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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으로] 32년 전 알박기로 헐값에 사들인 트럼프 ‘겨울 백악관’

트럼프 소유의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 
“그는 미국 대통령일 뿐 아니라 팜비치의 왕이다.”
 
미국의 잡지 베니티페어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게재한 기사 중 한 대목이다. 뉴요커 트럼프의 플로리다 진출기를 담은 기사였다. 이 문장을 응용하면 워싱턴엔 대통령을 위한 백악관이 있고, 플로리다 팜비치엔 왕을 위한 ‘마라라고 리조트’가 있다.
 
취임 석 달을 맞은 트럼프의 행보를 보면 마라라고는 제2의 백악관이다. 이곳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고, 미군의 시리아 공습 등 안보 현안도 보고 받았다.
 
화려한 타일과 샹들리에로 장식된 마라라고 리조트의 실내. 90년대 파산 위기를 맞은 트럼프는 마라라고를 회원제 클럽으로 분양했다. [사진 마라라고클럽 홈페이지]

화려한 타일과 샹들리에로 장식된 마라라고 리조트의 실내. 90년대 파산 위기를 맞은 트럼프는 마라라고를 회원제 클럽으로 분양했다. [사진 마라라고클럽 홈페이지]

지난 16일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을 때도 트럼프는 마라라고에서 부활절 휴가 중이었다. 미 언론에 따르면 그는 재임 석 달 동안 마라라고를 7번 방문했다. 시민단체는 “대통령 여행 경비에 세금 2100만 달러(약 240억원)가 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도 마라라고를 찾을 듯하다. 특유의 의지와 저돌성으로, 편법과 꼼수를 동원해 가며 손에 넣은 제2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마라라고의 원주인은 시리얼 브랜드 포스트를 보유한 식품회사 제너럴푸드의 상속녀 마조리 매리웨더 포스트다. 유럽 예술에 심취했던 그는 스페인 타일, 이탈리아의 프레스코 등 온갖 유럽 양식을 적용해 1927년 마라라고를 완성했다. 바다에서 호수까지(Sea-to-lake)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라라고(Mar-a-lago)라는 이름은 천혜의 입지에서 가져왔다. 리조트가 대서양과 호수를 양옆으로 끼고 있기 때문이다.
 
1만㎡(약 3000평)가 넘는 마라라고는 침실 58개, 욕실 33개, 연회장·극장 등을 갖추고 있다. 9홀짜리 골프 코스도 딸려 있다. 27m 높이의 타워에선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탁 트인 수평선을 감상할 수 있다. 아름다운 건축 양식 덕에 마라라고는 사적지·역사기념물로도 지정돼 있다.
 
포스트는 73년 사망하면서 “마라라고를 겨울 백악관으로 사용해 달라”며 정부에 기탁했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은 더 남쪽의 휴양지인 키 비스케인에 있는 친구의 별장을 이용했다. 검소했던 지미 카터는 화려한 마라라고가 부담스러웠다. 81년 카터 행정부는 매년 100만 달러씩 유지비가 들어가는 마라라고를 포스트 재단에 반납했다. 재단은 이를 2000만 달러에 매물로 내놨다.
 
트럼프는 97년 펴낸 책 『트럼프: 귀환의 기술(Trump: The Art of the Comeback)』에 마라라고에 홀딱 반한 순간을 기술했다. 플로리다에서 겨울 휴가를 즐기곤 했던 그는 85년 팜비치에서 가장 좋은 부동산을 찾아나선다. 이때 추천받은 곳이 수년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한 마라라고였다. 트럼프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자마자 내 것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포스트의 유가족에게 내부 집기를 포함해 2500만 달러에 사겠다고 제시했다. 가족은 더 큰 금액을 요구했다.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본 마라라고. 왼쪽은 대서양, 오른쪽은 호수다. 이 때문에 바다에서 호수까지라는 뜻의 ‘마라라고’라는 이름이 붙었다. [AP=뉴스1, 위키피디아]

미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본 마라라고. 왼쪽은 대서양, 오른쪽은 호수다. 이 때문에 바다에서 호수까지라는 뜻의 ‘마라라고’라는 이름이 붙었다. [AP=뉴스1, 위키피디아]

협상의 달인을 자처하는 트럼프는 협상 대신 협박을 선택했다. 일단 몇 해 전 포스트 재단이 34만6000달러에 매각한 마라라고 앞 해변을 200만 달러에 사들였다. 그러고는 “바다 조망을 망칠 끔찍한 건물을 짓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트럼프의 승리. 85년 그는 단돈 800만 달러에 마라라고를 얻었다.
 
