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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김설명’을 위한 변명

김영훈디지털담당

김영훈디지털담당

새 공정거래위원장에 김상조 교수가 내정됐다. 20년간 대기업 집단 연구와 시민단체 활동을 해 온 인물이다. 굵직한 기업 정책이 발표되면 전문가로 신문에 단골로 등장해 왔다. 초년 기자 때 나도 전화 꽤 했다. 간단한 찬반 코멘트 하나를 받으려 전화해도 그의 설명은 짧게 끝나지 않았다. 질문 하나에 10분 넘게 답하기도 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야 공부가 돼 좋았다. 그러나 기사 마감이 빠듯할 때는 조바심이 난 적도 있었다.
 
그는 개혁의 필요성을 늘 강조했다. 공정위에 대해선 대체로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재벌 해체’ 같은 말은 쓰지 않았다. 그런 주장이 활개 치던 정권일 때도 그랬다. 대신 정책의 실효에 대해 열심히 논박했다. 그러다 보니 설명은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직접 말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들렸다. ‘금방 후퇴할 10걸음보다 공고한 한 걸음이 중요하다.’
 
그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의심하는 쪽도 늘어난 것 같다. 뭐가 그리 복잡하고, 무슨 전제가 그리 많으냐는 것이었다. 재벌 규제가 강화될수록 ‘김상조가 물러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그랬다. 기업 순환출자 해소가 10대 공약에서 빠지면서 말이 돌았다. ‘우클릭’이란 딱지를 붙이는 쪽도 있었다. 순환출자에 대해 그는 정책의 편익을 강조했다. 고삐를 더 죄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그룹은 한 곳 정도다. 반면 규제를 강화하려면 넘어가야 할 정치적·입법적 산은 크고 높다.
 
상당수 공정거래법 관련 이슈에 대한 정치적 이해도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머물러 있다. 진보·보수 정권을 오가며 출자총액제한, 순환출자 등은 정책이 아니라 정치적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용도 모르면서 찬반을 강요하기도 했다. 마치 ‘영리병원’이란 단어만 나오면 의료 정책에 관한 논의가 파투 나는 것과 같다.
 
거꾸로 나는, 그가 정책적 편익이란 현실적 기준을 강조하기 때문에 공정위를 맡겨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는 문제 제기하는 곳이 아니라 해결책을 만드는 곳이기 때문이다. 책상머리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현장에 있었던 덕이라고도 생각한다.
 
김 내정자는 18일 “앞으로 10~20분씩 설명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원장 말의 무게를 감안한 얘기다. 그러나 공개되지 않은 곳에서 그는 계속 ‘김설명’으로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선명하게 찬반만을 갈라 온 분야여서 설명 없이 합의를 끌어내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설명이 길어질수록 개혁론자들은 선명성을 요구할 것이고, 재계는 불안해할 것이다.
 
그래도 그의 20년 내공을 믿고 맡겨 봤으면 한다. 김 내정자에겐 스스로 한 말을 돌려드리려 한다. 5년 전 본지 인터뷰에서다. “거대 담론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없다. 한국 사회에 부족한 것은 구체적인 상황을 만들고 집행하는 능력이다.”
 
김영훈 디지털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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