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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을 알려주마...30개 문답에 담아낸 비정규직 이슈의 모든 것

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7.5.12.청와대사진기자단

12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2017.5.12.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 선언으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체 근로자의 3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진 비정규직은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들의 근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비정규직 제도는 언제 어떻게 태어났으며, 왜 논란이 되는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30개의 문답 풀이를 통해 정리했다.  
 
1. 비정규직이란 무엇인가.  
 
A. 비정규직은 정규직과 달리 고용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근로시간이나 근무방식이 다른 근로자들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다만 법률 용어는 아니다. 비정규직법 역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법’이나 ‘파견근로자 보호법’ 등을 묶어 부르는 말이지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정확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범위 또한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의 비정규직 분류 기준이 다를 정도다. 최근에는 같은 노동을 하면서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모든 근로자를 포함하는 추상적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2. 비정규직의 종류는. 
 
A. 대표적인 게 기간제다. 일반적으로 계약직이라 불리는데 근로계약을 맺을 때 고용계약 기간을 정해둔 형태다. 흔히 파트타임이라 불리는 단시간 근로도 포함된다. 하청업체에서 파견된 근로자도 비정규직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해당 근로자는 원청업체가 아닌 하청업체와 고용계약을 맺는다. 하청업체의 정규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원청업체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한 일을 하고도 같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고용계약 형태와 무관하게 비정규직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3. 무기계약직은 무엇인가? 중규직이라는 말도 있던데. 
 
A. 무기(無期)계약직은 말 그대로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는 계약직 근로자라는 뜻이다. 2년 등 일정 기간만 일하는 조건으로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기간제 비정규직과 비교하면 정규직에 더 가깝다. 기획재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집계에서도 제외된다. 다만 정규직에 비해서는 더 적은 급여를 받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에 있다는 뜻에서 ‘중(中)규직’으로 불리기도 한다.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은행은 은행 창구 직원인 3000명의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연내에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걸 검토 중이다.
  
4. 비정규직이 논란의 대상이 된 건 언제부터인가.  
 
A. 비정규직이 사회 문제로 대두하기 시작한 건 외환위기 이후다. 대량해고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1998년 출범한 노사정위원회에서 근로자 파견제와 정리해고제 확대 방안이 타결됐다. 정리해고의 사유를 보다 광범위하게 적용하고, 파견근로제의 법적 기반을 마련해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내려는 것이었다. 위기 타개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이 때를 기점으로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각해진 것 역시 사실이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2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5. 비정규직이 왜 지금 이슈가 되고 있나. 
 
A.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대통령 취임 이후 실제 관련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임기 내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일단 공공부문에서부터 먼저 비정규직을 없애고 민간으로의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6. 모든 종류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말인가. 
 
A.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규직 전환 대상이나 규모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집에는 ▶상시 지속적 업무▶생명·안전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전환한다고 명시돼 있다. 상시 지속적 업무의 판단기준을 완화해 최대한 많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는 의지도 담았다.
 
7. 간접고용 근로자들도 정규직 전환 대상인가.  
 
A. 기획재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범위에 간접고용 근로자는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간접고용 근로자들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겠다고 명시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 공약집에도 ‘기간제, 파견 및 하도급, 특수형태 고용 등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겠다’며 간접고용 근로자들도 명백하게 전환 대상에 포함시켰다.
  
8. 어떤 식으로 정규직화한다는 건가. 
 
A. 노동계 등에서는 크게 세 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먼저 기존 정규직과 똑같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이다. 하지만 이 경우 기존 정규직과 같은 급여와 처우를 해줘야 해 기업의 부담이 커지고 기존 정규직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존 정규직과 다른 새로운 정규직 직군을 만들어 비정규직들을 새 직군의 정규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 기존 정규직보다 다소 낮은 급여를 지급해도 돼 기업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 세번째는 기업이 자회사를 설립해 비정규직들을 모두 자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비정규직 직원들이 ‘사실상 간접고용이나 마찬가지’라고 반대하고 있다.  
 
