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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의 성소수자 박해…"동성애 남성 100여명 체포"

지난 3월 말 이후 일주일 사이 러시아 체첸에서 동성애 남성 100여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최소 3명이 살해당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러시아의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novaya gazeta·이하 가제타)’는 지난 1일(현지시간) 체첸 당국이 동성애자 남성들을 체포해 고문했다고 전했다. 이 중 신원이 확인된 3명이 살해됐고, 이외에도 다수의 동성애 남성들이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명예 살인’당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독립언론 '노바야가제타(novaya gazeta)'는 '체첸의 게이 대학살'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사진 노바야가제타 홈페이지 캡처]

지난 4월 5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독립언론 '노바야가제타(novaya gazeta)'는 '체첸의 게이 대학살'이란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사진 노바야가제타 홈페이지 캡처]

 
가제타의 5일 보도에 따르면 체첸 당국은 체포한 동성애 남성들을 수도 그로즈니 인근 비밀수용소에 구금하고 있다. 이곳 수사관들은 구타와 전기고문을 하면서 구금자에게 다른 동성애 남성 이름을 대라고 요구해 추가로 납치했다.
 
이 매체는 체첸에서 동성애 남성들에 대한 박해가 시작된 건 지난 3월 초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GayRussia.ru’가 ‘게이 프라이드(Gay Pride·동성애자의 자긍심)’ 행사를 허가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체첸 당국이 이른바 ‘예방적 청소’ 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국제사면위원회가 체첸의 '게이 탄압'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지난 4월 5일자 '노바야가제타(novaya gazeta)' 기사. [사진 노바야가제타 홈페이지 캡처]

국제사면위원회가 체첸의 '게이 탄압'에 대한 조사를 요구한다는 내용의 지난 4월 5일자 '노바야가제타(novaya gazeta)' 기사. [사진 노바야가제타 홈페이지 캡처]

 
알비 카리모프 체첸 대통령 대변인은 가제타 보도에 대해 “전적으로 거짓말”이라며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동성애자들을 체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동성애자)의 가족들이 그들을 결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보낼 것이기에 그런 사람들이 존재하더라도 당국이 관심을 둘 필요가 없다”고 부연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반발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가제타가 공개한 정보는 우리가 믿을 만한 정보원으로부터 입수한 정보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체첸 당국에 동성애자 납치·살해 중단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비서는 지난 3일 “크렘린은 이 상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 법 집행 당국이 언론보도를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성적 취향이나 다른 어떤 이유로도 개인을 박해하는 것을 비난한다”며 러시아 당국에 책임자 적발과 처벌을 촉구했다.
'동성애 혐오를 멈춰라'라는 구호화 함께 푸틴 대통령을 동성애자로 묘사한 이미지. [트위터 캡처]

'동성애 혐오를 멈춰라'라는 구호화 함께 푸틴 대통령을 동성애자로 묘사한 이미지. [트위터 캡처]

 
체첸은 러시아 연방에 속해 있지만 자치공화국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갖는다. 러시아도 성소수자 보호에 취약한 편이지만 체첸은 이보다 더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은 평소 동성 결혼을 허용한 서방이 도덕적으로 퇴폐했다고 비난해왔다.
 
체첸은 인구 대부분이 이슬람교를 믿는 이슬람국가로 과거 러시아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주장해왔다. 러시아를 상대로 한 체첸 반군의 테러와 이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이 이어지면서 1994년과 1999년에 각각 제1·2차 체첸사태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현 카디로프 정권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카디로프 대통령에게 권력 행사에 있어 자율권을 부여했고, 그가 이를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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