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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개발자=코딩? 아니죠~ 컴퓨터와 사람 사이 통역합니다”

민주주의 소셜벤처 ‘빠띠(Parti)’의 개발자들을 만나

민주주의 소셜벤처 ‘빠띠(Parti)’의 개발자들을 만나 '소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SBA에 따르면 소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소프트웨어 기술로 사회 문제를 공감하고 해결하는 전문가’를 말한다. 단순히 프로그램 개발만 하는 게 아니라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새로운 대안을 시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이다.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멋진 일을 누가 하고 있을까. TONG은 민주주의 소셜벤처 ‘빠띠(Parti)’의 개발자들을 찾아갔다.
 

빠띠는 민주적 일상 커뮤니티 플랫폼 ‘빠띠’와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 ‘우주당(우리가 주인이당)’ 등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의제를 상정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변화를 모색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들이다. 빠띠는 프랑스어로 ‘정당(政黨)’이라는 뜻과 영어 단어 ‘참여(participation)’의 앞 글자, 파티처럼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두루 담았다.
 

총 4명의 팀원 중 권오현 대표와 박은지 브랜드매니저를 빠띠의 협업 벤처인 ‘슬로워크’ 사무실에서 만났다. 권 대표는 일본에 거주하고 있어 실시간 화상 채팅으로 자리에 함께했다. 각 팀원들은 별도의 사무실을 두지 않고 각자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근무한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팀원도 있다. 이들은 서로를 본명이 아닌 각자가 원하는 별명으로 부른다. 권 대표는 ‘시스’, 박 매니저는 ‘베리’다. 베리가 건넨 명함에 직함이 ‘democracy activist(민주주의 운동가)’라고 적혀 있었다. 시스는 본인을 소개해달라는 요청에 “‘세상이 어떻게 더 평화로워질 수 있을까’를 기술로 고민하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빠띠가 하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베리) “빠띠(parti.xyz)는 일상 민주주의를 추구하고요, 우주당(wouldyouparty.org)은 시민들의 직접 정치 경험을 만들고자 합니다. 팀원은 4명이지만 저희 활동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이 분들을 ‘당원’이라고 부르는데, 당원들의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받아 프로그램 개발에도 반영해요. 지난달에는 모아진 의견을 토대로 ‘월간 우주당’을 창간하기도 했죠. 창간호의 주제는 ‘여성’이었고 4월호 주제는 ‘세월호’가 될 거예요.”
 

(시스) “빠띠와 우주당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비영리단체나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등에 기술·개발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도 합니다. 지난해에는 한겨레21과 함께 GMO(유전자변형작물) 완전표시제 도입을 위한 프로젝트 정당 ‘나는 알아야겠당’을 운영했어요. 또 와글이라는 스타트업, 더미래연구소와 공동으로 ‘국회톡톡’이란 걸 만들어서 시민들이 직접 법안을 제안하고 이를 국회의원과 함께 입법 추진하는 실험도 했죠. 최근에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아동이 제안하는 아동정책’을 제19대 대선 후보에게 전달하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그 플랫폼을 청소년도 이용할 수 있나요.

(베리) “그럼요. 우주당에 청소년 민주주의 공동체 ‘틴즈디모(TeensDemo)’도 있어요. 최근 ‘선거연령을 만 18세로 낮추자’는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죠. ‘나는 알아야겠당’ 프로젝트 때도 청소년들이 참여했어요. 창당 파티에 와서 의견을 낸 학생들도 있었고요. 스스로 ‘GMO 식품 끊기’ 실험을 해봤다는 학생도 있었죠.
 

[관련기사] 선거권 연령 인하 시위에서 국회의원과 악수하지 않은 이유는…
(http://tong.joins.com/archives/39227)

 

(시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을 학생들이 모여서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주당 플랫폼을 이용하면 좋겠어요. 이우고등학교 학생들이 우주당에 만든 ‘같이가십사’ 프로젝트가 좋은 예가 되겠네요. 수업시간 끝을 알리는 종소리를 바꾸자는 안건을 올려 의견을 모으기도 하고요, 이동수업 시간에 가방을 챙겨갈 것인지 놓고 갈 것인지 투표를 하기도 했죠.”
 

