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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시대] 70세 이후 건강 ‘복병’ … 의료비 폭탄에 눌린 일본 노인들

“이렇게 오래 사실 줄 누가 알았겠어요. 80세 넘기면 눈 깜짝할 사이 90세, 100세죠.”
 
지난 10일 도쿄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지바현 나리타의 요양시설 ‘크로바’에서 만난 가노 에미코(加納惠美子) 총괄부장의 설명이다. 이곳 고령자들은 팔팔한 60~70대 고령자와는 한눈에 달라 보였다. 머리카락이 백발인 것은 기본이고, 눈꺼풀조차 무거운지 눈을 뜨지 못하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노인도 있었다. 테이블에 둘러앉아 전통놀이를 하는 어르신들도 말없이 놀이에만 열중했다.
 
이 요양시설 거주자는 모두 22명으로 평균 85세를 넘겼고 최고령자는 98세였다. 이들은 이런 장수시대에 살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던 사람들이다. 더구나 가족이 있는데도 따로 떨어져 요양시설에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 가노 총괄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가족이 있어도 자립보행이나 자발식사가 어렵고 치매 증상이 나타나면 가족이 직접 돌보기 어려워진다”며 “언젠가는 결국 가족을 떠나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고령화의 급진전으로 자녀가 함께 고령화하는 것도 85세를 넘긴 초고령자의 가족 부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일본에서 75세 이상 고령자가 1500만 명을 돌파하면서 100세를 넘긴 고령자도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자식도 칠순에 이르면 슬슬 제몸 가누기도 힘들어지면서 자신들의 부모를 돌봄 시설로 들여보내게 된다.
 
이런 패턴은 한국에서도 이미 시작됐다. 8남매를 둔 김모(92)씨는 수도권의 한 노인 요양시설에 들어가 있다. 남편은 오래 전 작고했고 치매가 시작되면서 홀로 요양시설에 들어온 지 3년이 넘었다. 처음엔 자주 찾던 자식들이 비용 결제용 현금카드를 요양시설에 맡긴 뒤로는 김씨를 찾는 일이 드물어졌다.
 
이같이 자식이 많아도 80대 중반을 넘기면서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것은 추세적으로 불가피해지고 있다. 핵가족 문화가 보편화하고 국민 상당수가 아파트를 비롯한 도시 공동주택에 살게 되면서 돌봄이 필요한 부모의 부양을 외부 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지면서다.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은퇴 무렵엔 누구나 장밋빛 노후를 꿈꾼다. 하지만 건강수명이 끝나는 70세를 넘기면서 복병을 만나게 된다. 실버피아커뮤니티 이정환 회장은 “처음엔 퇴행성 관절염에서 시작해 척추관협착증이 나타나 허리와 다리를 차츰 쓰지 못하게 되면 결국 자립 보행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자료: 일본 후생노동성

이는 결국 노후 의료비 폭탄으로 이어진다. 일본인은 생애의료비 가운데 절반을 70세 이후에 쓴다. 복지 차원에서 정부 지원을 받으면 좋지만 정부조차 감당하지 못한다. 일본 정부는 올 8월부터 고령층 의료복지 를 본격적으로 축소한다. 일본의 공적 의료보험은 7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의료비 본인 부담액이 일정액에 이르면 초과분을 돌려주는 ‘고액요양비제도’를 운영해왔으나 단계적으로 혜택을 줄이고 있다. 또 75세 이상 후기고령자에게 제공하고 있는 의료비 경감 특례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지난해 3461만 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돌봄 제도 이용자는 60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하면서다.
 
일본의 고령화 그림자는 곧 한국에도 드리워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가와 개인이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기울일 때다. 아키야마 히로코(秋山弘子) 도쿄대 고령사회총합연구기구 교수는 “장수시대에 대응하려면 효율적인 공공 돌봄 체계를 만들어야 하지만 국가가 모든 걸을 다 해줄 수 없다”며 “젊은 시절부터 연금을 비롯해 개인적 대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지바=김동호 기자 d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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