁신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이미 2011년 제조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경제를 새로운 단계로 혁신하는 ‘인더스트리(산업) 4.0’을 시작했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독일이 왜 제조업 도약의 ‘혁명’에 뛰어들었을까. 독일 정부는 핵심 생산기지를 자국에 두도록 유도한다는 명확한 산업정책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선 상대적으로 불리한 인건비나 생산체제의 신속성 등을 보충할 새로운 경쟁 요소가 필요한데 이를 제조기술과 ICT의 융합을 통해 이루려고 했다. 이를 위해 ‘사이버물리생산체계(cyber physical production system)’라는 어려운 이름의 전략을 마련했는데 메르켈이 간결하고 명확한 ‘인더스트리 4.0’으로 고쳤다고 한다.
 
독일은 이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서 글로벌 산업지형도까지 바꾸고 있다. 1993년 이후 값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겼던 아디다스가 24년 만에 독일과 미국에서 운동화 생산을 재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아디다스는 독일 안스바흐와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3D프린팅과 로봇을 활용한 ‘스피드 팩토리’를 건설했다. 불과 160명의 직원만 근무하면서 연 50만 켤레의 신발을 제조한다. 로봇 생산보다 중요한 것이 시스템 혁신이다. 생산 시스템을 디지털화해 전 세계에서 들어오는 고객 요구에 맞춰 소량·다품종 생산이 가능하다. 독일 남부 암베르크에 있는 지멘스의 ‘스마트 팩토리’는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전체 공정의 75%를 로봇이 자율 가동하는데 불량률이 0.001% 수준이다. 생산기지가 굳이 해외에 나갈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지난해 독일 동부 작센주 켐니츠에 자리 잡은 ‘프라운호퍼 기계 도구 및 형성 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무인공장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였는데 생산 로봇과 인간의 협업 시스템이 거의 완성 단계였다. 기술혁신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학·연구소·기업·정부가 함께 달려들어 전력투구하는 모습이었다. 일본도 경쟁력 있는 로봇을 앞세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돌파할 힘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올해는 주요 4차 산업혁명 주도국의 기업과 연구소가 관련 첨단기술을 고도화해 상용화하는 ‘진검승부의 원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앞장서서 인공지능(AI)·로봇·빅데이터·사물인터넷·자율주행차·3D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높일 정밀한 국가 전략을 마련해 추진할 때다. 기업·연구소·대학은 물론 정부와 국회까지 정책·입법 지원에 나서야 한다. 창의적 기술 개발을 위한 규제 정비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신산업을 창출해야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 성장률 0% 시대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생존 앞에 여야 할 것 없이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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