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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철강은 안보다” 수입 제한 착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철강 장벽’ 건설을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외국산 철강이 미국의 안보를 침해하는지를 상무부에 조사하도록 명령하는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무역확장법의 232조를 발령토록 하는 조치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이 미국의 안보를 저해하는지 조사해 이를 차단하는 조치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다. 미국 산업의 피해 여부를 조사하지 않고서도 발동 가능하단 점에서 강력한 보호무역 수단으로 여겨진다. 원래 미 기업 보호를 위해 1962년 만들어졌지만 95년 세계무역기구(WTO) 발족 이후 사실상 사문화됐던 조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가 62년의 법을 되살려 (향후) 철강 수입을 막기 위한 새로운 장벽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 및 철강업계 최고경영자들이 모인 가운데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우리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철강은 외국에 의존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 근로자와 미국산 철강을 위해 싸우겠다”고도 밝혔다. 이어 “(이 조치가) 중국과 관련 있는 게 아니라 전 세계와 관련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과 한국 등 외국산 철강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 반덤핑 관세를 매기는 방식을 써왔다. 핵심 제품을 캐나다·한국·멕시코 등 우방국에서 구할 수 있으면 미국 내 생산이 위축돼도 위협으로 여기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견실한 제조업 기반이 국가 안보의 조건이라는, 철강과 안보의 결합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채택했다.
 
행정각서에 따라 미 상무부는 최장 270일 간 조사에 들어가는데, 트럼프는 이날 “30일에서 50일”이라고 언급했다. 속전속결을 예고한 거다. 조사 후 안보 침해로 결론나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외국산 철강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 물량을 줄일 것으로 전망된다. 80년대 미 정부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을 압박, 자발적으로 수출 물량을 제한하도록 한 조치(VER)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뉴욕타임스)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의 안보를 내세운 철강 수입 제한은 상대국으로부터 유사한 보복을 받을 위험성이 있어 심각한 무역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미국에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국내 업계는 관련 조직을 보강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대한상의 이경상 경제조사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들은 공정한 무역 원칙에 맞지 않다”며 “이런 조치가 결국 미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을 부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전영선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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