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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다가온 ‘동전 없는 사회’ ...“오락실도 한 판 1000원?”

서울 옥인동의 한 오락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서울 옥인동의 한 오락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은 없음. [중앙포토]

"동전을 안쓰면 우리 같은 오락실은 다 망합니다." 이진대(64)씨는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18년째 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다. 원래 금은방을 했지만 도매업자가 물품 대금을 갖고 잠적하는 바람에 전재산을 다 날렸다. 가게와 집을 팔고 빈털터리가 된 그를 재기하게 해준 게 오락실이었다. 그는 “2006년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오락실이 먹고 살 만한 장사였다. 월 600만원을 벌던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PC방에 자리를 내주며 이씨는 다시 궁지에 몰렸다. 지금도 하루 손님은 20~30명 정도가 전부다. 위암 수술을 두 차례나 받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많다. 그는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동전 없는 사회’를 두려워하고 있다. "게임 한 판에 200~500원인데 앞으로 최소 1000원을 내야 한다는 것 아닙니까. 지폐 투입구가 있는 기계로 새로 교체해야 하는데 이 비용은 추산조차 못하겠습니다. 수익도 뭣도 없으니 사실상 포기하는 수밖에 없죠."
 
◇ 현실로 다가온 동전 없는 사회
‘동전없는 사회’가 20일부터 전국 2만3000개 편의점ㆍ마트서 시범 실시됐다. [중앙포토]

‘동전없는 사회’가 20일부터 전국 2만3000개 편의점ㆍ마트서 시범 실시됐다. [중앙포토]

한국은행이 20일부터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시작하면서 동전으로 먹고 사는 사업자들이 떨고 있다. 오락실, 코인노래방, 인형뽑기 같은 전통적 동전사업 종사자들은 물론 돼지저금통 제조업체 등도 정부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말 그대로 동전을 사용하지 않는 사회로 가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200원짜리 물건을 사고 1000원을 내면 과거에는 거스름돈 800원을 동전으로 받았지만 이를 교통카드나 계좌로 송금하는 등의 방법을 쓰는 것이다. 동전 없는 사회를 일컬어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전 단계라 일컫는 이들도 있다.
동전 제조 비용 절약이 동전 없는 사회로 가려는 이유 중 핵심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동전 제조에 600억원가량이 들었다. 동전 대신 계좌로 돈이 오가게 되면서 거래가 투명해지는 효과도 있다. 한은은 20일 편의점과 일부 마트로 시작한 동전 없는 사회를 2020년까지 약국 등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골목상권 소외 문제가 대두하자 한은은 “장기적으로 골목상권에도 현금 아닌 전자지급수단을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는 입장도 밝혔다.
◇“철권 한 판 1000원 되면 캐릭터 체력도 2배로 올려야 하나”
돼지저금통과 동전. [중앙포토]

돼지저금통과 동전. [중앙포토]

하지만 영세 사업자들은 현실로 다가온 ‘동전 없는 사회’가 혼란스럽다.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서울 서교동의 한 오락실에서 근무하는 직원 황진혁(28)씨는 “일본도 오락실에서 동전 많이 쓰는데 시기상조 아니냐. 킹오브파이터나 철권이 500원인데 1000원으로 올리면 캐릭터 체력도 2배로 올려줘야 되는 건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코인노래방 같은 '동전 산업' 종사자들은 사업 정체성이 퇴색할 수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 하나 넣는다는 가벼운 마음에 손님이 찾는데 동전 없는 사회가 되면 그런 식의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코인노래방 직원 서동찬(26)씨는 “싼 맛에 가볍게 즐기고 가는 특징 때문에 사람들이 오는 건데 1000원에 4곡이 기본값이 되면 기존 컨셉트가 퇴색할 것 같다”며 걱정했다. 
인형뽑기는 ‘두 번 뽑는 체제로 가면 되지 않겠냐’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위기다. 황인경 인협뽑기협회 명예회장도 “지금 500원짜리로 운영하는 기계들은 1000원에 두 판 이런 식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구체적 대책은 아직 없는 상태지만 고민은 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저금통을 다루는 사람들도 고민에 빠졌다. 저금통 제조업체 ‘세명사’ 관계자는 “아직 생산량을 줄일 계획은 없지만 정책이 본격화하면 업종을 바꾸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업종을 바꾸는 방안도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잡화점 아트박스 강남1호점 직원도 “당장 변화는 없겠지만 추후 손님이 줄어들면 저금통 매대 의 위치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영익·김준영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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