훗날 트럼프는 워싱턴포스트(WP)에 “내가 해변을 가졌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팔 수 없었고, 값은 계속 떨어졌다”며 알박기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1967년 촬영된 마라라고 실내. [AP=뉴스1, 위키피디아]

1967년 촬영된 마라라고 실내. [AP=뉴스1, 위키피디아]

그러나 난관은 이어졌다. 90년대 트럼프는 사업 위기를 맞는다. 빚은 눈덩이처럼 불었고, 카지노·호텔 지분을 매각해야 했다. 그렇지만 마라라고는 지켰다. 리조트로 개발해 돈벌이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주민의 반대. 당시 팜비치는 밴더빌트·휘트니·듀폰 등 미국 전통 명문가가 독점하고 있었다. 자신들만의 사교 클럽을 운영했고, 회원 허락 없이 외부인을 동네에 초청할 수도 없게 했다. 이들에게 아무나 리조트 회원으로 받겠다는 트럼프는 눈엣가시였다. 팜비치 카운티 의회는 트럼프의 계획을 만장일치로 거부했다.
 
트럼프는 5000억 달러짜리 소송부터 걸었다. 지역 신문엔 “스티븐 스필버그, 헨리 키신저, 덴절 워싱턴,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회원권을 이미 샀고,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 부부도 가입서를 작성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가입서만 보내 놓고는 거짓 광고를 한 것이다. 또 귀족 클럽이 암묵적으로 유대인·흑인의 회원 가입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공격했다. 결국 ‘고상한 귀족’들은 차별주의자라는 낙인을 견디지 못하고 두 손을 들었다.
 
마라라고는 지금도 회원권 보유자만 이용할 수 있는 고급 리조트로 운영 중이다. 트럼프 가족은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별도 공간을 이용한다. 회원과 분리돼 있다지만, 트럼프의 방문이 잦아지면서 민주당은 문제 삼기 시작했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리조트 회원과 사적으로 접촉하는 것 아니냐”며 “회원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또 백악관을 포함한 대통령 업무 공간에선 방문 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마라라고 법도 발의한 상태다.
 
[S BOX] 골프장 땅도 소송 걸어 싼값에 장기임대
플로리다주 팜비치 국제공항 옆엔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이 있다. 당초 골프장 부지는 팜비치 카운티 소유였다. 이 땅을 트럼프에게 안겨준 것도 마라라고였다.
 
1995년부터 트럼프는 팜비치 카운티에 4차례 소송을 걸었다. 소송액은 7500만 달러(약 855억원). 마라라고 위를 지나 공항을 오가는 비행기 소음이 이유였다. 마침 카운티는 공항 남단의 쓸모없는 땅을 시장에 내놓은 터였다. 이 땅에 눈독을 들인 이는 물론 트럼프다. 그는 소송 취하를 대가로 30년 장기임대를 제안했다. 임대료는 첫해 43만8000달러(약 5억원). 215에이커(약 26만 평) 넓이의 땅 임대료로는 헐값이었다. 그럼에도 트럼프와의 소송을 위해 100만 달러 넘는 비용을 치러야 했던 카운티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카운티 측 변호사는 “윈윈(win-win) 거래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종 승자는 트럼프였다. 그는 세계적인 골프 코스 설계자를 섭외해 황무지를 플로리다 최고 골프장으로 만들었고, 회원권을 팔았다. 2011년 자료에 따르면 골프장 회원권 가격은 15만 달러, 연간 이용료는 2만5000달러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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