 
임금근로자 열 중 셋은 비정규직. 월급은 정규직의 절반.  [자료제공=통계청]

임금근로자 열 중 셋은 비정규직. 월급은 정규직의 절반. [자료제공=통계청]

 
9.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A. 한국 경제가 눈에 띄게 활력을 잃으면서 비정규직의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의 비중은 32.8%에 달했다. 한국 근로자 10명 중 3명 이상이 비정규직 근로자라는 뜻이다. 비정규직의 증가는 사회 전체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고용 안정성도 떨어져 언제 직장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저임금으로 인한 가계대출의 증가, 소비 부진 등 경제 침체의 악순환을 불러오는 핵심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해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더 벌어지고.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도 좁혀지지 않아. 남녀는 정규직 취업에도 차이 나. 시민 마이크, 시민마이크에 쏟아진 목소리. 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들의 제안. 청주공항에서 일하는 김지연씨는 회사가 계약직을 없앤 덕분에 인턴에서 바로 정규직이 됐다.   [사진제공=이스타포트]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더 벌어지고.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도 좁혀지지 않아. 남녀는 정규직 취업에도 차이 나. 시민 마이크, 시민마이크에 쏟아진 목소리. 리셋 코리아, 고용노동분과 위원들의 제안. 청주공항에서 일하는 김지연씨는 회사가 계약직을 없앤 덕분에 인턴에서 바로 정규직이 됐다. [사진제공=이스타포트]

 
10. 비정규직이 받는 차별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인가.  
 
A. 비정규직의 급여는 정규직의 50~6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노조에서 배제된 기아차 비정규직들의 경우 기본급·수당·상여금 등을 모두 더한 총급여가 정규직의 60.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복지 부분에서도 차별이 있다.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의 중·고등학교 자녀는 학기당 10만원, 대학생 자녀는 매년 1명에 한해 30만원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정규직은 자녀 세 명까지 중ㆍ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등록금 전액을 지급 받는다. 이들은 차량 할인혜택, 병원 진료비 지원 등도 정규직보다 낮다고 주장한다. 문 대통령은 ‘동일 사업장 내에서 동일한 가치노동과 임금의 원칙을 법제화해 비정규직 급여를 정규직의 8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11.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면 좋은 것 아닌가. 일부에서 문제 제기를 하는 건 어떤 이유 때문인가.  
 
A. 그 동안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써 온 건 비용 절감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면 당장 급여가 높아져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비용이 높아지면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나 생산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특히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되기 때문에 기업의 사정이 악화하더라도 인력을 줄이기도 어려워진다. 또 인건비가 높아지면 그 만큼을 소비자나 납세자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도 커진다. 공공기관부터 먼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이뤄지는 만큼 공공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세금의 상당 부분이 이들의 인건비로 투입될 수도 있다.   
 
12. 공공기관부터 먼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비정규직 분포는 어떤가.
 
A. 공공기관 알리오 사이트에 따르면 1분기 현재 공공기관의 기간제 비정규직 수는 3만7408.2225명이다. 파견 등 간접고용 인력은 8만3299명이다. 이들을 더하면 총 12만707명으로 전체 공공기관 직원(42만9173명)의 28.1%에 달한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심각한 건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전체 중소기업 임금근로자 353만 명 중 49.7%인 178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비정규직 비중이 13.6% 수준이다. 비정규직을 논할 때 주로 공공기관과 대기업을 문제 삼지만 정말로 손을 대기 어려운 난제는 중소기업 비정규직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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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기간제 비정규직 숫자가 이상하다. 왜 소수점 아래의 숫자가 붙어있나. 
 
A. 시간제 비정규직, 즉 파트타임 근로자를 근로시간에 따라 1명 미만으로 집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일제 근로자가 8시간 근무한다고 가정할 경우 2시간 근로자는 0.25명, 3시간 근로자는 0.375명, 4시간 근로자는 0.5명으로 분류하는 식이다. 공공기관의 시간제 비정규직은 총 4950.2225명으로 집계되는데, 사람 수를 제대로 집계할 경우 이 수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14. 공공기관은 비정규직 감원 노력을 꾸준히 해 비정규직을 많이 줄였다고 하는데 맞나. 
 
A. 소수점 아래의 숫자를 버릴 경우 비정규직 숫자는 2012년 4만5317명에서 1분기 현재 3만7408명으로 줄어들었다. 기간제 비정규직만 놓고 보면 감소한 것이 맞다. 하지만 같은 기간 간접고용 근로자가 6만3117명에서 8만3299명으로 늘어났다. 비정규직을 줄이라고 했더니 비정규직을 줄인 대신, 비정규직으로 집계되지 않는 간접고용 인력을 늘린 것이다. 부정적인 풍선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15. 공공기관들은 민간기업보다 비용 증가에 대한 압박이 덜한 것 아닌가.  
 
