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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집이 예술이네 … 남성복 매장을 갤러리로 만든 그녀

매장 작업을 처음 한 이예승 작가는 “새 분야에 눈 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사진 미래세움]

매장 작업을 처음 한 이예승 작가는 “새 분야에 눈 돌리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사진 미래세움]

문을 열고 들어서던 손님들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옷집인가 화랑인가, 판단이 안 선다. 설치미술 사이에 옷들이 걸린 듯도 하고, 옷걸이 배경으로 작품이 배치된 듯도 하다. 어린 시절 수집하던 미니조립 ‘따조’가 색색 아크릴판으로 경쾌하게 늘어섰고 건축현장에서 쓰는 철제 비계 사이로 영상물도 보인다. 서울 홍대 앞 남성복 브랜드 ‘커스텀멜로우’ 플래그십스토어(브랜드 성격과 이미지를 극대화한 매장)가 요즘 패션업계에서 화제다. 기업과 예술가가 손잡고 새로운 형식의 ‘공간 프로젝트’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 첫 주인공은 미디어 설치미술가 이예승(43)씨다. 디지털 미디어 기술과 회화적 이미지를 융합한 ‘동중동·정중동(動中動·靜中動)’ 등으로 이름난 그는 공간을 다채롭게 변용시키는 순발력으로 평가받는다. 이씨는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제안을 받고 브랜드가 지닌 이야기를 풀어내는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아 선뜻 응했다고 했다.
 
“물질이 지닌 개성이나 표정을 연구해 밖으로 끌어내는 데서 기쁨을 느낍니다. 남성복 브랜드인 커스텀멜로우를 봤을 때도 그랬어요. 제품명처럼 그윽하고 부드러우면서 유유자적한 도시 남성의 모습을 발굴이나 복원현장의 복고풍으로 풀어봤죠.”
 
옷과 조화된 수직 줄무늬 설치물과 오래된 식물처럼 넝쿨을 이룬 조형물이 어우러진 공간은 낮과 밤의 변화가 크다. 자연광이 넉넉히 들어오는 건물 특성 덕에 낮에는 유쾌한 공원 같고, 조명이 켜지는 밤에는 겹겹 종유석이 매달린 동굴처럼 보인다. 제목을 ‘무빙 무브먼츠 ’라 붙인 까닭이다. ‘움직이는 움직임’이란 말 자체가 이 공간이 지닌 운율을 드러낸다.
 
“젊은이와 외국인이 뜨겁게 몰려다니는 젊음의 거리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담고 싶었죠. 아트로 패션을 물들이는 기분이랄까. 새로움을 갈구한다는 점에서 이런 협업이라면 신나게 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어요.”
 
이번 일감을 기획한 ‘미래세움’(대표 최석중)은 앞으로 작가 릴레이 형식으로 젊은 미술가의 상상력을 상업 공간에 풀어놓을 계획이다. 반응도 좋다. 17일 매장을 공개하자마자 부산 롯데백화점이 1호점을 유치했다. 신은영 아트워크팀 실장은 “생활공간에 미술이 녹아들어 일구는 미감의 확장에 많은 신진 작가를 초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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