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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랄프 로렌의 성공 비밀 추적 … 한국인 물리학도의 트라우마

디어 랄프 로렌
손보미 지음
문학동네
360쪽, 1만3500원
 
진부한 기사 시작이겠지만 어쩔 수 없다. 단편소설집 한 권으로 평단과 독자를 두루 만족시켜온 1980년생 소설가 손보미의 첫 장편이다. 가급적 놓치지 마시라는 얘기다. 지금 한국소설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는 물론 심지어 어디로 갈 것인가까지도 점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위태로운 대목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소설은 매력적이고 의미 있어 보인다. 읽는 이에 따라 서걱거린다고 느낄 수 있는 프롤로그를 극복하는 게 첫 번째 장애물이다.
 
제목의 랄프 로렌은 패션 대기업 랄프 로렌 맞다. 그 창업주 랄프 로렌의 성공 비밀을 방대한 주변인물 조사를 통해 추적하는 과정이 소설 이야기의 한 축이다. 다른 한 축은 추적자로 나서는 한국인 물리학도 이종수의 이야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던 그의 9년 미국 유학생활은 학자로서 가망이 없으니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지도교수의 청천벽력 같은 한 마디로 철저하게 박살난다. 균열의 시작이 과거 어두웠던 한 때에 있을지 모르겠다는 스스로의 의심이 추적자로 나서는 계기가 된다. 끔찍한 좌절감에 사로잡혀 술 마시고 토하기를 반복하고 책상서랍을 때려부수던 미친 사람 이종수는 있는지조차 까맣게 있고 있었던 고교시절 첫사랑 수영이 언젠가 보낸 청첩장을 발견한다. 종수는 수영의 부탁으로 랄프 로렌에게 보내는 수영의 편지를 영역해준 적이 있다. 수영은 왜 그렇게 랄프 로렌에 빠져 있었던 걸까. 절망의 밑바닥에서 살아나기 위한 구원의 방편으로 시작한 랄프 로렌 조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야기 연쇄의 시작이다. 로렌의 인생대부였던 조셉 프랭클에게로, 조셉 프랭클을 아는 무수한 주변 인물들로, 그 과정에서 만나게 된 동갑내기 섀넌 헤이스와 그녀가 간호하던 레이철 잭슨 할머니에게로, 소설은 후진을 모르는 듯 앞으로만 퍼져 나간다. 최초의 관심사 로렌은 밀려나고 그 자리를 종수의 트라우마, 프랭클의 상처가 대신한다.
 
손보미는 이야기의 상당 부분이 거짓임을 일찌감치 암시한다. 약속대련이라도 하듯 독자는 절반쯤 가벼운 마음으로 소설을 읽게 된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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