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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직격 인터뷰] “북한은 중국에 전략자산 아니라 목에 붙은 악성종양”

싱크탱크 10년 이끈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과거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미·중 정상의 플로리다 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 포기를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관건은 중국의 행동인데 북한을 어디까지 압박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여전하다. 불확실성이 가득 찬 한반도 긴장상태에 대한 전망을 듣기 위해 정덕구(69) NEAR재단 이사장을 만났다. 정 이사장은 동북아 화해·공존·공영을 위한 민간 싱크탱크로 NEAR재단을 설립한 지 10년을 맞아 21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기념행사를 연다.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은 “전 세계 외교안보의 핫코너라고 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수많은 문제를 아우르면서 한국 국익에 맞는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지난 10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은 “전 세계 외교안보의 핫코너라고 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수많은 문제를 아우르면서 한국 국익에 맞는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지난 10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지난 10년간 동북아 평화를 연구해왔는데 최근 한반도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갈등을 계기로 한·중 정부 간 대화가 사실상 막혀 있다. 어느 때보다 대화와 설득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다양한 채널을 동원해야 하는데 NEAR재단이 그 나름 역할을 할 수 있다.”
 
중국 정부에 메시지를 전달할 만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나.
“NEAR재단 10주년 첫 행사로 ‘한·중 긴급현안대화’를 마련했다. 자칭궈(賈慶國) 중국 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을 비롯해 중국 측 인사 6명과 한국 측 전문가 8명이 만나 마음을 열고 한·중 관계의 복원 방안, 한·중 안보 전략 대화의 상설화 방안 등 한·중 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
 
민간 차원인데 효과가 있을까.
“자칭궈는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원장이면서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상무위원이다. 그의 발언은 중국 공산당과 행정부에 바로 전파된다. 그리고 상층부에 선이 닿는 전문가도 포함돼 있다.”
 