(베리) “우리 사회는 학생들이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치 참여도 못하게 하고 목소리 내는 걸 막다가 성인이 되면 갑자기 ‘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냐’고 하죠. 저는 이게 부당하다고 생각해요. 작은 참여가 결국 큰 참여로 이어지는 거죠. ‘투표권 행사’라는 작은 행동이 더 큰 정치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예요. 학교생활에서도 마찬가지죠. 학생들이 이야기할 기회가 필요해요. 학교 내 문제를 결정하는 주체가 지금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한정돼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눠 가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빠띠가 운영하는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

빠띠가 운영하는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 플랫폼 '우주당'에는 청소년들이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모으는 공동체인 '틴즈디모'도 있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되셨나요.

(시스) “저는 1999년에 ‘웹마스터’라는 직업으로 일을 시작했고, 다음(Daum)에 근무하면서 온라인 토론·청원 서비스인 ‘아고라’를 개발했습니다. 아고라는 광우병 이슈와 맞물려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죠. 이어 ‘블로거뉴스’라는 서비스도 내놨습니다. 사회 이슈에 인터넷을 활용하는 작업을 해본 셈이죠.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부터 제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라고 불리기도 하더라고요.
 

빠띠는 개인적인 종교적 계기와 함께 평소 생각을 바탕으로 시작했어요.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데 사람들이 한정된 방식으로만 이용하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인터넷이 정말 좋은 툴(도구)이 될 수 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그걸 구현해보자 싶었죠.”
 

(베리)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사회적 기업에서 디자인을 기반으로 일하다가 세월호 1주기 사이트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면서 시스님을 만났어요. 코딩이나 프로그래밍은 할 줄 몰라요.”
 

-근무하는 방식이 독특한 것 같은데요.

(베리) “서로 별명으로 부르니까 실명이 나오면 어색해요. 잘 기억이 안 나기도 하고. 주로 슬랙이라는 메신저를 이용해서 끊임없이 대화하고 의견을 나눠요. 자는 시간 빼고는 항상 메신저에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구글 행아웃 프로그램으로 화상 회의도 하는데 사실 서로 얼굴은 잘 안 보고 목소리만 들으면서 얘기해요(웃음). 가끔 오프라인으로 만나기도 하죠.
 

소규모 팀이다 보니 일당백을 할 수밖에 없어요. 역할 구분도 없고요. 그런데 이렇게 일하는 게 장점이 많은 것 같아요.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팀원들의 이해도가 높거든요. 어떤 문제를 제기했을 때 바로 공유가 돼요. ‘같이 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자기 일만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같이 의견을 내고 함께 일하는 거죠. 저희는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해요.”

빠띠의 브랜드매니징을 맡고 있는 박은지씨가 메신저를 이용해 팀원들과 회의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빠띠의 브랜드매니징을 맡고 있는 박은지씨가 메신저를 이용해 팀원들과 회의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발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시스) “개발자는 단순히 프로그램 코드 짜는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코딩하지 않는 개발자도 있어요. 협업을 관리하고 가이드 해주거나 서버를 설계하는 사람들도 개발자라고 해요. 저는 개발자가 ‘통역하는 사람’, ‘해석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말하는 걸 잘 듣고 그걸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죠. 사람의 말과 컴퓨터의 말을 다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해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그런 과정에서 나오는 결과물일 뿐이고요.
 

GMO 프로젝트 정당이었던 ‘나는 알아야겠당’의 경우 ‘온라인으로 정당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한 달 정도 캠페인을 시험 운영해본 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그 다음에는 정당 이름을 정하는 투표를 진행했죠. 이렇게 뼈대에 살을 붙여나가는 식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가게 됩니다.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직접 써보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면서 실험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을 직접 써보는 걸 개발자들 사이에선 ‘개밥 먹기’라고 불러요.”
 

-개발자가 되려면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요.

