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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타이어 시장 주무르는 중국, 한국도 먹히나?

글로벌 타이어 업계 14위인 금호타이어가 중국 업체로 넘어가게 생겼다. 지난해 9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매각공고를 내면서 이듬해 1월 중국 ‘더블스타’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컨소시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중국 매각 가능성은 높아가고 있다.
 
더블스타는 기세등등이다. 인수금액으로 9550억원을 써낸 더블스타는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 펀드까지 구성했다. 여기에 중국 칭다오 지역 금융사가 내놓은 자금만 100억 위안(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인수 후 남은 자금으로 추가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힐 정도로 배짱이 두둑하다.  
금호타이어 눈독 들이는 중국 ‘더블스타’
매출 10배나 되는 공룡 삼키려는 중국 기업
금호타이어는 2013년 수도권에 중앙연구소를 개설, 연구개발을 강화했다. [사진 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는 2013년 수도권에 중앙연구소를 개설, 연구개발을 강화했다. [사진 금호타이어]

더 놀라운 것은 더블스타의 매출액이다. 연간 2조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금호타이어의 10% 수준인 2000억원대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은 22배나 차이 난다. 자기보다 10배 이상 큰 기업을 집어삼키려고 달려든 그들의 배짱, 대체 어디서 비롯된 걸까.  
2000년 중국에서 만들어진 타이어가 1억2000만 개였습니다. 2014년엔 11억2000만 개를 돌파했죠. 10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2006년 2억2330만 개를 생산한 미국을 넘어선 뒤로 줄곧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죠. 지금도 전 세계 타이어 10개 중 3개는 중국산입니다.
남대엽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은 이렇게 답했다. 중국 시장의 막강한 수요와 글로벌 마켓으로 진출하겠다는 의지가 공격적인 인수합병(M&A)에 뛰어든 주요 배경이란 얘기다. 그는 “지난 10년간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 급증과 함께 세계 최대 타이어 시장으로 거듭났다”며 “하지만 중국 타이어 시장은 국영·민영업체가 선진 외자 업체와 기술력·브랜드로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에서 생산된 타이어의 절반 이상이 외자 업체 차지고, 중국 시장점유율의 70%도 외자 업체 몫이다.  
[자료 삼성증권]

[자료 삼성증권]

시장이 너무 빨리 커버린 탓일까. 공급과잉 위기가 불어 닥쳤다.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매년 늘어났음에도 2015년 타이어 판매량은 9억3000만 개, ‘10억 개’의 벽이 개진 것이다. 공급과잉 위기는 곧바로 관련 산업을 덮쳤다. 중국고무공업협회 타이어분회 스이펑(史一鋒) 비서장에 따르면 2015년 산업 가동률은 68~70%에 불과했고, 1개 국유업체를 포함해 4개 업체가 이미 도산했거나 도산 위기에 처했다. 자금 부족, 환경보호 등의 이슈로 9개의 신규 설비 증설 프로젝트(연산 총 6000만 개 규모)까지 중단되기까지 했다.  
세계 최대 중국 타이어 시장,
치열한 경쟁과 공급과잉 위기까지
중국 업체, ‘글로벌화’ 사활 걸어! 
이탈리아 피렐리사 타이어는 페라리·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에 공식 납품한다. 특히 피렐리의 ‘P 제로’ 브랜드의 경우 규정상 F1 출전 차량이라면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타이어다. [사진 www.motor1.com]

이탈리아 피렐리사 타이어는 페라리·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에 공식 납품한다. 특히 피렐리의 ‘P 제로’ 브랜드의 경우 규정상 F1 출전 차량이라면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타이어다. [사진 www.motor1.com]

2010년 이후 중국 타이어 업체가 세계 시장에 던진 ‘출사표’에 목숨을 건 배경이다. 중국 바깥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기술력부터 쌓아야 했다. 이를 위해 외자 업체와 기술제휴에 나서거나 OEM 생산도 도맡았다. 비투어(Vitour) 타이어가 대표적이다. 2006년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설립된 이 회사는 타이어 개발에 독일 기술진을 참여시켰다. 생산 공장을 중국에 둔 덕분에 원가도 낮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란 타이틀도 내걸었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되는 이 회사 제품은 고성능 타이어 시장에서 꽤 인정받고 있다.
기술력은 독일이, 생산 공장은 중국에 둔 합자 회사 비투어 타이어. 고성능 타이어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한국에서도 찾는 이가 점차 늘고 있다. [사진 비투어 타이어]

기술력은 독일이, 생산 공장은 중국에 둔 합자 회사 비투어 타이어. 고성능 타이어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한국에서도 찾는 이가 점차 늘고 있다. [사진 비투어 타이어]