북핵, 중국 미래에 큰 짐
실패 인정하고 북 압력 나서야
시늉에 그치면 미국이 나설 것
차기 대통령 미·중 특사 보내야 
 
자칭궈 원장의 메시지 내용은 무엇인가.
“자칭궈 원장은 중국이 결국 대륙국가에서 해양국가로 전환돼 가는 과정에서 이렇게 안보 문제를 가지고 경제제재를 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규범에 맞지 않고 오히려 중국 국익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앞으로 시장경제국 지위를 확보해야 하는데 미국과 유럽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2005년 중국에 시장경제국 지위를 인정했던 한국을 이렇게 보복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킬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중국을 결정적으로 움직일 계기는 미·중 정상회담 아닐까.
“그렇다. 정상회담 후 시진핑 주석은 상황 정리 방안을 고심하고 있을 것이다.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이 결과적으로 중국의 이익에 해가 되는 것으로 나오고 오히려 북한에 대한 제재를 본격화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양국 정상의 첫이름을 따 ‘시터후이’라고 관심을 보였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부동산업자는 제조업자보다 ‘딜’이 강하다. 과거 미 대통령이 하지 않았던 방식이라 궁금했는데 미·중 정상회담을 보면서 트럼프가 바라보는 시선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그는 ‘중국이 북핵 문제를 전담해서 정리해라. 그러면 무역파트너가 될 수 있지만 그것도 해결하지 못하면 미국시장에서 무역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전략적 인내가 끝났다는 선언까지 나왔으니 이제 공은 중국으로 넘어간 셈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겠다. 관건은 중국의 입장인데, 트럼프의 딜을 받아들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을까.
“중국으로선 북한이 이제는 자신들의 뒷목에 붙어 있는 악성종양이나 암세포 덩어리가 됐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마치 김일성 뒷목에 있던 혹처럼 말이다. 미국을 견제하는 전략자산이 아니라 곪아터지기 직전의 혹이라면, 이제는 경제적 이익은 보호하면서 암세포를 제거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중국이 미온적으로, 제재를 신속하게 못하면 트럼프는 바보가 되기 때문에 뭔가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강 건너 불구경 났다는 식 아닌가. ‘서울이 불바다 된다’거나 ‘한반도 유사시 피란민을 선별하겠다’는 망발을 쏟아놓고 있는 속내는 무엇인가.
“북핵과 미사일은 일본을 사정권 안에 넣고 있고 일본을 직접 겨냥한다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 전쟁이 난다고 호들갑 떠는 것은 국내정치용 아닌가 생각한다. 오사카 사립학교 부지 매입을 둘러싼스캔들에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의 개입설이 증폭되자 국민 시선을 밖으로 돌리는 데 한반도 위기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핵 문제를 일본의 재무장, 군사 대국으로의 전환 모티브로 삼으려는 정치적 계산에 바쁘다. 그러면서 한국의 문제를 내걸어 일본 우파의 도덕적 열등감을 풀어주려고 과도하게 한국을 배척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한반도 안정의 열쇠는 중국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중국이 북한을 제어하면서 남한에 대한 출구전략을 마련할 때가 됐다. ‘플로리다 밀약’을 중국이 안 지키면 결국 미국이 독자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는 때에 따라 모두에게 재앙적 상황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출구전략의 모티브는 한국의 새 정부가 열어줄 필요가 있다. 새 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에도 특사를 보내 오해를 풀고 한국의 입장을 명료하게 설명해야 한다. 뒤이어 양국 정상들과 정상회담도 조속히 개최할 필요가 있다.”
어떤 오해가 있었다는 건가.
“박근혜 정부 때 한·중 두 나라는 서로 동상이몽을 꿨다. 미국이 만류하는데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고 당시 박 대통령은 천안문 망루에도 올라갔다. 이를 계기로 힘의 외교를 추구하는 대륙국가 중국으로선 한국이 중국 영향권에 들어왔다고 착각했을 테고, 사드 배치를 결정하면서 긴밀한 정보 교환도 하지 않는 걸 보고 중국으로선 엄청난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세가 쉽게 바뀔지 여전히 의문이다.
“중국도 난감할 것이다. 하지만 시진핑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북핵 대응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을 그대로 두면 ‘이슬람국가(IS)’와 같은 국제적 자폭세력으로 발전하는 결과를 초래해 중국도 온전치 못한다는 인식을 해야 할 시점에 와 있기 때문이다.”
 
중국 출구전략의 모티브를 한국이 만들어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새 대통령이 파견하는 중국 특사는 북핵 위험의 시급성을 중국과 공유하면서 한국과 중국 사이에 북핵 문제를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선을 한군데로 모아야 한다. 그리고 대중 접촉 채널을 다양화하고, 특히 새 정부는 중국 공산당과의 접촉을 늘려야 한다.”
 
중국과의 대화를 그렇게 강조하는 이유는.
“중국은 대륙국가에서 해양국가로 변화해 가고 있는 도중에 있다. 대륙국가는 원래 힘의 외교를 한다. 그리고 폐쇄적이다. 이런 대륙국가와 우호적으로 지내려면 우리가 은밀한 대화법(※정 이사장은 이를 ‘통밀적신(通密積信)’이라고 했다)에 익숙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에 익숙지 않다. 이제 중국을 더 깊이 알고 다양한 대화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옛날 제왕적 방식이 금세 바뀌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국과의 공존·공영은 우리의 숙명 아닌가.”
 
