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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새 국제회계기준이 뭐길래 … 삼성생명, 빚 22조 많아지나

‘예고된 태풍’
 
새로운 보험 국제회계기준 IFRS17을 두고 금융당국이 쓰는 표현이다. 보험업계를 뒤흔들 강력한 태풍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이달 중 IFRS17 기준서를 확정 발표하기 때문이다. 국내 보험업계의 긴장감이 커진다.
 
새로 도입될 IFRS17의 핵심은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의 보험사는 보험부채(고객에게 보험금을 돌려주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책임준비금)를 현재 시점의 가치(시가)가 아닌 과거에 보험을 판매했던 시점의 원가로 평가해 재무제표를 작성했다. 이에 비해 영국 등 유럽권과 호주에선 부채와 자산을 모두 시가로 평가했다. 2021년 1월 1일 자로 IFRS17이 적용되면 이 기준이 시가로 통일된다.
 
회계기준 바꾸는 것을 가지고 왜 호들갑일까. 이유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금리 하락 폭이 유독 컸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국내 보험사, 특히 생명보험사는 과거에 고금리 확정금리형 장기 저축성보험을 많이 팔았다.
 
국내 생보사가 보유한 부채 중 약정이율이 연 5% 넘는 부채가 30%를 차지한다. 연 7% 넘는 부채도 18%에 달한다.
 
지금은 과거에 판매한 연 7%짜리 확정금리 상품이라면 만기에 지급할 보험금에서 연 7%씩 할인한 만큼만 책임 준비금으로 쌓으면 된다. 하지만 IFRS가 도입되면 매 결산 시점의 시장금리를 반영한 시가(공정가치)를 반영해 추가로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시장금리가 3%라면 연 4%포인트, 금리가 2%로 떨어지면 연 5%포인트만큼 준비금이 늘어난다.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생명보험협회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생명보험협회

그럼 국내 보험사가 추가로 쌓게 될 준비금은 얼마나 될까. 아직 기준서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은 추정치만 나온다. 지난해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 전체 부채가 42조원 늘어날 거란 전망을 내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보험업계 부채 증가규모를 23조~33조원으로 추정했다.
 
과거에 고금리 상품을 많이 판 대형 생보사일수록 시가평가로 인해 늘어나는 부채 규모는 클 수밖에 없다. IFRS17과는 기준이 다르지만 금융감독원의 부채적정성평가 결과에 따르면, 생보사가 과거에 판매했던 유배당 확정금리형 상품의 부채는 현재 기준으로 적정성을 평가했을 때 삼성생명은 22조7000억원, 한화생명은 7조1000억원, 동양생명은 1조1000억원이 늘어난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7차 공판에서도 변호인단이 “(삼성생명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했던 건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계열사의 충당자본금 부담이 20조원 이상으로 늘어나는 데 대비하기 위해서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IFRS17 도입으로 늘어날 부채 규모는 이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과거에 판매한 확정금리형 상품의 부채를 현재 기준으로 평가하면 20조원 정도 부채가 늘어나는 건 맞다”면서도 “다만 IFRS17에서는 변동금리형 상품 부채는 오히려 줄기 때문에 이를 합산하면 실제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연구원은 “IFRS17 기준서에 보험사의 입장이 일부 반영돼 기준이 완화된데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는 추세여서 준비금 부담이 예상만큼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생명보험협회

자료: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생명보험협회

 
IFRS17 기준서가 발표되기 전이지만 이미 각 보험사들은 선제적인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태풍의 강도는 아직 알 수 없으나 미리 제방을 쌓아두자는 취지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13일 국내에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공모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 건 보험업계 최초였다. 보험업계 맞수인 교보생명도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5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의했다. 신종자본증권이란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동시에 갖는 증권으로, 후순위채보다 금리가 높지만 IFRS17에서 자본으로 100% 인정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IFRS17 기준서가 나오면 부족한 자본이 얼마인지를 다시 확인한 뒤 필요하다면 시장상황에 따라 추가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회계기준 적용을 위한 시스템 도입까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IFRS17 적용 자체는 3년 반이 남았지만 2020년 회계연도의 비교 재무제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2020년 초 발표될 2019년 재무제표부터 IFRS17을 적용해야 한다. 사실상 2019년 하반기엔 각 사가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테스트에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일부 대형 보험사가 개별로, 9개 중소형 보험사가 공동으로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을 뿐이다.
 
나머지 보험사 20여 곳은 여전히 시스템 개발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보험사는 비상이지만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은 소비자와 투자자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일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부채 원가평가로 인해 가려졌던 보험회사의 민낯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보험 가입자로서는 해당 보험사의 자본건전성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김대현 한국회계기준원 팀장은 “한국뿐 아니라 각 국 보험사의 거부감과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10여 년의 논의 끝에 IFRS17이 도입되는 것은 회계정보의 질이 크게 향상된다는 유용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IFRS4와 IFRS17
IFRS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제정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회계기준이다. 이 중 IFRS4는 보험업에 적용된다. IFRS4는 2단계로 보험부채를 시가평가 하는 제도를 2021년 도입기로 했는데, 지난해 11월 IASB 이사회에서 IFRS4 2단계 명칭을 IFRS17로 확정했다. 한국은 2011년부터 IFRS 도입을 모든 상장기업과 금융회사에 의무화했다.
 
한애란 기자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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