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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저강도로 바뀐 전쟁, 폭력은 고강도로 진화

파편화한 전쟁
헤어프리트 뮌클러 지음
장춘익·탁선미 옮김
곰출판, 467쪽, 2만2000원
 
‘현대와 전쟁폭력의 진화’라는 부제에 주제가 함축됐다. 전쟁이 비극을 낳는다는 건 고대부터의 진리다. 문제는 비극의 형식이 갈수록 ‘잔혹극’으로 흐른다는 사실이다. 현실을 살펴보자.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국가 간 전쟁이 종식되면 영원한 평화가 오리라 믿었다. 21세기 들어 국가 간 대규모 전쟁은 사실상 사라졌지만 평화는 오지 않고 있다.
 
시리아내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공격, 우크라이나 돈바스 전쟁 등으로 인류는 여전히 피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전쟁 모델이 ‘초거대 전쟁’에서 ‘저강도 전쟁’으로 바뀌었을 뿐 전쟁 폭력으로 인한 피해와 공포는 여전하다. 게다가 무기와 네트워크의 발달로 전쟁은 국가 수준이 아닌 범죄단체나 다름없는 무장단체 수준에서도 가능하게 됐다.
 
더 큰 문제는 작은 전쟁이라도 참상의 규모는 세계대전 못지않다는 점이다. 사실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도 스레브레니차 학살 등으로 20만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오히려 전쟁과 범죄가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폭력의 시대’가 됐다. 당시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유럽은 대문 앞인 발칸에서 벌어진 평화와 인권에 대한 도전을 막지 못했다. 해결할 수단이 없었던 유럽은 치욕을 당했으며 평화만 외쳤던 유엔은 해결에 실패했다. 전쟁은 결국 미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강제로 종식됐다.
 
독일의 정치학자인 지은이에 따르면 전쟁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얼굴을 바꾸어 우리 앞에 다시 찾아올 뿐이다. 시대와 환경 변화에 따라 바뀐 전쟁 양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제대로 대비해야만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채인택 논설위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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