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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청산도(靑山道)

청산도(靑山道)
-박두진(1916~98)
 
(…)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 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않는 보고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붙는 세상에도 벌레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어릴 볼이고운 나의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 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이 뜨거운 목마름은 무엇일까. 해방 직후의 시다. 강렬한 의태어와 벅찬 호흡은 그대로 기다림의 열렬함일 터. '벌레같은 세상'이 욕될수록 그리움은 산을 빌어 더 간절하다. 박두진의 산에는, 전래의 동양적 산수만이 아니라 구약성서 속 지성소의 뉘앙스가 스며 있다. 평생을 곧고 경건했던 그에게 이 윤택한 격정은 이례적이다. 우리에게도 푸른 산과 향기로운 풀밭의 시간이 멀지 않으리라. 
 
<김사인·시인·동덕여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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