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중앙시평] ‘트럼프 퍼스트’와 한반도 전쟁

문정인연세대 명예특임 교수

문정인연세대 명예특임 교수

전운이 감도는 4월의 한반도, 미국과 북한의 강 대 강 대치가 위태롭다. 미국은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진배치를 통해 대북 군사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화학무기 사용을 이유로 시리아 공군기지에 공습을 감행했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국가(IS) 동굴 근거지에 ‘폭탄의 어머니’라는 GBU-43을 투하하기도 했다. 이는 가공할 힘의 과시이자 북한에 대한 섬뜩한 경고다.
 
북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행사에서 최용해는 “전면 전쟁에는 전면 전쟁으로, 핵전쟁에는 우리 식의 핵 타격전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튿날인 4월 16일 실패하기는 했지만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대응했다. 4월 25일 인민군 창설 85주년을 맞아 평양이 6차 핵실험이라도 단행한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 그 경우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군사행동은 가능할까? 대부분의 전문가는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백악관이 ‘최고의 압박과 개입’이라는 대북정책을 공식화했기 때문에 군사행동 개연성은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방적 선제타격으로는 정치·군사적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뿐더러 자칫 전면전으로 이어져 대량살상을 부를 수 있다는 점도 회의론에 힘을 싣는다. 무엇보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나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같은 신중한 군 출신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한 무모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얼마 전 방한했던 제임스 놀트 뉴욕 세계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주 흥미로운 반론을 제기한 바 있다. 다음 네 가지 이유 때문에 트럼프가 북한과 전쟁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희생양(scapegoat) 이론. 국내적으로 위기에 직면한 지도자가 인위적으로 외부 위협을 조성해 전쟁을 감행함으로써 정치적 반전을 모색할 수 있다는 논리다. 유권자 지지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전쟁카드가 트럼프에게 충분히 먹힐 만한 유혹이라는 것이다. 시리아 공습 이후 급상승한 지지율은 그러한 개연성을 더욱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미국 내 정치상황이 대북 군사행동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는 경제민족주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전쟁 특수’라는 극약처방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한 인프라 투자나 보호주의 무역정책만으로 충분치 않다는 결론이 나오는 경우에는 더욱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음모론처럼 느껴지지만, 그간 미국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군산복합체가 차지해온 위상을 돌이켜보면 가능성 제로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주장이다.
 
셋째, 군사적 관점에서 볼 때 북한은 매력적인 표적이 될 수 있다. 이라크나 시리아와 달리 북한은 주변 국가들로부터 고립돼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하겠지만 미국에 대한 평양의 위협이 치명적이라면 이들 역시 양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더욱이 한·미 연합전력의 압도적 수준을 감안하면 유사시 북한의 반격을 감당해내는 것은 물론 확전 이후 김정은 체제를 궤멸시키기에도 충분하므로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비용 문제가 있다. 한마디로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의 선례와 달리 북한과의 전쟁비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미국이 이들 나라에서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해야 했던 것은 전쟁 그 자체보다는 이후의 안정화 및 재건 과정에서였다. 반면 북한의 경우 미국은 순수한 전쟁비용만 감당하면 그뿐, 안정화와 재건은 한국이 부담하게 될 것이므로 엄청난 재정부담 없이 결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예측이 한갓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여기에 더해 TV 리얼리티쇼에서 트럼프가 보여줬던 충동적이고 극적인 자기중심의 ‘트럼프 퍼스트’ 면모를 감안하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위대한 민주주의 전통의 나라 미국에서 그러한 극단적 시나리오가 쉽게 용인되진 않겠지만, 최소한의 가능성을 따져보는 작업은 우리에게 필수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한국의 지도자는 어떤 행보를 취해야 하는가. 재앙의 위험을 무릅쓰고 트럼프와 함께 대북 군사행동에 나서는 지도자, 트럼프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확전을 막기 위해 한·미 동맹 폐기조차 불사하는 지도자, 트럼프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해 예방외교로 극단적 상황을 피해가는 지도자. 이 중 과연 어떤 지도자를 원하느냐는 물음이야말로 20일도 남지 않은 대선에서 우리가 맞닥뜨린 선택의 본질이다. 위기설의 끝자락에서 치러지는 선거에 모두의 운명이 걸려 있는 까닭이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AD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북핵위기 심화 및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 등 미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2017년 7월 1일 개소했습니다.
연구소는 대학과 정부출연 연구 기관 등과 연계해 학술행사를 개최하며, 정기적으로 자문회의를 열고 다양한 시각과 차별화된 이슈를 제시합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은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