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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 안 좋고 토익성적 없는데도 구글 다녀요, 가능성 본 거죠

고교 때는 성적이 나빠 ‘취업 준비반’에서 수업을 들었다. 어렵사리 진학한 전남대 컴퓨터공학과에선 ‘프로그래밍’ 과목을 빼고는 학점이 바닥을 기었다. 이직을 준비할 때도 영어 울렁증 때문에 토익시험을 쳐보지도 못했다.
 
현재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에서 일하고 있는 이동휘(41·사진) 검색 매니저의 얘기다. 이 씨는 17일(현지 시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른바 ‘스펙’을 쌓는 게 (성공을 위한) 가장 확률이 높은 방법인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좋은 스펙을 가진 사람의 두 배, 세 배 노력하니 기회가 찾아오더라”고 말했다. 그가 구글에 꽂힌 것은 2006년 서울의 작은 정보기술(IT) 벤처기업에 다닐 때였다. 구글의 독보적인 검색 품질에 반해 ‘떨어져도 좋으니 한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반지하 방에서 애 셋을 돌보는 부인으로부터 ‘딱 4개월만’ 허락을 받은 뒤 이직 준비를 했다.
 
이 씨는 “그해 기술 면접만 7차례를 봤는데, 프로그래밍 문제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것을 좋게 봐준 것 같다”며 “구글코리아에 엔지니어로 채용됐고, 3년 뒤 미국 마운틴뷰 본사로 옮겨 검색 기능 개선 관련 일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구글에서 인정받는 엔지니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구글 특유의 개방성과 성과 위주 조직문화의 덕이 컸다. 그는 “구글에선 국적·나이는 물론이고 출신학교·지역·경력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며 “스펙보다는 실력, 현재의 위치보다는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사람을 뽑는 게 구글의 채용 기준”이라고 말했다.
 
입사 후 지금까지 구글의 폭발적인 성장을 지켜봐 온 이 씨는 정보기술(IT) 패러다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한 점을 구글의 성공비결로 꼽았다. 그는 “인터넷 시대에는 검색 엔진에 집중했고, 스마트폰 시대에는 안드로이드를 인수하는 등 모바일에 신경을 썼다”며 “방대한 데이터에서 가치를 뽑아내는 일이 중요해진 요즘에는 인공지능(AI)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IT의 흐름을 한발 앞서 읽고 아낌없이 투자를 해왔다”는 게 그가 첫 손에 꼽는 구글의 고속 성장 배경이다.
 
구글의 성공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맨파워다. 이 씨는 “구글은 직원 채용과 승진 절차가 까다로운데, 이는 인재를 뽑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신의 능력을 대우해주는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구글 직원들의 이직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IT 기업과 구글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한국 기업들은 회사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 있느냐를 중시하는 반면, 구글은 철저히 결과물로 성과를 따진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구글 직원들이 날마다 가족과의 오붓한 저녁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씨는 “어제는 새벽 2시까지 일을 하다가 동료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친구도 안자고 일을 하고 있더라”며 “더 많은 자유를 주는만큼 업무와 성과에 대해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마운틴뷰=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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