(시스) “국어·영어·수학을 잘해야 합니다. 잠깐만, 반전이 있으니까 끝까지 들어보세요. 좋은 개발자가 되기 위해선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국어를 잘해야 합니다. 또 공부해야 할 자료들은 영어로 된 게 많아요. 프로그래밍을 하려면 수학에서 필요한 논리적 사고가 중요합니다. 그래서 국·영·수를 잘해야 한다는 거예요.
 

하지만 반대로 프로그래밍을 많이 하다보면 자연스레 국·영·수를 잘하게 되기도 합니다. 컴퓨터를 정말 잘하는 학생이 있다면 굳이 학교를 계속 다닐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예요. 그러니까 재미있게 많이 프로그래밍 해볼 것을 추천해요. 나이도 상관없어요. 요즘에는 프로그래밍을 정말 잘하는 어린 친구들도 많더군요.
 

자신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그냥 생기지는 않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해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그러다가 '없네', '필요한 게 있다' 하면 만들어보고요. 많이 해보고 많이 고민해봐야 합니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제일 중요한 건 어떤 문제를 해결할 건지 하는 거예요. 저는 처음으로 만들어본 프로그램이 영어 타자 치는 프로그램이랑 사다리 타기 프로그램이었어요. 만들고 나니 좀 허무하더군요. 너무 별 거 아니어서요(웃음). 근데 그런 경험도 해봐야 해요.”
 

-두 분의 학창 시절은 어땠나요.

(베리) “저는 사실… 아이돌을 좋아해서 소위 말하는 ‘축전’ 이미지를 만들면서 놀았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였는데 그거 만들려고 포토샵을 독학했어요. 결국 전공도 디자인을 하게 됐네요(웃음). 일단 좋아하는 주제로 뭐든 만들기 시작하면 일이 풀리는 것 같아요.
 

경쟁적인 분위기의 학교에서 자라서 제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어요. 교실에 앉아 시험만 쳤죠. 그러다가 사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바뀌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많이 얘기해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갇힌 공간에만 있지 말고, 인터넷에서는 누군가를 만나기가 더 쉬우니까요. 관심 주제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많이 이야기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시스) “어릴 때 PC통신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고등학생 때 밤 11시까지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집에 와서는 새벽 3시까지 PC통신 하고 그랬죠. 프로그램 코드를 따라서 쳐보기도 하고요. 부모님이 되게 싫어하셨어요. 여담이지만, 어느 정도는 부모님이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도 저는 괜찮다고 봅니다(웃음). 저는 게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프로그래밍도 독학했고요. 학교에서 배운 걸로 먹고 사는 게 아닌 거죠.

빠띠의 대표이자 개발자인 권오현씨는 일본에 거주해 화상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빠띠의 대표이자 개발자인 권오현씨는 일본에 거주해 화상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소셜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는 이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스) “우리가 하는 일을 설명해주는 이름이 생겨서 반갑네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늘었으면 좋겠고, 앞으로 늘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가 최소한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자연스레 관심이 옮겨갈 수밖에 없을 거예요. 기술을 배우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뭔가를 더 좋게 바꾸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회문제 해결에도 당연히 관심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이 있었던 지금의 청년 세대가 사회를 바꿀 거라고 생각해요.”
 

(베리) “앞으로는 사회문제 해결을 빼놓고는 뭐든 이야기할 수가 없을 거 같아요. 사회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걸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바뀔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믿어요.”
 

(시스) “저는 궁극적으로는 ‘민주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에 관심이 있어요. 만약 우리가 수저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다면, 여전히 손으로 밥을 먹으면서 그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믿었을 테죠. 더 효율적인 소통 방법, 서로의 의견을 알 수 있고 함께 결정할 수 있는 도구를 더 찾아내고 싶어요. 생활에 필요한 플랫폼이 아직 많을 거예요. 나 자신을 위해, 사회를 위해 신기술을 사용하는 법을 고민하고 싶네요. 아, 하지만 프로그래밍을 못 해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요.”
 

(베리) “그래도 프로그래밍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제는 모든 게 프로그래밍되는 시대잖아요. 현실 세계의 사물들도 프로그램과 연결되는 시대니까요. 적어도 프로그래머와 대화하는 법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모두 컴퓨터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프로그래머가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일하는지 아는 것이 필요하겠죠.”

 

글=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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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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