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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낭떠러지 끝에 선 비장함

<4강전 2국> ●이세돌 9단 ○커  제 9단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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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1~18)=이세돌 9단이 1국 패배를 미처 씻어내기도 전에 날이 밝았다. 이 9단은 또다시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천적' 커제 9단과 마주 앉았다. 낭떠러지 끝에 선 이 9단 표정이 비장하다. 오늘도 패배하면 다시 기회가 없다. 반드시 승리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
 
이 9단이 흑1, 3으로 우변, 커제 9단이 백2, 4로 좌변을 선점했다. 이 9단이 선택한 소목 작전은 보폭이 좁지만 안전하고 실속이 있다. 반면 커제 9단이 택한 화점 작전은 실리보다는 세력을 염두에 둔 호방함을 상징한다. 흑5로 영토를 단단히 다지자 백6으로 날일자 걸쳤다. 흑11까지 순조로운 진행.
 
백12로 붙이자 흑은 13으로 젖히고 15로 내렸다. 백16으로 밀어 올리자 흑17로 따라 밀었는데, 이는 '알파고' 등장 이후 나타난 흥미로운 변화다. 이전까지 프로기사들은 이러한 모양에서 흑17로 두지 않고 A에 둘 때가 많았다. 우변 침입이 흑에 유리하다고 봤기 때문.
 
참고도

참고도

 
'알파고'는 달랐다. ‘참고도’처럼 백2로 단수 친 다음 우변을 지키는 게 아닌가. 백2가 신선한 수였다. 그 결과, 흑은 우하귀를 잡은 게 전부지만, 백은 좌변을 발판 삼아 중앙으로 향하는 자세가 좋다. 이후 프로기사들은 A로 놓는 대신, 얌전하게 흑17로 늘어둔다. '알파고'의 흔적이 반상 곳곳에 남아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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