기술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자 생산 공장을 옮기는 사례도 늘었다. 비교적 가까운 동남아가 첫 목적지다. 현재 5개 중국 기업이 베트남·태국·인도네시아 등에 적게는 연간 200만 개, 많게는 1200만 개의 타이어를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해에도 인도네시아타이어협회(APBI)가 중국 타이어 회사 두 곳이 인도네시아에 연간 2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품질’보다 ‘저렴한 가격’이 더 먹히는 동남아 시장부터 뚫겠다는 전략이었다.  
종자회사 신젠타 51조에 삼킨 중국화공
1년 앞서 세계 5위 타이어업체, 피렐리 인수  
아예 돈으로 승부를 내는 경우도 있었다. 2015년 중국 국유 화학업체 중국화공(켐차이나)가 이탈리아의 대형 타이어 제조업체인 피렐리(FIRELLI)의 지분을 인수했다. 중국화공은 지난해 스위스 종자회사 신젠타를 450억 달러(51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히며 전 세계 M&A 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업이다. 중국화공은 피렐리 인수로 노린 것은 ‘기술’과 ‘시장’ 두 가지다. 국제자동차 경주대회 포뮬러원(F1·포뮬러 원 레이싱)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등 세계 최고 기술을 얻었다. 세계 타이어시장 점유율 5위를 자랑하는 피렐리의 전 세계 판매망도 고스란히 중국화공 품에 안겼다.
2015년 중국 국유 화학업체 중국화공(켐차이나)가 이탈리아의 대형 타이어 제조업체인 피렐리(FIRELLI)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로써 단숨에 중국 업체가 세계 타이어시장 5위에 올라섰다. [사진 SCMP]

2015년 중국 국유 화학업체 중국화공(켐차이나)가 이탈리아의 대형 타이어 제조업체인 피렐리(FIRELLI)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로써 단숨에 중국 업체가 세계 타이어시장 5위에 올라섰다. [사진 SCMP]

세계 타이어 업계는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타이어시장을 시장점유율과 매출액 규모 면에서 장악한 상위 20개 업체 중 4곳이 중국 차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피렐리가 5위, 대만 타이어업체 청신(Chengshin)이 9위 그리고 순수 중국업체인 중처고무그룹(Hangzhou Zhongche) 10위에 올랐다. 11위를 차지한 지티(Giti) 그룹도 싱가폴 회사다. 한국은 한국타이어가 7위에 오른 것을 제외하고는 금호타이어(14위), 넥센(18위)은 10권 바깥으로 밀려난 상태다.  
[자료 블룸버그·삼성증권]

[자료 블룸버그·삼성증권]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2000년대 이후부터 한국 타이어업체는 가격경쟁력도 중국 업체에 밀리면서 지금은 글로벌 시장에서 동등한 경쟁자로 봐야 한다”며 “전 세계 타이어시장은 구조조정을 거치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갖춘 중국 대형업체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18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준공한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테크노 돔’ 전경. 중국 타이어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 막강한 경쟁자로 부상하자 한국 타이어업계는 연구개발(R&D) 투자로 격차 벌리기에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사진 한국타이어]

지난해 10월 18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준공한 한국타이어 중앙연구소 ‘테크노 돔’ 전경. 중국 타이어 업체가 글로벌 시장에 막강한 경쟁자로 부상하자 한국 타이어업계는 연구개발(R&D) 투자로 격차 벌리기에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사진 한국타이어]

한국 들어온 타이어 10개 중 3개는 중국산
트럭용에서 고급·고성능 타이어로 영역 넓힐 듯
한국도 이미 글로벌화된 중국 기업 영향권 안에 들어왔다. 국내 수입된 타이어 10개 중 3개는 중국산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타이어시장도 이미 중국산에 잠식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타이어산업협회는 지난 1월 31일 지난해 수입된 중국산 타이어 수입액이 1억7526만 달러로 타이어 총액(5억9907만 달러)의 29.6% 차지했다고 밝혔다.  
 
특히 브랜드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경트럭(1.5t급)용 타이어 부문에서는 중국산 비중이 79.5%나 됐다. 독일은 9.5%, 일본 9.0%, 미국 8.3% 등이 뒤를 따랐지만, 격차는 20% 이상 벌어질 정도로 압도적이다. 더불어 올해 중처고무그룹이 한국 승용차용 타이어 시장에 나설 계획도 밝혔다.  
현재 중국 내 시판 중인 ‘더블스타’ 트럭·버스용(TBR) 타이어 [사진 더블스타]

현재 중국 내 시판 중인 ‘더블스타’ 트럭·버스용(TBR) 타이어 [사진 더블스타]

중국 타이어 업체들은 적극적인 기술제휴와 M&A로 저가(低價)에서 고가(高價)로, 상용차에서 승용차로 한국 타이어 판매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금호타이어 인수 전에 뛰어든 더블스타를 보면 중국화공이 생각난다. 더블스타도 중국에서 화칭그룹과 동펑타이어 등 중국 동종업체를 인수해 단숨에 중국 내 5대 트럭·버스용(TBR) 타이어 생산업체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타이어, 실제로도 그렇게 위협적일까. 얼마 전 차량 정기점검을 위해 들렀던 정비소에서 사장이 한 얘기가 떠올랐다.  
한 짝당 20~30만원짜리 중국산 타이어가 40~50만원짜리 미국·독일산 고급 타이어 성능과 거의 같아요. 오히려 고무 질은 더 좋던데요. 도로 접지력까지 좋다고 소문나 주문하고 기다리는 사람도 꽤 많아요.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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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와 기사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