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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세먼지 중국 탓’ 의심하면서 … 기본적인 데이터도 못갖춘 정부

곡우인 20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왔는데도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을 기록했다. 시민들은 “비가 갠 뒤에도 파란 하늘을 보기 힘든 게 아니냐”며 한숨을 쉬었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3월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32㎍/㎥)는 최근 3년 새 가장 나빴다. 지난달 환경부는 국내 미세먼지의 ‘국외 영향’이 최대 86%에 달했다는 분석보고서를 내고 사실상 중국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동안 환경부는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이 평상시에는 30~50%, 고농도로 심할 때는 60~80%라고 밝혀 왔다.
 
문제는 중국의 책임으로 지목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겸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중국 탓이라고 하는 정부의 근거는 ‘서풍이 불 때 농도가 높아지더라’는 식”이라며 “이런 식으로 중국에 항의하면 국제적 망신”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은 2014년 ‘환경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동연구를 했으나 중국 내 미세먼지 발생 정도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환경부는 연구 결과물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미세먼지가 어떻게 한반도에 도달하는지 파악하려면 다양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중국 공장의 위치, 자동차 연료와 배기가스, 영세 식당들의 오염 배출계수 등이다. 중국 내 학자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중국 전역의 미세먼지 확산 정도를 연구해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내고 있으나 한국 학계의 연구 수준은 여기에 못 미치고 있다. 국내 발생 요인에 대한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된 적도 거의 없다.
 
학계 “중국 상대 손배소도 입증 힘들어”
 
최근 최열(65) 환경재단 대표 등 7명은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중국 네티즌은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 등에 “한국의 대기오염이 중국 탓이라니 황당하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작 중국 정부를 상대로 재판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중국의 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 자료나 연구 결과가 없다면 소송 제기가 향후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국제환경법 전문가인 소병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우리는 중국발 미세먼지 정도와 이로 인한 국민 건강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입증할 자료가 없어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김신도 서울시립대 대기환경공학과 교수도 “정부는 미세먼지의 85%가 자동차 매연에서 나온다고 발표하더니 지난해엔 고등어 탓을, 올해는 중국 탓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오염 원인은 불확실하지만 피해를 보는 건 현실이니 실체적인 접근부터 해야 한다. 정부가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학자들에게 로데이터(원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20년 가까이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30여 년 방치된 국내 오염 배출 규제기준도 문제다. 공장 등에서 ‘먼지 입자 크기 최대 500㎛ 이하’라는 규제만 충족시키면 되기 때문에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배출은 방치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외부 영향론’으로 인해 국내의 절감 노력이 소홀해졌다는 것이다.
 
2015년 전국 255개 미세먼지 측정소 중 환경기준(100㎎/㎥) 달성률은 불과 10.7%였다. 먼지 입자 크기에 대한 환경기준도 1983년 법규가 제정된 이래 한 번도 바뀌지 않다가 32년이 지난 2015년이 돼서야 초미세먼지 기준이 추가됐다. 미국은 97년부터 초미세먼지를 환경기준에 포함시켰다.
 
김 교수는 “학계의 소극적 연구활동, 기업의 사회적 책무 망각, 정부의 무사안일한 태도로 기초연구가 경시됐다”며 “극약 처방식의 규제가 아닌 지금부터라도 중장기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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