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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띠에 재단 미술전의 중요한 원칙은 누구나 즐기는 전시"

 
에르베 샹데스 카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관장. 1년여 동안 준비한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달말에도 한국을 다녀갔다. 그는 "어떻게 하면 살아 숨쉬는 전시, 놀랍고 신선한 전시를 할 수 있을 지 항상 긍정적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에르베 샹데스 카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관장. 1년여 동안 준비한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달말에도 한국을 다녀갔다. 그는 "어떻게 하면 살아 숨쉬는 전시, 놀랍고 신선한 전시를 할 수 있을 지 항상 긍정적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어떻게 보면 작가와 함께 모험을, 여정을 떠나는 겁니다. 수개월 또는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끊임없이 여정을 걸어가며 서로 대화하고 작품이 나오는 거죠. 작가와 작품에 따라 저희가 질문을 많이 던질 때도, 조금 던질 때도, 아예 안 할 때도 있습니다. 상황에 맞추는 게 저희가 하는 일이죠."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활동에 대한 에르베 샹데스 관장의 설명은 여러모로 신선했다. 1984년 프랑스에서 출범한 이래 독창적이고 다양한 소장품과 예술지원활동으로 정평이 나있는 이 재단이 한국에서 대규모 전시를 연다. 30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기획전 '하이라이트'는 재단이 보유한 전세계 300여 작가의 1500여 작품 가운데 그야말로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작 일부만 훑어도 작가들의 국제적 명성은 물론 그 국적과 방식의 다양성이 한눈에 들어온다. 호주 출신 작가 론 뮤익의 극사실적 거대 조각, 미국 작가 사라 지의 대형 설치작품, 프랑스 만화가 뫼비우스의 영상, 콩고 출신 쉐리 삼바의 아크릴 그림, 일본 작가 모리야마 다이도의 사진 등.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린치의 드로잉과 판화, 기타노 다케시의 도자 조각도 포함돼 흥미를 돋운다. 미국 뮤지션 패티 스미스의 미술작품도 있다.
호주 출신 작가 론 뮤익의 작품 '침대에서'. 사진=패트릭 그리즈

호주 출신 작가 론 뮤익의 작품 '침대에서'. 사진=패트릭 그리즈

콩고 출신 작가 쉐리 삼바의 작품 '나는 색을 사랑한다'. 사진=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콩고 출신 작가 쉐리 삼바의 작품 '나는 색을 사랑한다'. 사진=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프랑사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유니콘'. 사진=패트릭 그리즈

프랑사 작가 장 미셸 오토니엘의 작품 '유니콘'. 사진=패트릭 그리즈

 더 흥미로운 건 이같은 전시작 상당수가 단순한 수집품이 아니라 재단의 커미션, 즉 제작의뢰로 탄생한 작품이란 점이다. "작가와 전시를 열 때마다 항상 제작의뢰를 합니다. 예술가의 창의성과 새로운 작업을 자극하는 거죠." 건축가 장 누벨의 설계로 94년 프랑스 파리에 들어선 재단 건물이자 미술관에선 연중 다채로운 기획전, 개인전이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이어진다. "시각미술, 패션디자인, 공연예술, 춤과 음악 등 전방위를 아울러 기획을 합니다. 이런 서로 다른 영역이 만나면 더 많은 에너지가 생성됩니다. 과학도 포괄합니다. 문화공간이라면 21세기 현실에 관심을 둬야하고 지금 현실에서 과학기술은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함께 일을 해보니 미지의 영역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답을 찾으려는 점에서 예술가와 수학자, 과학자는 굉장히 비슷해요."
 
에르베 샹데스 카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관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에르베 샹데스 카르띠에 현대미술재단 관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작가와 작품의 다양성에 더해 이같은 학제적 성격, 즉 서로 다른 영역을 아울러 예술가와 전문가에게서 협업을 이끌어내는 것은 이 재단의 큰 특징이다. 지구촌 인구 이동의 양상과 그 영향을 조명하는 '출구'가 좋은 예다. 프랑스 철학자 겸 도시학자 폴 비릴리오의 아이디어를 미국 건축가 그룹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가 영상과 소리로 구현했다. "철학자의 사상과 생각을 전시로 보여주는 게 참 어려웠어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창조적 작품이라야 사람들에게 자극이 될 수 있으니까. 답을 찾아 고민하다 미국에 가서 건축가들을 만났죠." 놀라운 협업이라면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도 있다. 40년간 동물 서식지 음향을 기록한 미국 음악가 겸 음향생물학자 버니 크라우스와 영국 작가 그룹 유브이에이가 만나 완성된 작품이다.  
 
버니 크라우스와 유브이에이의 작품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 사진=뤽 보글리

버니 크라우스와 유브이에이의 작품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 사진=뤽 보글리

 94년 관장에 취임, 20년 넘게 재단을 이끌어온 그는 다채로운 기획의 비결을 묻자 "문화적으로 풍부한 도시 파리에 재단이 있는 게 큰 도움이 된다"며 "미술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책을 읽고 전시를 보고 작가를 많이 만나며 많은 걸 배운다"고 했다. "현대미술재단이라 제일 중요한 것은 대화와 소통 같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때로는 엄청나게 큰 생각의 차이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고 소통하며 대화하는 게 중요하죠."  
 그는 "유명작가만 초대해 전시하는 건 저희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나이가 많든 적든 유명작가든 신진작가든 위계를 두지 않는 게 원칙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작가를 초대하고, 그들의 메시지를 해독해주고, 탐험도 같이하며 탐구정신을 보여주는 게 저희 사명이에요" 그는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전시를 하는 것"도 중요한 원칙으로 꼽았다. "현대미술 애호가나 전문가만 아니라 미술에 문외한 사람, 어린이에게도 사랑받는 전시를 하려는 게 저희 로드맵입니다." 몇 해 전 열린 기타노 다케시의 전시도 그랬다. "감독도, 배우도 하고 그림도 그리는 다재다능한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죠. 백지상태에서 전시를 제안했더니 처음엔 놀라고 다음엔 궁금해하더군요." 도쿄와 파리를 서로 오가며 대화가 이어졌다.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다케시가 '뭘 원하냐'고 묻길래 어린이를 위한 전시가 어떨까 했더니 바로 '좋다'고 하더군요." 영화로만 그를 알았다면 떠올리기 힘든 기획이다. 
 이번 서울 전시는 한국작가의 신작도 선보인다. '파킹찬스', 즉 박찬욱·박찬경 형제로 이뤄진 2인조는 영화'공동경비구역 JSA'의 판문점 세트를 소재로한 3D 영상을, 웹툰 작가 선우훈은 디지털 드로잉을 준비했다.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작가는 저희가 먼저 이번 전시에 꼭 초대하고 싶다고, 작품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죠. 선우훈 작가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여러 한국 작가 가운데 추천을 받았어요. 디지털 아티스트란 점에서 저희도 관심이 커요. 파리가 한국만큼 디지털 분야에 익숙하진 않은데 아티스트를 통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구요."  
 그는 이번 전시를 "양방향 대화"라고 불렀다. "파리의 저희 소장품을 여기 선보이는 동시에 전시를 하며 한국에서 저희가 배우고 발견하는 게 많을 겁니다. 한국에서 배우는 걸 파리에 가져가고 싶어요. 파리와 서울 간의 대화라고도 할 수 있죠." 8월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이후 아시아 순회에 나설 예정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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