대륙식 중국 외교 대응하려면
대화 채널 다양화해 설득해야
중국은 한국 약소국 취급 안 돼
미·중 ‘밀담외교’도 경계 대상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은 “전 세계 외교안보의 핫코너라고 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수많은 문제를 아우르면서 한국 국익에 맞는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지난 10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정덕구 NEAR재단 이사장은 “전 세계 외교안보의 핫코너라고 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의 수많은 문제를 아우르면서 한국 국익에 맞는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지난 10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하지만 중국의 기본 인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플로리다 회담에서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는 것 아닌가.
“그런 인식이 트럼프에게 그대로 주입되면 안 된다. 한국 외교가 미·중 관계의 종속변수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우리 운명을 모두 걸어서도 안 된다. 앞으로는 미·중 담합 또는 밀담외교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중국 역시 한국을 약소국으로 보는 전근대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상위 중견국가로 발돋움한 한국을 너무 만만하게 봐선 중국의 국제 리더십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사드 보복의 교훈은 무엇인가.
“이번 사태는 안보 위험이 많은 나라에 투자할 때는 경제 위험을 누가 헤징해야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기업 스스로 모든 경제 위험을 헤징하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교훈이다. 결국 국가가 안보 위험을 헤징할 때 경제 위험까지 한꺼번에 패키지로 묶어 위험 관리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깊은 연구 대상이다.”
 
한·중 산업관계도 새로 봐야할 텐데.
“한국은 앞으로 중국과는 가치의 격차는 좁히되 기술의 격차는 한층 벌려야 한다. 특히 한·중 산업 내부에 보완적 산업관계, 분업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 사드 보복에도 불구하고 대중 수출이 늘어난 것은 아직 기술 격차가 있기 때문인데 금세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중국의 경기부양에 편승해 희희낙락하면서 산업구조 개편의 타이밍을 놓쳤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지금 한·중 산업의 보완적 분업 관계를 집중 고려해야 한다.”
 
대선이 D-18일로 다가왔다. 어떤 사람을 선택해야 하나.
“이번 선거는 외환위기 중 선거했던 1997년 대선 때와 유사하다. 따라서 고(故)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같은 현실 인식이 필요한 때다. 김 당선인은 최고 전문가로 위기관리 내각을 구성해 실사구시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지금도 경제는 침체되고 정치는 대혼란기다. 국민은 둘로 쪼개져 있고, 북핵 위기로 전쟁 위험이 고조되는 단계이며, 중·일 양국 모두와 서로 신뢰하지 않는 관계에 빠져 있다. 위기를 극복하려면 실사구시할 수밖에 없다. 위기관리 내각을 구성하고 무모한 정책 실험을 하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도처에 묻혀 있는 지뢰를 밟게 될 것이다.”
 
개인적인 변신에 대한 소회도 듣고 싶다. 중국 전문가가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산업자원부 장관을 끝으로 관직을 다 내려놓고 3년여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중국 베이징대 교수로 초빙된 것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중국에서 생생한 변화를 맞닥뜨리면서 중국의 숨겨진 발톱을 보게 되었고 중국의 미래를 내다보게 됐다. 한국을 보는 중국의 시각도 알게 됐는데 2011년 펴낸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중앙북스)에 그 내용이 담겨 있다.”
 
동북아연구소라는 뜻의 NEAR재단도 그래서 출범시켰나.
“처음부터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했다. 인하우스(내부) 연구원을 최소화하고 대형 연구 테마 중심으로 최고 전문 지식인을 전 세계에서 골랐다. 한·중 간에는 긴급 대화 채널인 한·중 안보전략 대화를 6년째 운영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중국·일본·미국과 국내에서 연인원 300여 명이 참여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가 끝나면 결과물을 책으로 발간하는 원칙을 세웠다. 결국 NEAR재단 모델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매년 한·중·일 화해협력상, NEAR학술상을 시상한다. 60대를 NEAR재단에 바쳤는데 앞으로 10년도 변함없이 이 길을 가겠다.” 
정덕구는 …
경제·금융·산업 전문가에서 동북아 외교안보, 경제 전문가로 변신한 관료 출신 석학이다. 재정경제부 차관 시절 외채 협상에 나섰고 김대중 정부에서는 산업자원부 장관을 하면서 벤처생태계 구축과 부품·소재 산업 육성에 앞장섰다. 국회의원을 거쳐 학자로 변신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연구에 전념해 왔다. 민간 싱크탱크로 설립한 NEAR재단을 10년째 이끌면서 한·중·일 3국과 미국 전문가들의 네트워크를 탄탄하게 구축했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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