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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취향] 스님 바텐더가 만들어준 칵테일 맛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라운지&바 김대욱 바텐더.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라운지&바 김대욱 바텐더.

‘월드 클래스 코리아’는 2009년부터 해마다 개최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바텐더 경연 대회다. 내로라하는 바텐더가 총 집결하는 이 대회 톱10에 든다는 것은 실력을 입증하는 일종의 증표가 된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1층 ‘라운지&바’ 김대욱(36) 바텐더는 2012·2014·2016년 대회 톱10에 진입하며 존재를 각인시켰다. 그가 생각하는 바텐더의 덕목은 ‘창의성’. 세상에 없는 칵테일을 만들기 위해 끝없이 짐을 싸는 여행 매니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근무하던 호텔 바(bar)가 문을 닫으면서 2011년 인도로 한 달 간 여행을 떠났다. 럭셔리한 여행이 아니라 정말 가방하나 메고 길거리 음식 먹으며 다니는 배낭여행이었다. 인도에서 매일 사먹었던 음료가 ‘짜이’라는 밀크티였다. 종이컵에 담아 파는데 우리 돈으로 200원 정도했다. 만드는 과정을 보니 홍차에 계피·정향·생강 등 각종 향신료를 넣고 끓이더라. 딱 칵테일 재료였다. 2012년 월드 클래스 코리아 대회에 출전하면서 자율 칵테일의 주제를 ‘나의 여행’으로 잡고 짜이를 응용한 밀크티 칵테일을 만들었다. "
김대욱 바텐더는 2011년 인도 여행을 기점으로 소믈리에에서 바텐더로 전업했다.

김대욱 바텐더는 2011년 인도 여행을 기점으로 소믈리에에서 바텐더로 전업했다.

김대욱 바텐더가 인도 여행 중에 마신 짜이 티에 영감을 받아 만든 밀크티 칵테일.

김대욱 바텐더가 인도 여행 중에 마신 짜이 티에 영감을 받아 만든 밀크티 칵테일.

 
여행을 가면 주로 무엇을 하나.
"아무래도 맛과 술에 관심이 많다보니 재래시장을 꼭 간다. 우리나라에 없는 식재료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외국 시장에서 사온 재료를 칵테일 가니시(Garnish·장식)로 응용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일본에서는 유자맛 소금, 엄지 손톱만한 산초 열매를 사와 칵테일에 곁들여봤다. 싱가포르 시장에서는 식용 곤충을 사왔다. 사슴벌레랑 비슷한 모양새에 손가락만한 크기인데 가니시로 활용하면 강렬하지 않을까. "
 
여행지에서도 바를 많이 가나.
"물론. 바를 순례하려고 여행을 가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루에 적어도 5군데는 순례한다. 돌아다니다보면 취해서 더 이상 못 들르는 게 아쉽다. 전에는 그 도시에서 꼭 가보고 싶은 바를 미리 정해놓고 출발했는데, 오히려 현지 바텐더에게 추천받는 바가 좋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제 그냥 간다. " 
 
여행 중 인상 깊었던 바가 있나.
"2011년 방문했던 영국 런던의 '듀크스(Dukes)'바다. 100년 가까이 된 유서 깊은 바다. 바텐딩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바 석이 이미 만석이었다. 어쩔 수 없이 테이블석에 앉았는데 바텐더가 이동식 카트에 재료를 담아오더니 눈앞에서 칵테일을 만들어줬다. 바텐더와 테이블에 앉은 손님이 자연스럽게 뒤섞이더라. 한국에서 이 카트를 꼭 도입해보고 싶었다. 벼르고 벼르다 웨스틴조선호텔 ‘라운지&바’에 합류하면서 5월부터 ‘무빙 바’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티니나 잭콕 같은 간단한 칵테일을 손님 곁에서 직접 만들 참이다. 원하는 손님은 칵테일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어떤 반응을 얻을지 궁금하다. "
손님 곁에서 칵테일을 직접 만드는 듀크스의 무빙 바 서비스.

손님 곁에서 칵테일을 직접 만드는 듀크스의 무빙 바 서비스.

 
바 순례지로 추천할 만한 여행지는.
"단연 일본 교토다. 2016년 5월과 9월에 교토에 갔다. 교토는 컨셉트가 특이한 바가 정말 많다. 고택을 개조한 바도 넘친다. 5명이 간신히 앉는 방에 촛불만 켜놓고 아지트처럼 단골손님만 받는 곳도 있다. 하이볼만 파는 바, 사과주로 만든 브랜디 깔바도스만 400여 종류 모아둔 바 등 개성 있는 바를 찾는 재미가 있다. 
칸가안에서 만난 스님 바텐더. 

칸가안에서 만난 스님 바텐더.

'칸가안'은 가장 특이했던 바다. 300년 넘은 절인데, 사찰 안에 술을 파는 바가 있다. 스님이 바텐더이고, 술병이 늘어선 장식장 사이사이에 불상이 있다. 일본식 정원을 바라보면서 운치 있는 밤을 보내기 좋았다. "
사찰 안에서 들어선 교토 칸가안 바.

사찰 안에서 들어선 교토 칸가안 바.

 
나만의 여행 필수품이 있다면.
"우리나라 전통주를 두어 박스 사간다. 무게가 꽤 나가지만 다시 들고 올 일 없으니 괜찮다. 전통주는 선물로 준다. 막걸리는 쉽게 상하니까 독한 증류주를 준비한다. 50도 짜리 ‘화요’가 외국인에게 특히 인기가 좋다. 바에서 만난 바텐더에게 주기도 하고, 주조사에게 건네기도 한다. 우선 술을 사랑하고 술에 인생을 건 사람들이니까 술 선물을 매우 반긴다. 한국에서 맛 볼 수 없는 귀한 술을 마구 꺼내준다. "
라운지&바의 클래식 마티니.

라운지&바의 클래식 마티니.

 
글=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사진=서울 웨스틴조선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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