A. 공공기관 중 상당수는 정부의 예산으로 운영된다. 정부가 예산을 주면서 한 해 인건비 한도를 미리 정해 그 한도를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비정규직이 대거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인건비가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현 시스템에서는 인건비를 늘릴 수가 없다. 기존 정규직이 월급을 깎아서 새 정규직들에게 나눠줘야 할 상황인데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산으로 운영되지 않는 곳들도 상당수가 영업이익을 내지 못해 자금 사정이 좋지 못하다. 정부 지정 332개 공공기관 중 영업이익을 내는 곳은 101곳 뿐이다. 나머지 231곳은 적자를 보고 있거나 수익 사업 자체를 하지 않는다. 늘어날 인건비를 추가로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16. 공공기관 정규직 임직원들의 급여가 높은 것으로 아는데, 자체 체질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A. 그렇다. 공공부문 정규직 한 명당 평균 인건비는 6800만원으로, 1인당 국민소득(3100만원)의 2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평가가 나빠도 성과급 잔치를 하는 공기업이 수두룩하다. 큰 징계가 아니면 공공부문 직원이 ‘잘릴’ 일도 없다. 한국에서 공공부문이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 때문에 공공부문 정규직들이 기득권을 일부 내려놓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부문 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도 상생을 위해 정규직 노동조합이 양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7. 파트타임 근로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A. 자발성이 핵심이다. 본인이 원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은 당연히 정규직 전환 대상이 아니다. 다만 기회가 주어져 풀타임 근로를 할 생각이 있는 사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가 문제다. 총량이 문제다. 예를 들어 한 기관이 하루 40시간 동안 할 일이 있어 4시간씩 일하는 파트타임 근로자 10명을 고용했다고 치자. 일이 늘어나지 않는 한 이 파트타임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건 비효율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하는 사람을 5명으로 줄여야 한다. 전문가들은 시간제 근로자들이 애꿎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8. 간접고용 근로자 중 공공기관 정년을 넘긴 고령자들은 어떻게 되나. 
 
A. 공공기관의 정년은 60세다. 이보다 나이가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라면 정규직 전환 때 자칫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청소·경비 용역 근로자 중엔 특히 고령층이 많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시의 모델을 참고해 이들을 구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012년 서울시는 파견 비정규직을 우선 직접고용 비정규직으로 전환한 뒤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미 정년을 넘긴 근로자도 65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용역업체 소속 청소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국회 역시 고령자들이 촉탁계약직 형태로 68세까지 일할 수 있도록 했다. 
 
19. 파견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인력 용역업체들은 어떻게 되나. 
 
A. 당연히 일감이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용역업체가 기관에 인력 10명을 공급하고 있었다고 하자. 만약 정부의 정규직 전환 방침에 따라 해당 기관이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로 인력을 흡수하면 용역업체는 당장 일거리가 사라지는 셈이다. ‘공공기관이 민간기업의 인력을 탈취하는 것’이란 반발이 나오기도 한다. 애초에 특정 공공기관을 상대로 설립한 용역업체라면 더욱 부담이 클 수 있다.  
 
20. 민간 기업의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다 전환되나.  
 
A. 아니다.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공공부문에 한정된 것이다. 공기업이나 준정부기관 등이 대상이다. 다만 이게 일단락된 뒤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라 점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있다. 
  
21.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것도 가능한가.  
 
A. 문 대통령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 천명 이후 많은 직역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중에는 간호조무사가 간호사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데 급여 측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정 기간 근무 경력이 있는 간호조무사에게는 간호사 자격을 줘야 한다는 식의 주장이다. 하지만 간호조무사와 간호사는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관계가 아니라 면허 취득 요건부터, 의료법상의 지위까지 서로 다른 별도의 직종이다. 이 때문에 이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연결시키는 건 무리가 따른다.  
 
22. 민간 기업들을 압박하는 내용들이 공약에 들어있다는데? 
 
A.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일자리 창출과 함께 문 대통령의 고용노동 분야 핵심 공약이다. 구체적으로 문 대통령은 비정규직 규모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위해 비정규직 차별 금지 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출산이나 휴직으로 인한 결원 등 예외적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하도록 하는 ‘사용사유 제한’ 제도도 도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대기업에 ‘비정규직 고용 상한비율'을 제시하도록 하고 이를 초과하는 기업에게 비정규직 고용부담금을 부과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23.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한다는 게 무슨 말인가. 
 
A. 말 그대로 제한적으로만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도록 제도로 못박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1970~80년대 사용사유 제한 제도를 도입했던 유럽 국가들은 경기 변동에 따른 대처능력이 떨어져 기업이 위기에 빠진 후 제도를 없앴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민간기업에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노동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동시장의 수요공급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 있다.
 
24. 결과적으로 신입사원 공채가 줄어 청년실업률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닌가.  
 
