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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치료 시범 보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동치료사

이영선 청와대 전 행정관의 휴대폰 속 ‘기치료 아주머니’와 ‘왕십리 원장’이라는 이름으로 저장돼 있던 오모(77)씨와 이모(72)씨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 전 행정관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재판부는 이 전 행정관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분~2시간 동안 단둘이 진행한 ‘기치료’와 ‘운동치료’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물었다.
 
지난달 23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으로 들어가는 이영선 행정관/ 김경록 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삼성동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으로 들어가는 이영선 행정관/ 김경록 기자

 
‘기치료 아주머니’ 오씨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에서 기치료란 "나와 상대방 사이 기를 주고 받아 막힌 기를 풀어주는 것”이라면서 “기가 막힌 부분에 손을 올려놓아 기를 통하게 하는 것”이 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 전 행정관의 변호인이 “배가 아플 때 손을 올려두면 좋다고 느끼는 것처럼 본인의 손을 상대방 환부에 올려두고 기를 불어넣는 것이냐”고 묻자 오씨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기를 어디서 얻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는 “기라는 것은 천지가 기운이다. 받을 줄 아는 사람만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오씨는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먼저 ‘고객’이 된 최순실씨를 통해서였다고 했다. 최씨가 “아는 분이 삼성동에 사는데 거기 가서도 해 달라”고 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에는 삼성동 자택에서, 당선인 시절에는 안가에서 해오던 ‘기 치료’는 대통령 취임 후엔 관저에서 이어졌다. 오씨는 “청와대에서 자격증에 대해 물어본 적 있느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아니다. 그 전부터 하셨으니까”라고 답했다. 
 
오씨는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박 전 대통령이 한달에 1~3번씩 꾸준히 기치료를 받았고 해외 순방을 다녀온 직후에는 많이 피곤해 해 횟수가 더 늘어나곤 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22년 전 대구에서 한 남성에게 ‘기치료’를 배웠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자격이나 면허는 없다고 말했다.
 
‘왕십리 원장’ 이씨는 박 전 대통령에게 했다는 ‘운동치료’를 설명하기 위해 이 전 행정관을 대역으로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이씨가 “운동치료는 스포츠마사지와는 다르다”면서 “한 차례 박 전 대통령의 목·어깨·손을 주물러 풀어드린 적이 있다”고 하는 등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자 재판부가 “대단히 죄송하지만 가늠이 안 잡혀 어떻게 했는지 피고인을 상대로 한 번만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이씨는 이 전 행정관의 목 중간 부분을 동그랗게 돌리면서 풀어주고 목 뒷 부분을 엄지와 중지로 누르면서 “이렇게 하면 (안 돌아가던 목이) 돌아갑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접골·교정을 독학해 1994년부터 왕십리에 운동치료·기치료 사무실을 열었다가 1996년 보건범죄단속법 위반(부정의료업)으로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에는 운동 처방이 아니었고 누르고 잡아당기는 지압·접골을 했다”면서 현재는 체육교정사·운동처방사·사회체육지도사 자격을 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씨 역시 치료 관련 자격은 없다.
 
이씨는 지난 200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운동을 받으러 자신의 사무실에 찾아왔고 최순실씨가 찾아온 건 그로부터 3년 뒤라고 말했다. 최씨의 소개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기치료 아주머니’와 달리, 이씨는 최씨보다 박 전 대통령을 먼저 알게 된 것이다.
 
이씨는 이 전 행정관과 문자·통화로 자주 연락하며 박 전 대통령의 운동에 대해 조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관저로 들어가 박 전 대통령을 치료한 것은 1번인데, 이 행정관과 134회 문자·통화를 했다”면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느냐고 물었다. 이씨의 설명에 따르면 주로 이 전 행정관이 “대통령님이 다리가 아프시다는데 어떤 자세가 좋은가” 물으면 “다리를 풀려면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해서 뜨거운 물에 담가주고 족욕한 다음에 무릎 돌리기를 해 주라”면서 처치 방법을 알려주는 식이었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또 “운동 외에 단전호흡, 명상에 대해서도 이야기했고, 이 행정관도 운동을 전공한 사람이어서 자신이 하기 위한 운동법을 물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기치료 아주머니’ 오씨와 ‘왕십리 원장’ 이씨는 모두 이 전 행정관의 도움으로 관저에 들어갔다고 증언했다. 이 전 행정관으로부터 먼저 연락이 와 날짜를 약속한 뒤, 당일엔 헌법재판소 인근이나 광화문역 근처에서 이 전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검문 없이 청와대 정문을 통과했다고 한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 유리문을 지나 안쪽 방”에서 이 전 행정관을 포함해 누구도 볼 수 없는 곳에서 대통령과 단 둘이서만 치료를 진행했다는 점도 같았다.  
 
오씨와 이씨는 대통령 주치의나 의무실장 등에게 알리지 않고 청와대를 드나들었다. 이 전 행정관이 이들이 오고가는 것을 보고한 사람은 ‘문고리 권력’으로 알려진 안봉근 전 비서관이었다. ‘기치료 아주머니(오씨) 마치고 모셔드렸습니다’,‘원장님(이씨) 이상 없이 모셨고, 대장님(박 전 대통령)도 도착 소리 들으시고 바로 나오셔서 시작하셨습니다’,‘원장님 이상 없이 끝나고 봉투 드리고 바래다 드렸습니다’ 등 치료의 시작과 끝을 안 전 비서관에게 문자메시지로 알렸다. 오씨와 이씨는 치료가 끝나고 이 전 행정관의 차에 타면 이 전 행정관이 말없이 봉투를 건네곤 했는데 20만원 가량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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