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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죽어가도 다가갈 수 없는 세상, 체르노빌을 기억하세요”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하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렉시예비치.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하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렉시예비치.

4월 위기설은 넘겼지만 걱정은 줄어들지 않는다. 북한이 갈수록 핵무기 개발에 바짝 다가서는 것 같아서다. 북한의 핵무기는 핵재앙을 전쟁도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끔찍하다.
 
만에 하나 전쟁이 벌어져 핵폭탄이 사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원로 문학평론가 김우창(81) 고려대 명예교수는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69)의 글을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알렉시예비치를 포함해 세계 유명작가가 대거 참여하는 서울국제문학포럼(23~25일)에 대한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알렉시예비치는 1986년 우크라이나·벨라루스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참혹상을 20년 현장 취재 끝에 생생하게 글로 옮겨 노벨상을 받았다(『체르노빌의 목소리』). 포럼을 앞두고 미리 보낸 ‘미래에 관한 회상’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도 그 내용을 실감 나게 전한다. 이 글을 김 교수가 읽어보라고 한 것이다.
 
A4 용지 9쪽 분량의 글에서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이후 우리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고 운을 뗀다. 묵시록적인 세상, 그런 면에서 섬뜩한 미래의 시간을 살게 됐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이런 것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어요” “공포영화에도 이런 것은 없었어요”라고 절규한다. 무장 군인들이 자동소총을 들고 삼엄하게 경계를 펴지만 정작 그들이 싸워야 할 대상은 눈에 보이지 않아서다. 방사능은 무색, 무취에 형태조차 없지만 은밀하면서도 확실하게,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사람들과 무수한 동식물의 생명을 앗아간다. 심지어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마저도 영원히 세상에서 격리시켜야 한다. 땅속에 땅을 파묻어야 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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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은 물론 책에서도 소개한 소방대원의 아내 류드밀라 이그나텐코는 체르노빌 현장에서 방사능에 오염돼 죽어가는 남편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의료진의 지시를 거부하고 병실에 숨어든다. 사랑하는 신혼의 남편과 키스하고 간호를 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뱃속의 5개월 된 딸을 잃고 자신의 건강도 망친다. 몇 년 후 다른 남성을 만나 아들을 얻지만 역시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남편을 면회하려는 이그나텐코에게 병원 의료진은 경고했다.
 
“명심하세요. 남편한테 가까이 다가가시면 안 됩니다! 입 맞추어도 안 됩니다! 쓰다듬는 것도 안 됩니다! 이제 이 사람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방사능 오염물질이에요!”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 핵재앙으로 인간이 가지고 있던 사랑과 죽음의 개념조차 바뀌어버렸다고 쓴다. 죽음을 부른 사랑, 죽음의 키스였던 셈이다.
 
김우창 교수는 “모든 것이 오락이나 선전, 디자인이나 문화산업이 되는 세상에서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데, 알렉시예비치의 글은 추상적인 얘기가 아니라 구체적인 언어로 인간 체험을 전하는 문학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여전히 문학은 심오한 주제를 얘기할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어 “북핵 문제는 절대로 폭력으로 해결하면 안 된다. 전쟁과 핵이 결합하면 정말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다”고 했다. 그런 이유에서 알렉시예비치의 글을 읽어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알렉시예비치는 문학포럼 이외에 다양한 일반 대상 행사를 소화한다. 19일 오후 4시 홍대 상상마당에서 ‘독자와의 만남’, 22일 오후 2시 서울대 러시아연구소에서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와의 대화’, 24일 오후 2시 서강대 트랜스내셔널 인문학연구소 초청 토론에 참가한다. 서울국제문학포럼은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동 주최한다. 02-721-3202~3, 061-900-2100, 2200.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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