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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받은 메르크롱 … 메르켈 “영국, 이민 제한 땐 응분의 대가” 포문

마크롱(左), 메르켈(右)

마크롱(左), 메르켈(右)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앞둔 영국을 강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취임(지난 14일) 바로 다음 날 독일을 찾아 공조를 과시한 직후다. 두 정상은 조약을 개정해서라도 EU 결속 강화에 나설 수 있다며 강한 연대를 과시했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EU와의 브렉시트 협상 성공을 위한 지지를 호소했다. AP통신 등은 “영·독의 갈등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했던 영국과 패전국이었던 독일의 긴장 관계를 다시 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영국이 EU 시민들의 이민에 대해 제한을 가하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20개국(G20) 노동조합 대표들과 베를린에서 만난 자리에서다. 메르켈 총리는 “악의를 갖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영국이 좋은 것만 챙긴 뒤, EU 시민의 영국 이민을 연간 10만 명이나 20만 명으로 제한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유럽 쪽에서 맞대응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재 EU 체제에선 (유럽 대륙과 영국이) 산업 공급망으로 촘촘히 얽혀 있는데, (브렉시트 이후) 관세가 매겨지게 되면 모든 게 규제돼야 하므로 산업망이 깨지고 공급처는 재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런 발언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과의 관계에 대해 밝혀온 입장 중 가장 거친 것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이민 정책에 대한 경고와 함께 영국의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 이탈 시 영국 산업망에 타격이 가해질 수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AFP통신 등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향배를 견인해온 프랑스와 독일의 프랑코-저먼 동맹이 ‘메르크롱’ 체제로 부활한 듯하다”며 “EU에 속하면서도 파운드화를 쓰고 국경 자유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조약에 가입하지 않은 영국의 이탈을 앞두고 프랑스라는 우군을 확보한 메르켈이 본격적인 포문을 열었다”고 분석했다.
 
메르켈 총리는 북아일랜드 문제까지 거론했다. 영국 EU 탈퇴 시 갈등의 화약고가 될 지 모른다는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아일랜드공화국과 북아일랜드 국경에서 긴장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목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17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이 17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현재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령 북아일랜드는 국경 통제와 세관 검사 없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는 불가능해진다. 영국 정부와 아일랜드 정부는 양국 간 세관이 부활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EU의 입장은 다르다.
 
미셀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대표는 최근 “두 지역 사이에 단단한 국경은 피하려 하지만 EU의 단일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제어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의 공격은 6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메이 총리와의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메이 총리는 지역 선거운동에서 메르켈 총리가 “영국 일부 국민은 환상을 갖고 있는데 시간 낭비”라고 말한 데 대해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메이 총리는 “메르켈 총리의 브렉시트에 대한 입장은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며 “협상이 어려운 시간이 될 것이란 것을 본 만큼 가장 강력한 협상력을 갖춰야 한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EU 27개국이 영국에 반대하기 위해 일렬로 서있다”는 말도 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EU측이 영국에 피를 흘리게 하려고 한다”고 반발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우려돼온 EU 탈퇴 도미노는 네덜란드 총선과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포퓰리즘 정당과 후보가 패하면서 한 풀 꺾이는 추세다. 9월 독일 총선에서도 메르켈 총리의 4선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보수당이 다음 달 8일 영국 총선에서 승리해 메이가 선거로 뽑힌 총리라는 지위를 확보할 경우 메르켈과 메이, 두 여제의 대결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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