A. 그런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의 비정규직 전환 방침에 ‘진작 비정규직이라도 하고 있을 걸’이란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간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인건비는 고정비용이다. 이 비용이 늘면 당연히 경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한 번 늘리면 줄이는 게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공공기관이 신규 채용을 줄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신규 채용 확대 압박을 덜 받는 민간기업은 더욱 그럴 수 있다. 실제로 은행권에선 정규직 전환, 정년 연장 등에 따라 신규 채용이 감소하는 풍선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25. 간접고용 근로자들 사이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는데.  
 
A. 간접고용 근로자들은 자신들이 소속된 외주업체 등이 지정하는 곳으로 가서 일을 한다. 스스로 공공기관, 민간기업을 골라서 가는 게 아니다. 그런데 공공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간접고용 근로자들은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커진 반면,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경우에는 당장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작다. 
  
26. 민간 기업들은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 이유는.  
 
A. 민간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많이 써 온 이유 중 하나가 노동시장의 비유연성이다.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순간 해고가 쉽지 않아 정년까지 고용을 해야 한다. 경기가 악화해 사람을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쉽게 고용하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을 선호해왔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병행해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함께 펴고 있다.   
  
27. 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 모델’과 같은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게 뭔가.  
 
A.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이 2014년부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는,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한 일자리 늘리기 사업이다. 지역 각계가 참여하는 대타협을 통해 근로자 연봉을 4500만원 안팎의 ‘적정임금’으로 조절해 기업 성장을 유도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낸다는 게 골자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시킨 ‘일자리위원회’는 광주시의 ‘더 좋은 일자리 위원회’를 본받아 만들어진 측면이 크다. 광주시의 위원회는 지방정부와 시 의회ㆍ노동단체ㆍ사용자단체ㆍ시민사회단체ㆍ대학 등을 대표하는 15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위원회 역시 노동계와 재계는 물론 비정규직 대표까지 포함시켜 대타협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폴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본사와 폴프스부르크공장 전경.

폴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본사와 폴프스부르크공장 전경.

 
 
28. 대타협이 왜 필요한가. 
 
A.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하기 위해서다. 기업은 적정 임금에 따라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근로자는 연봉 3000만∼4000만 원대의 중간수준 임금을 받는 대신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받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선례가 있다. 볼프스부르크는 인구 12만 명의 소도시지만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 1위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곳이다. 1990년대 후반 경기 침체로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공장을 헝가리로 이전하려 했다. 지방정부가 중재에 나섰고, 고민 끝에 노조를 비롯한 시민들은 양보를 택했다. 새 공장을 지역 내에 설립하고, 실업자 5000명을 채용하되 연봉을 5000마르크(약 4000만원) 수준에 맞추는 조건이었다. 본사보다 20% 적은 임금이었지만 그들은 안정된 고용을 택했다. 이후 생산이 활기를 띠면서 이들은 2009년 본사 조직에 통합됐다. 상생을 택한 결과 기업과 근로자, 지방자치단체가 위기를 넘긴 셈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와 협력업체 간 임금 격차가 매우 크다. 광주는 물가가 비싸지 않고, 아파트 가격도 수도권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연봉 3000만원 이상만 보장된다면 일하겠다는 청년들이 많으니 이들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구상이다. 임금을 조금 낮추면서 고용을 늘리려는 시도인데 기업은 고용안정을 보장하고, 근로자도 적은 임금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타협이 필요하다.
  
29. 일자리 창출의 모델로 네덜란드도 자주 거론되는데. 
 
네덜란드는 과거 한국처럼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겪어 고용이 안정되지 못했던 국가다. 하지만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노사정이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 작지만 강한 나라로 탈바꿈하게 됐다. 바세나르 협약은 노조는 임금을 동결하고 기업은 노동시간 단축을 받아들이며 정부는 재정 및 세제로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다. 이 협약을 맺은 이후 네덜란드는 적게 일하고도 소득과 사회안전망이 보장되는 일자리 구조를 갖게 됐다.
  
30. 노사정위원회는 왜 제 역할을 못한다는 말을 듣나.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모델이 성공하려면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고, 노사정위원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맞다. 1998년 설치된 노사정위원회는 근로자와 사용자 및 정부가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사항을 협의하는 대통령자문기구다. 위원장이 장관급이라 위상도 높다. 그러나 20년 동안 사용자와 노동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조율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했고, 지난해 1월엔 한국노총마저 불참을 선언해 대화가 1년 넘게 단절된 상태다. 현재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조직 구성 작업이 진행 중인데, 사실상 역할이 중복된다. 정부가 양 노총에 일자리위원회 참여를 공식 요청할 전망이어서 노사정위원회가 일자리위원회에 흡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세종= 박진석·장원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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