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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하동 들녘 물들인 눈부신 빨강, 꽃양귀비의 유혹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에서 장미 축제가 열릴 뿐만 아니라 동네 담벼락에서도 툭툭 피어난 장미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다들 5월의 주인공을 장미로 알지만 이 자리를 노리는 매혹적인 꽃이 또 있다. 바로 꽃양귀비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05년부터 과잉 공급되는 쌀 대신 경관작물을 재배하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꽃양귀비를 심는 곳이 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꽃양귀비 밭을 가꾸고 있는 경남 하동군 북천면이 대표적이다.
 
경남 하동 북천면에 펼쳐진 전국 최대 규모의 꽃양귀비밭. 물감으로 채색한 듯한 풍광을 보면 누구나 들뜬다. 꽃양귀비 축제가 21일까지 진행된다.

경남 하동 북천면에 펼쳐진 전국 최대 규모의 꽃양귀비밭. 물감으로 채색한 듯한 풍광을 보면 누구나 들뜬다. 꽃양귀비 축제가 21일까지 진행된다.

5월 15일 꽃양귀비 축제가 열리고 있는 하동군 북천면을 찾았다. 하동을 수차례 찾았지만 북천면은 처음이었다. 이곳은 하동군에서도 변방이라 할 만하다. 하동군은 관광이 주산업이지만 북천면은 지리산·섬진강에서 거리가 멀고 변변한 숙소와 식당을 찾기도 어렵다. 그런데 5월 중순이면 1주일에 수십만 명이 이 마을을 찾는다. 꽃양귀비 때문이다. 한종철 하동군 농축산과장은 “꽃양귀비 재배지가 전국에 몇 곳 있는데 북천면이 17만㎡(약 5만 평)로 단연 최대 규모”라며 “북천면은 과거 코스모스·메밀꽃 축제가 열리는 가을에만 관광객이 몰렸는데 양귀비 덕분에 봄 나들이객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축제 현장의 꽃양귀비는 이번 주말 만개할 예정이다.

축제 현장의 꽃양귀비는 이번 주말 만개할 예정이다.

꽃양귀비는 우리가 아는 양귀비와 다르다. 마약 성분이 없어 오로지 관상용으로만 쓴다. 개양귀비라고도 하고,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우미인초라고 불렀다. 절세미인인 당나라 양귀비(719~756)보다 더 오랜 전설이 있다. 초나라 황제 항우(기원전 232~202)의 후궁 우희가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뒤 무덤에서 피어난 게 우미인초, 즉 꽃양귀비였단다.
 
13일 개통한 레일바이크. 대부분 내리막길이라 부담이 없다.

13일 개통한 레일바이크. 대부분 내리막길이라 부담이 없다.

북천면을 동서로 가르는 2번 국도를 기준으로 남쪽에는 새빨간 꽃양귀비가 파도처럼 너울거렸고, 북쪽에는 분홍과 하양 꽃양귀비와 푸른 수레국화를 함께 심어 더 화려했다. 축제장 한쪽에서는 전을 부치는 냄새가 고소했다. 꽃 한 송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줄기는 금방이라도 꺾일 듯 여려 보였고, 4겹 꽃잎은 튤립이나 장미보다 채도 높은 빨강으로 눈부셨다. 아기처럼 잔털이 많은 꽃망울은 개화 전까지 고개를 푹 떨구고 있다. 점차 꽃대를 세우다 하늘을 향해 세차게 꽃잎을 틔운다. 5월 15일 현재 개화율은 60%, 고개를 푹 숙인 꽃망울과 만개한 꽃이 어우러진 모습이 되레 이채로웠다. 문병현 북천면 코스모스·메밀꽃 영농법인 대표는 “이번 주말이면 꽃양귀비가 만개할 것 같다”며 “올봄 비가 적절히 내린 덕에 예년보다 꽃이 훨씬 예쁘게 피었다”고 말했다. 축제는 5월 21일에 끝나지만 6월 초까지도 꽃을 볼 수 있다.
 
축제 기간 직하고택에서 음식문화제가 열렸다. 전통주 강의 모습.

축제 기간 직하고택에서 음식문화제가 열렸다. 전통주 강의 모습.

올해는 북천면이 꽃양귀비를 재배한 지 3년, 그러니까 축제 3년차다. 개최 10년째에 접어든 가을 코스모스·메밀꽃 축제에 비하면 아직까지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즐길거리에 공을 많이 들였다. 5월 13일엔 폐선로를 활용한 레일바이크를 개통했고, 여태 개방하지 않았던 직하고택에서 하동 종가 음식문화제(15~17일)를 열기도 했다. 이명산(570m) 자락에 안긴 고택을 들러봤는데 솔숲과 낡은 한옥, 돌담이 어우러져 그윽한 분위기를 빚었다. 고택에서 만난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유교 정신을 이어오면서 일제 치하 독립운동을 주도한 유서 깊은 고택”이라고 소개했다. 고택 문은 다시 닫혔지만 문화 행사 등으로 개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단다. 
 
●여행정보
서울시청에서 하동군 북천면까지는 348㎞, 자동차로 약 4시간 거리다. 꽃양귀비 축제가 열리는 북천면에는 숙소가 많지 않다. 축제를 즐긴 뒤 하동읍이나 관광지가 많은 악양면·화개면 쪽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다. 한옥 체험을 하고 싶다면 드라마 ‘토지’ 세트장으로 쓰인 ‘최참판댁’이 제격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인증한 한옥스테이 숙소다. 주중 기준 2인실 3만원, 4인실 3만5000원. 섬진강에서 채취한 재첩이 한창 맛있을 때다. 화개면에 있는 혜성식당(055-883-2140)이 다양한 재첩·참게 요리를 판다. 재첩국 정식 9000원, 참게탕(소) 3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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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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